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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다. 
비행기가 내리고 땅을 밟는 순간부터 나는 다시 그곳을 그리워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발견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낀 10여 일간의 여행.
때론 눈이, 때론 비가. 가는 곳마다 따라오던 심술궂은 날씨는 슬며시 올라오는 봄의 기운을 괴롭혔지만,
어느샌가 그것마저도 친구로 만드는 위대한 자연 아래 나는 걷고 걸었다.
뽀얗게 뿜어내던 숨 하나하나마저 기억될 캐나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짤막하게 정리했다.



첫째 날 에어캐나다를 타고 두 번의 경유를 거쳐 벤프로 (Inchon - Vancouver - Calgary - Banff)

장시간 비행은 불 보듯 뻔한 지루한 일이다. 자고 또 자고 또 자고..
호주에서 귀국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떠나는 여행이기에 그런 시간이 더 지루하게 느껴질 만도 했다.
그러나 일찍 도착한 덕인지 에어캐나다 쪽에서 넓은 비상구쪽 좌석을 지정해 주었고, 
한국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에드먼튼으로 돌아가는 한국인 동갑내기 승객과 함께 이런저런 수다로
그 지루할 것만 같은 시간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보내며 캐나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벤프 들어가는 입구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슴 친구들과 함께 기분 좋게 시작한 첫째 날.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이용해 본 에어캐나다

비행기 옆에 앉은 동갑내기 승객이 알버타주 여행의 최고로 꼽은 레이크 루이스

 벤프 초입에 갑자기 나타난 사슴친구들 때문에 허둥지둥



둘째 날 흐린 날씨 속에 맑아지는 순간을 즐기다 (Banff Gondola- Sunshine Village - Banff Upper Hot Springs)

여행 내내 좋지 않은 날씨는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재미가 되기도 했다.
흐린 날씨로 잠시 보류해둔 곤돌라는 갑자기 맑아지는 하늘을 보곤 바로 달려가 탑승.
산에서 내려올 때 다시 흐려지는 하늘을 보면서 이번 여행은 날씨로 만만찮을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록키산맥의 장엄함과 함께 자연의 변화를 몸소 느낀 벤프에서의 하루.

 날이 조금 맑아지자, 바로 설퍼산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뽀독뽀독 눈 소리가 재미나던 스노우슈잉

▲ 눈이 쌓인 산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하는 뜨~끈한 기분



셋째 날 자연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다 (Johnston Canyon - Mt.Norquay - Banff)

평소 그렇게 좋지 않은 체력인지라 이번 여행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한 것도 사실.
그런데 얼마나 즐겁게 지냈는지 그런 걱정은 하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조각물들에 그 어느 감탄사도 뱉어낼 수 없었던 아이스워킹과
겁많은 나 또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즐길 수 있었던 눈 튜브.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 이렇게 다양하게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 자연이 빚어내는 조각물의 아름다움

▲ 이보다 더 재미날 수가 없었던 눈 썰매가 아닌 눈 튜브!!

▲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달린다.



넷째 날 아쉬움은 또 다른 설렘을 낳고 (Banff - Athabasca Falls - Jasper)

가이드님의 배려로 일정에 없던 미네완카, 투잭, 루이스 호수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날씨도 흐리고 눈발이 날리는 옳지 못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멋진 곳임음 틀림없다.
기대했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도 잔뜩 흐린 날씨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에 또 찾아와야겠다는 설렘을 낳으니까 말이다.

▲ 아직 녹지 않은 호수 어딘가에는 인디언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 내리는 눈은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들고..


▲ 재스퍼에서 만난 터프한 엘크 아줌마



다섯째 날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날들 (Jasper - Maligne Canyon - Marmot Basin)

좋지 않은 날씨를 혼자서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카메라를 들고 밤새 눈이 내린 재스퍼 마을 산책에 나섰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했고, 큰 개와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인사를 가볍게 건네오는 그들은 이번 여행은 더욱 반짝이게 한 존재. 고맙습니다 :-)

▲ 아침 동네산책은 나만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

▲ 산남자와 함께하는 스파르타~ 아이스워킹

▲ 캐나다 꼬맹이들은 나보다 스키실력이 월등!



