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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낮잠을 자고 코알라 등을 긁었다
호주 퀸즈랜드주 론파인 코알라보호구역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을 말한다면 단연코 '캥거루와 코알라'다.
이 두 동물은 기념품 가게의 70% 이상의 지분율을 차지하며 온갖 상품들로 만들어지는 대표 인기동물로
그렇기에 타지에서 온 나와 같은 이방인에게 캥거루와 코알라는 호주에서 꼭 만나봐야 하는
그렇지 않았다면 호주에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의심을 살 동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갔다. 캥거루와 코알라를 만나러.
호주 브리즈번에서 널브러진 캥거루를 만날 수 있다는 소문아닌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이 바로 '론파인(Lone Pine)'. 
론파인이라는 이름 밑에 추가적으로 쓰여진 걸 보면 여긴 '코알라 보호구역'으로 캥거루보다는 코알라가 우선인데 
그도 그런 것이 잭과 질이라는 이름의 코알라 두마리로부터 시작된 것이 이 롬파인의 시초이기 때문. 
1972년에 만들어진 이 보호구역은 세계 최초이자 최대 크기의 규모로 현재 130여마리의 코알라가 서식하고 있다.

어쨌든 캥거루에게는 섭섭한 얘기다.




처음 입장하면 반기는 동물은 사실 몇 마리의 코알라지만, 유칼리투스 나무 뒤에 숨어서는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게 다인가 코알라는? 라고 실망을 할 수도 있지만, 롬파인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 후에 지나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이 글의 첫 번째 주인공인 캥거루로.
영웅은 뒤늦게 나타날 법도 한데 롬파인에서는 그런 것도 없이 등장이 빠르다.
그럼에도 나의 흥미를 엄청나게 자극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한 것이 바로 이 캥거루다.




가장 처음 놀랬던 건, 이 캥거루들을 그냥 풀어놨다는 것이다.
우리 밖에서 지켜보는 것도 아닐 뿐더러 직접 들어가서 캥거루들을 만져봐도, 먹이를 건네도 상관없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 속에서 빛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던 눈빛도 지쳐 쓰러져 있던 몸뚱어리도 없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들은 너무나 편안했고 여유로웠으며 때론 먹이를 들고있을 땐 미친듯이 달려왔다. (무서울 정도로)
100% 리얼 야생이라고 하기에는 사람들 손을 너무 탔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가둬져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과는 달랐다.
그래서 더 신나보이는 그들의 삶에 나는 조심스레 끼어들어 방해가 되지 않게 지켜보았다. (물론 그들이 날 안중에 없었기도.)




그런데 이건 너무 안중에 없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이게 두번째로 놀란 일이었다.)
사진을 찍든 말든 상관도 하지 않고 누워서 자기 바쁜 캥거루들이 너무 많이 보였던 것.
내가 생각했던 캥거루는 용수철처럼 또잉또잉 뛰어다니는 그런 모습이거나 최근 본 캥거루 관련 비디오에서처럼
날렵하게, 때론 수컷냄새 풍기며 거칠게 복싱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날이 좋아서일까 이들은 너무 늘어졌다.

쉽게 말하면 캥거루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이봐 일어나봐!!" "아이..귀찮게 왜 이래요. 카메라 저리 치워요."

자는 캥거루 옆에 쪼그려 앉아 이름을 부르며 깨우니 귀찮은 듯 눈을 뜬다.
부스스한 얼굴에 짙어진 쌍꺼플, 해가 눈이 부신 듯 가늘게 뜨는 이 모습은 인간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땅에 머리를 기대어 잔다.

단거리를 뛸 때는 시속 64킬로미터로 뛸 수 있고, 거리로는 13미터까지 위로는 4미터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그 캥거루가 맞는지 잠시 고민에 빠진다. 널브러져 있기로 최고가 아니고?




한창 잠에 빠져있는 캥거루 옆에서 이렇게 사진도 찍고 저렇게 찍고 하는 데도 반응이 없다.
나름 먼 길 버스타고 찾아왔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섭섭한 마음도 살짝 들 무렵 옆의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제대로 된 캥거루의 모습을 한! 내 머리속의 캥거루 이미지에 딱 맞는 캥거루 어미와 새끼가 보였다.
아. 저거지 저거. 감동이 밀려드는 이 기분이란.

