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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 일이다. 음식으로 마음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흔히들 이야기하던 '소울푸드'라는 것이 이런 걸 말하는구나..하고 나는 그날 정말 우연하게 느꼈다.
지나가다가 발견한 길가에 있던 일본식당. 그곳에서 먹은 따뜻한 덮밥 하나에 나는 그렇게 마음을 위로받았다.
꼭꼭 씹어 삼켜 넘기는 밥알과 함께 고민도 꼭꼭 씹어 꿀꺽. 아, 어느 순간 마음의 고뇌가 사라져버린 기분이었다.




손으로 하나하나 쓴 메뉴판이 인상적인 이 가게이름은 Brim C.C
길을 지나가다가 정말 우연하게 발견한 가게로, 닫힌 문 사이로 가게 안을 바라보며 생각한 것은 우습게도
'여긴 정말 일본 사람이 주인일지도'였다.

좀 이상하다면 이상한 것이 멜버른에 있는 일본식당 주인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이 알 수 없는 구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음식이긴 하나 중국풍의 음식들.
그건 이곳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싶다.




문이 닫힌 가게 안을 바라보며 돌아선 그날, 이곳에 다시 와 봐야겠다고 느낀 것은 
팔고 있던 음식이 흔히 일본음식으로 호주에서 넘쳐나는 '초밥'이 아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여기라면 좀 다르고 평범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그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이곳은 정말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본음식을 팔고 있었다.
카레라든지, 덮밥, 카레 우동. 외국인들에게 '초밥' 아닌 일본음식은 어떻게 다가올까 했는데 뜻밖에 다들 잘 먹더라는.
가게 내부가 그렇게 크질 않음에도 꾸준히 손님들이 오고 가는 인기식당이었다.




처음 갔을 때 주문한 음식은 미소동세트와 냉 모밀세트.
그중에서도 미소동은 일본에 있을 때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라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이거 정말 최고다.
일본식 된장인 미소 양념이 닭에 제대로 베여서 짭쪼름한 맛이 나는 미소동. 스크램블로 만든 달걀과 함께 잘 어우러져
모든 덮밥이 그렇듯 한 끼 식사로는 정말 배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식당의 또 다른 추천메뉴가 바로 감자샐러드.
저녁 세트 메뉴를 시킬 때 고를 수 있는 샐러드로 감자와 마요네즈로 만든 간단한 샐러드임에도 맛있다.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에도 나오는 이 샐러드는 새콤한 마요네즈와 함께 어우러진 으깬 감자가 소박하면서 담백하다.
다른 샐러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역시 감자샐러드가 최고.




멜버른으로 지역이동을 하고 남들은 일하는데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들.
부족한 영어실력과 자신 있게 나설 수 없는 그런 날들이 연속되자 하루하루가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었다.
용기 내어 시티에서 하는 무료영어수업을 듣고 돌아오던 길 밥을 먹게 된 이곳.

식당 주인 일본인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혹시나 싶어 이력서를 드리고 나오던 그 순간..
그냥 그렇게 한 것만으로 마음속엔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괜찮다는 격려가 가득가득 피어올랐다.
그 덕분인지 이후에 하는 일들은 다 자신감이 생겨 지금 하는 일도 구하게 되었달까.

따뜻한 밥과 가볍게 나누는 대화가 주는 위로, 이 식당이 나에게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BrimCC Organic Soup and Japanese cafe
601 Little Collins St Melbourne, VIC 3000
(03) 9629 6794

Mon to Fri 10am - 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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