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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의 일본 취재여행을 마치고 피로감에 휩싸여 집으로 가고 싶단 생각이 들고 있었지만, 
그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환영! 빵셔틀'을 외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그들이. 그렇게 모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기념품으로 사올 '먹을 것'을 기다리기 위해서.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했던 롤케이크를 사갈 테니 기다리라는 이야기는 현실이 되어 그들은 정말 합정에서 나를 기다렸다.
도착과 함께 환영인사는 접어두고 손부터 내미는 매정한 그들은 곧 캐리어와 기념품이 든 종이가방을 앗아가고..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마스터쉐프 저리 가라고 할 정도의 날카로운 평가와 함께. 




나름 산다고 샀는데도 하나씩 먹으면서 맛을 음미하고 '다음'을 외치다 보니 금세 사라지는 기념 먹을거리. 허망하고 허망하도다.
4박 5일의 칸사이 지역 여행을 하면서 내가 챙겨 온 것은 나름 지역에 맞추어서 챙겨오고 추천받아 챙겨온 것들인데
이들의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런 '디테일'은 무시하고 오로지 '맛'으로 평가되었다.

"맛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맛있는 건 먹고 맛없는 건 떠납니다. 맛없는 건 테이블을 떠나도 좋....?!"




첫 번째 먹거리는 칸사이 국제공항에서 직원의 추천을 받아 사온 '바움쿠헨'.
나무라는 의미의 '바움'과 과자의 '쿠헨'이란 말이 만나 그 이름 만큼이나 나무의 단면을 잘라놓은 것 같은 생김새다.
단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시피 바움쿠헨이란 이 케이크는 독일에서 만들기 시작한 음식으로
얇게 반죽을 묻혀 굽고 그 위에 다시 덧발라 굽고 그렇게 열 번에서 스무 번까지 반복하는 공들어 만드는 케이크다.

뭐 이들은 그냥 먹었지만. "적당히 달고 맛있네." 라는 평과 함께.




두 번째로 꺼낸 건 역시 칸사이 국제공항의 기념품 가게 직원에게 추천을 받아서 구입한 'Royce 초코감자칩'
병아리만쥬로 유명한 히요코나 바나나 모양의 도쿄바나나를 골라 고민하다 혹시나 싶어 추천하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의외로 요즘 잘 나간다며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초코감자칩. 말 그대로 감자칩에 초코가 발라져 있는 형태로

"짭쪼름하면서 달콤하다"라는 그다지 영혼 없는 평가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맛있었다. 




세 번째 먹거리는 '오타베(おたべ)'라고 불리는 생과자로 쿄토를 걷다 보면 아주 손쉽게 시식할 수 있는 음식이다.
만두피 같은 쫀득한 얇은 떡피 안에 팥앙금이 들어가 있는 게 보통인데 특별히 가을 한정으로 밤앙금이 들어 간 걸로 골랐다.
그러나 한정이고 뭐고 쿄토의 명물이고 뭐고 그런 걸 전혀 괘념치 않는 그들은

"너무 달다"라는 예상보다 별로인 반응을 보여 나를 낙담케 했다. 




네 번째 먹거리는 이번 칸사이 여행의 가장 주요지였던 와카야마에서 가지고 온 초콜릿 과자 '쿠마노코도이야기'.
(쿠마노코도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옛 순례길인데 이번 여행에 들렸던 곳은 아니지만, 와카야마현의 관광명소 중 하나다.)
와카야마 지역의 특산물로 이름 난 '매실'이 들어갔기에 조금 우려되는 맛이었지만, 실제로는 매실이 들어간 지도 모를 정도.

오히려 "고소하니 맛있네" 라는 좋은 평가를 얻은 기념품이다.




마지막 기념품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일본 여행의 인기 기념품인 '우마이봉'이다.
오사카에서 별에 별것이 다 있기로 유명한 돈키호테에서 구매한 이것은 다양한 맛이 있어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지만,
한국인들에게 인기 1위라는 문구가 적혀있던 '옥수수맛'으로 특별히 골랐다. (오사카니까 타코야키맛도 조금 탐나더라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고소하고 바스락거리는 그 맛이 은근한 중독성인지라 맥주랑 먹어도 어울릴 듯 했다.

그러나 기념품 평가단은 '맛있지만, 목이 막힌다'라는 냉철한 평가. 털썩.


그렇게 다섯 가지의 기념품을 번개와 같이 해치우고서는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가져가는 걸로 이 짧은 만남은 끝.
정말 '기념품을 먹기 위해' 나를 기다려 준 그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며
이날 가장 괜찮은 평을 받은 기념품은 '바움쿠헨'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제2호 빵셔틀(!)이 일본으로 출국했다. 2주간의 일정으로. 이제 내가 기다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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