새끼 캥거루가 어미의 주머니(육아낭이라고 한다)에서 지내는 걸 보면 엄마가 없으면 안 되는 동물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조산(早産)으로 태어난 캥거루 새끼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어미의 육아낭으로 들어간다. 
오히려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이 안전한 방법을 스스로 힘으로 터득해낸 것이니 동물의 세계는 놀랍다.




이 많은 캥거루와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들의 뒤를 쫓아서 뛰어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캥거루를 지켜보면서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해 내 그들을 나눠보려고 했지만,
크기에 따라 캥거루(Kangaroo), 왈라루(Wallaroo), 왈라비(Wallaby) 등으로 구분하기엔 내 눈은 평범했다.

자, 캥거루와의 시간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제 론파인의 메인간판(미안, 캥거루야.) 코알라를 보러 나선다.





실제로 코알라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것이 코알라는 한국 동물원에서 만나기 힘든 동물 중 하나.
커다란 코와 바둑알같은 둔 그리고 통통한 엉덩이는 캥거루와는 다른 귀여움이 넘친다.

참 재미나게도 이 귀여운 코알라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동물이다. 평균 20시간을 나무 위에서 잠을 자기 때문.
내가 찍은 사진 속의 코알라들은 다 눈을 뜨고 있으니 난 아마도 얼마되지 않는 이들의 활동 시간에 찾아갔나보다. 올레!




아 물론 론파인에 있는 모든 코알라가 다 깨어있지 않았다. 어떤 코알라들은 옆에서 사진을 찍든 말든 그냥 자더라는.
평균 20시간을 잔다니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어쨌든 이 좋은 운으로 새끼 코알라들의 밥 먹는 시간에 우리 앞을 지나칠 수 있었다.
사육사가 한가득 가져온 유칼립투스 나무를 우걱우걱 씹는 코알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나른해지는 기분.
앞서 이들이 20시간이 넘게 자는 이유는 이들이 주식으로 삼는 이 유칼립투스때문이다.

삼시 세끼 고기반찬을 먹어도 모자랄 지경인데(이건 내 얘기다.) 나무잎만 먹어서 얼마나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그다지 영양도 높지 않고 게다가 독성도 있는 유칼립투스의 잎만 먹다 보니 잠을 그렇게 많이 잘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영양부족 코알라가 나무기둥을 타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야생에서 천적의 공격을 받아 다치거나 죽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나기도 한다.
천적으로 덩치가 큰 육식동물을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코알라의 천적을 꼽는다면 산불 그리고 사람이다.




2009년에 호주 빅토리아주에는 많은 사상자와 산림 소실의 피해를 남긴 산불이 발생한다.
호주 최악의 산불로 일컬어지는 이 화재에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한 마리의 코알라였다.
화상을 입고 홀로 남아있던 코알라 한 마리를 발견한 자원봉사자가 그녀에게 물을 먹여주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은
자연재해와 그곳에 살아가는 야생동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반면 이들의 모피를 얻기 위해 많은 코알라가 사람의 손에 희생되기도 한다.
2010년에는 호주 퀸즈랜드주에서 총을 맞은 코알라 모자가 발견되었으니 어미는 이미 죽고
새끼 코알라는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병원에 후송되었다. 새끼 코알라 몸에서 발견된 것은 15발의 총알.
(이후 프로도라고 이름 붙여진 이 코알라는 무사히 살아나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내 졌다.)

생각해보자. 누가 이들에게 그런 짓을 했을까. 가끔 몇몇 이들의 모피에 대한 열정은 참으로 어리석기만 하다.




20세기 초 코알라 모피를 위해 불법적으로 많이 포획되던 코알라는 그렇게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들은 코알라를 보호하기 시작하며 론파인과 같은 보호구역을 만들게 된다.

모피 이야기가 나와서 하나 추가로 말하자면, 코알라가 엄청 부드럽고 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겠지만,
돈을 내고 같이 사진을 찍어봤는데 은근 무겁고 은근 냄새나며 은근 손톱에 찍히면 아프다.
그러니 코알라는 그저 지켜봐 주는 걸로 만족하자. (그래도 안아보고 싶으면 18호주달러를 내고 사진을 찍어도...)




