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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상용한자 2136, 이거 하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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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리뷰는 위드블로그(http://withblog.net)를 통해 참여하게 된, 일본어 서적이다. 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 것도 있지만, 일본어 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싶지 않았음이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1년 정도 학원에 다닌 것을 포함하여, 일본에서 3년간의 생활. 짧게만 봐도 내 일본어는 장장 4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인데, 그런 입장에서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역시 한자는 어렵다.




책의 리뷰와는 별개로, 이렇게 손수 편지를 적어 주신 동양북스의 일본어 팀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물씬. 지금까지 많지는 않아도 몇 번의 리뷰를 참여해 본 적 있지만, 손 편지를 써서 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잘 부탁한다는 마음으로 쓰신 것 같으니, 리뷰를 잘~ 써 드려야 할 것 같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책을 열자마자 보이는 체크! 체크! 체크! 이건 그냥 일본어를 공부한다면 이 책을 봐라! 라는 것과 같다. 초보자도 실력자도 다 보면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인데, 일본어에 '한자'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대부분의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한자에서 손을 떼기 마련이고, 일본어를 잘하더라도 한자는 여전히 힘든 존재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어 한자만을 위한 책이 나온 것은 꽤 반가운 일이다.



일본어 한자를 배우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책의 앞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옳지! 하고 무릎을 쳤던 부분이 바로, 일본어 한자는 음과 뜻을 가진 글자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쓰는 한자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한자의 음만을 사용하지만, 일본은 한자의 뜻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같은 한자어라도 2가지 이상의 발음으로 표현되거나 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사람 인人자다.

人ひと(히또) / 人間にんげん(닌)겐 / 韓国人かんこくじん칸코쿠(진)

한국에서는 '인'이라는 음으로만 사용되어서 각각의 발음이 '인', '인간', '한국인'으로 읽히지만, 일본에서는 뜻으로 읽혀 '히또', 음으로 읽히는 '닌겐', 또 다른 음으로 읽히는 '칸코쿠진'이 있다. 이래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한자에 비명을 지를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미리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자 영재(?)였던지라 일본어를 하면서 한자에 대한 압박감은 그다지 없었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도대체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일본인들의 이름과 일본 지명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일본인의 이름, 지명, 연중행사 등도 설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인 장곡천長谷川씨와 오십명의 아라시五十嵐
 
일본인의 이름에 쓰인 한자는 부르기 나름이라서 음과 뜻과는 별개로 정말 어려울 때가 많은데, 예전에 신주쿠 무인양품에서 長谷川장곡천이라고 쓰인 명찰을 단 훈훈한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내심 한국인이라며 좋아했던 적이 있다. 근데 사실 장곡천씨는 하세가와はせがわ상이었다는 이야기. 저 한자가 어딜 봐서 하세가와인지. 그 외에도 오십 명의 아라시라며 고쥬아라시라고 읽었던 이가라시상도 있다. 일본인의 이름은 정말 어렵다. 그나마 읽기 쉬운 야마다山田상에게 감사의 말씀을.



책의 가장 마지막에 붙어 있던 부록은 이 두꺼운 서적을 한번에 압축시켜놓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들고 다니면서 참고해도 좋을 듯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사전 대신해서 들고 다니길 추천한다. 그러나 한국식 표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식 발음이나 뜻은 없어 그 이상의 기능을 요구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어마어마한 두께다. 물론 2,135자를 한 권에 다 담기란 쉬운 것도 아니고,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의 획순이나 알아보기 쉽게 크게 적다 보니 그렇게 된 것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두껍다. 최근에 시작한 영어 기초문법 책과 비교해도 그 두께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게다가 무게도 만만찮으니, 들고 다니면서 공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활자 크기를 조금 줄이면서 두께도 줄여야 좋을 것 같다.




큼직한 한자어에 글을 쓰는 획순도 표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음독과 훈독의 예시도 제시하였으니 한 권에 최대한 알차게 담아내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한자어의 나열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간마다 확인을 할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나, 한자어들이 쓰인 지문(신문기사나 소설)도 실었다면 오히려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각 한자의 옆에 달린 두 개의 네모로 외운 것을 체크하는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



일본어 한자만을 위한 책이 나왔다는 것은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상당이 반가운 일이다. 한자를 하지 않고서 일본어를 한다고 할 수 없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일본어 '한자'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본에서도 당연하게 쓰이는 상용한자를 모두 실었으니, 정말 이 책으로 공부를 한다면 일본인만큼이나 많은 한자를 알게 된다.

그러나 역시나 아쉬운 건 밋밋함과 무게다. 일본어를 시작하는 초보들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지만, 초보들에게는 눈앞이 캄캄해져 오는 구성이고 일본어 공부를 꽤 한 나 역시도 마냥 재미있게 볼 수만은 없다. 게다가 들고 다니며 보기에도 무거운 두께는 여타의 교재들과 함께 가방에 넣을 수도 없으니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을 구입을 하겠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얘기하겠다. 초보자든 능력자든 일본어에 '한자'가 빠질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어쨌든 상용한자를 다 외우면 일본어 실력은 더욱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한자 싫어~! 일본어로 말만 하고 싶어~!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일본어에 한자는 빠질 수 없다. 그건 일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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