여섯째 날 오랜만에 만난 도시 (Jasper - Edmonton Mall)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크기의 쇼핑몰을 봤었는데,
수영장과 놀이공원, 아이스링크가 들어간 이런 규모의 쇼핑몰은 처음 보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갑자기 큰 도시로 나오니 모든 게 또 새롭게 느껴진다. 

▲ 떠나는 날이 되자 멋진 하늘과 산을 보여준 재스퍼

▲ 알버타주의 주도답게 큰 도시인 에드먼튼에 들어서서는 길을 조금 헤맸다.

▲ 또 다른 피겨여왕을 꿈꾸는 소녀들은 한창 연습 중



일곱째 날 비 오는 토론토는 아쉽기만하다 (Edmonton - Toronto CN Tower)

함께하던 가이드님도 더는 없고 토론토부터는 정말 혼자 하는 여행이다.
그 덕분에 좌충우돌이란 말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펼쳐졌다.
여행이 끝난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등에 짊어진 가방 무게만큼이나 마음도 무겁더라는.
나중에 여행 실패기는 따로 묶어 볼 생각이다. 꽤 재미난 에피소드가 모일 듯.

▲ 보딩도 이제 기계로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

▲ 비 내리는 토론토 시내, 이 비는 왔다가 금새 그치고 또 내린다.

▲ 안개가 심하게 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충격의 CN Tower.



여덟째 날 드디어 만난 나이아가라 폭포! (Niagara Falls)

나이아가라 폭포는 언젠가 볼 수 있을꺼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는데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호텔 창문 밖으로 바라본 풍경으로는 그다지 크지 않은 폭포처럼 느껴졌는데
실제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까지 가자 엄청난 기세로 부는 바람과 물방울에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자연의 위대함을 캐나다 곳곳에서 느끼고 또 느꼈다.

▲ 나이아가라로 향할 땐 비아레일 ViaRail을 이용했다.

▲ 전날 CN Tower의 충격으로 고민하다가 올라간 스카이론 타워 Skylon Tower! 다행이었다.

▲ 비가 그치고 멋진 매직아워를 보여준 나이아가라의 특별한 작은 거리



아홉째 날 비와 눈은 나를 따라다닌다 (Toronto Downtown - Casaloma)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 맑은 날씨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맞는 듯했다.
알버타주에서 온타리오주로 꽤 먼 거리를 이동했음에도 여전히 비와 눈은 나를 따라다녔다.
벗 삼아 다니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일정이 많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꿋꿋이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4월, 갑자기 내린 눈을 취재하러 나온 것인지 방송국 카메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 이런 멋진 집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놓아버린다는 것

▲ 토론토 여행의 또 하나의 실패, 시티투어버스


열째 날 한국으로 돌아오다 (Toronto - Vancouver - Inchon)

마지막 날은 이래저래 고생을 조금 한 날이다 보니 캐나다에서 출발할 때부터 지쳐있었다.
긴 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출국장 문을 통해 나가니 반가운 얼굴이 휴대폰으로 환영메시지를 날리며 반겨주어 기쁘더라는.
온몸 가득 묵직하게 자리 잡은 여독과 시차 적응으로 하루 이틀 힘들 것 같기도 하지만, 
벌써부터 그곳이 다시 그리워지는 걸 보니 아마도 캐나다의 매력에 푹 빠졌나보다.


캐나다에서 보낸 이야기를 다 적어내기에 '짤막'이란 단어는 많이 부족하기에 가득 쌓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이 된다.
하얀 눈을 밟고 설 때의 소리와 얼굴로 불어오던 록키산맥의 바람과 반짝반짝한 매직아워를 만드는데 한몫한 비 내음까지.
그곳에서의 느낀 모든 것을 표현하기엔 써내려가는 이 글 한 줄, 사진 한 장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사뿐사뿐 써내려가 볼 생각이다. 나를 바라보던 사슴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그 순간처럼
조용하게. 편안하게. 기분 좋게~ 말이다.


<이번 포스팅은 하나투어와 트래블 웹진 '겟어바웃', 알버타 관광청의 지원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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