캥거루와 코알라가 이번 글의 주인공이다 보니 다른 동물이야기는 줄어들었지만, 론파인에 이 두 동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 악어, 오리너구리, 딩고, 뱀, 다양한 새도 있는데 캥거루와 코알라에 정신이 팔려 이들은 스쳐 가기 일수.




그렇지만 사실 이들도 조금 특별한 동물들이다. 특히 호주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동물들만 소개한다면
타조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새인 에뮤(EMU)가 그 중 하나. 날지 못하는 이 비운의 새는
직접 보면 타조인가 싶어지지만, 엄연히 다른 이름의 새로 얼굴과 목에 털이 그다지 없어서 대머리 독수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살짝 만져봐도 가만히 있을 정도로 참 순한 동물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야생개 딩고(Dingo)도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로 진돗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개의 이미지이긴 하지만, 거친 야생 본능을 가지고 있어 조심해야 할 동물이기도 하다.

한 예로 1980년에 호주에서 딩고 영아 납치 사건이 믿기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 세간을 놀라게 했다.
딩고가 무슨수로? 라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기에 딩고가 자신의 아이를 물고 갔다는 진술을 한 부모가
32년 동안 범인으로 지목받아 무죄와의 싸움을 했던 이 사건은 딩고 무리의 동굴 근처에서 아기의 옷이 발견되는 등의
증거들을 토대로 범인은 딩고로 판단되어 부모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오리를 담은 주둥이와 너구리를 담은 몸을 가지고 있는 오리너구리(platypus)도 론파인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
동물학자들이 조류일지 포유류일지 고민하게 만든 이 동물은 알을 낳아 새끼를 젖먹여 키운다는 것으로 포유류로 분류되었고
포유류 동물 중에서는 유일하게 독을 쓴다.(뒷발톱에 있는 독은 치명적이지는 않아도 고통을 주는 독을 품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귀여운 동물 웜뱃(wombat)이다.
짧은 다리 보일 듯 말 듯한 꼬리 뚱뚱한 몸, 그리고 낮에는 무조건 잠만 자는 습성.
꽤 귀여운 얼굴을 가진 웜뱃이지만 론파인을 둘러보는 동안 나는 이 동물의 통통한 몸밖에 보질 못했다.

야행성 동물인지라 그런 것도 있지만, 기초대사량이 낮아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것도 있어서인데
그래서 이 땅딸막한 동물은 캥거루처럼 널브러진 상태로만 계속 만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은 언제 볼 수 있는 거니?




긴 시간을 론파인에서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 처음 만났던 캥거루 무리를 다시 보러 갔다.
캥거루에 대한 이 애정은 내 모자를 씌워주고 같이 기념사진을 찍는 걸로 마무리되었고
여전히 늘어지게 잠만 자는 캥거루를 보면서 그래도 자연재해나 사람의 손에 죽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브리즈번에서 멜버른으로 향하는 로드트립에서 로드킬을 당한 너무도 많은 캥거루를 봤다.)
어쨌든 나는 캥거루와 코알라를 봤고, 호주에 온 것도 이 글로 확실해졌다. 


"호주에 갔다 왔다고? 캥거루 봤어? 코알라 봤어?"
"응, 봤지. 봤고말고."



론파인 코알라 보호구역(Lone Pine Koala Sanctuary)
708 Jesmond Rd, Fig Tree Pocket QLD 4069
http://www.koala.net/


1. 기본 입장료는 33호주달러지만, 학생할인을 받거나 시내 유학원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할인가격으로 구입가능.
2. 코알라를 안고 찍은 사진은 프린트된 것과 별개로 웹상으로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
3. 가는 법 : 시티 퀸스트리트 몰 지하 B4플랫폼에서 430번 버스를 타거나 http://www.mirimar.com/에서 코알라 크루즈 예약.
4. 운영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안작데이는 오후 1시 30분에서 5시까지, 크리스마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 글은 2012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의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기간에 담겨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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