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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한 멜버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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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한 멜버른 여행하기


뉴질랜드를 가기 전 멜버른에 잠시 머물렀을 때다.
어차피 뉴질랜드 여행은 이렇다 할 계획 없이 가는 것이기에 숙소 또한 정해두지 않았는데,
4일 정도 머무를 멜버른은 호주워킹홀리데이 기간에 탔던 자동차 판매와 짐정리를 해야 했기에 어찌 되었든 '숙소'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나와 우쿠가 선택한 것은 '에어비앤비(airbnb)' 서비스.
이미 여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전 세계 1천 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민박 예약 사이트'다.

기회가 되면 에어비앤비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포스팅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우리가 4일간 머문 그레이스란 이름을 가진 그녀의 집을 이야기 해보는 걸로. 



첫날은 날이 흐려서 아쉬웠다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스포츠우드 허드슨 로드 47번지 집

한국에서 출발 전 미리 인터넷을 통해 예약과 결제를 마쳤다. 
짧은 나의 영어에도 그녀는 필요한 내용만 쏙쏙 골라서 잘 알아 들었고 그렇게 도착한 멜버른에서 
그레이스의 집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길가에 위치한 터라 알아보기가 쉬웠으니까.

멜버른에 살았지만, 스포츠우드란 곳은 처음이었다. 늘 지나는 길에 있었지만 한 번도 들린 적 없는 곳.
한적한 동네였고 나중에 시간을 내서 마을을 돌아볼 때도 특별할 것은 없는 조용한 주택가였다.



▲ 수풀사이로 훔쳐보는(?) 느낌이 제법 괜찮았다


|매력적인 그 집의 정원

그 집을 표현하는 단어는 상당히 많을 것 같다. 그중의 하나는 '넓은 정원'
한국에서는 분명 이런 정원을 가진 집을 구하려면 꽤 많은 돈을 줘야 함이 분명할 텐데,
아직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그레이스가 이 집의 주인이란 사실은 잘 믿기지가 않았다.



▲ 숨은 고양이 찾기

▲ 회색 줄무늬 고양이 1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었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 집이었다. ^^;;
나무도 잔디도 제멋대로 자라나 엉성한 느낌을 주고,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느낌의 정원 소품들도 그러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냐고? 그럴 리가! 나와 우쿠는 이 정돈되지 않은 집의 매력에 단번에 빠졌다.
깔끔했다면 모든 걸 조심해서 만져야 했을지도 모르고 괜한 눈치마저 보였을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정원 곳곳에 숨어있는 귀여운 친구들과 함께 정원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 온 몸이 까만 고양이 2

▲ 턱시도입은 고양이 3

|매력적인 그 집의 고양이

또 하나의 매력은 무려 네 마리의 고양이. 처음 사이트를 예약할 때만 하더라도 두 마리란 이야기를 봤는데, 
도착했을 땐 친구의 고양이를 잠시 맡고 있어서 네 마리의 고양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정원에 풀어놓아 이대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밤이면 돌아오는 이 녀석들을 보고 괜한 기우였다고 생각했다.



▲ 삼색 무늬 고양이 4


밤외출(?)을 나가는 그레이스와 그녀의 남자친구 켄이 알려준 이들을 불러 모으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그저 이름만 부르면 된다는 것. 과연 이방인인 내 목소리에 이들이 모이겠느냐는 궁금증은 
현관문을 열고 그들의 이름을 몇 번 부르고 나서 바로 풀렸다. 어둠 속에서 집을 향해 투다다닷 뛰어 들어와 주니 말이다.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친한선배가 절로 생각이 나며 이들과의 짧은 동거생활(?)은 매우 흡족했다.
물론 씻고 오는 동안 내가 잘 곳에 먼저 몸을 누이고 자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뻔뻔한 모습도 보였지만.



▲ 영어의 압박 속에서 아는 문장만 골라내기

|다정한 그 집 사용 설명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그레이스 집에 묵고 간 이도 분명 여럿.
우리가 묵을 방에는 그녀가 미리 준비해 둔 '여행자를 위한 집 사용설명서'가 있어 첫 페이지부터 읽어 보았다.



▲ 이 집을 지나치는 여행자들끼리 책을 교환해도 된다

▲ 손으로 친절하게 쓰인 설명

집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주의사항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종이에는 같이 사는 고양이에 대한 설명이나, 정원에 있는 자전거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좋다는 친절한 말들로 가득해
다시 한 번 이 집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돈되어 있지 않아 더 정겨운 부엌

|기분 좋은 따뜻함이 머무는 곳

사실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서 본 그레이스 집과 실제로 본 집은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사이트에 올라가는 사진인지라 대청소를 아주 제대로 하고 찍었던 모양.
그래서 실제로 만난 집은 서울의 자취방을 연상케 하는 정돈되지 않은 집의 모양새였는데
오히려 그게 더 따뜻한 분위기를 풍겨서 있는 동안 깔끔한 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흡족했다.



▲ 따뜻한 햇볕에 눈을 뜨면 수면 양말 한 짝이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겨울로 접어드는 멜버른의 아침은 생각보다 더 쌀쌀했다. 그래도 창문 가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기분 좋게 일어나는
이런 여유야말로 여행에서 얻는 기쁨인 동시에 지금 내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났구나를 깨닫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집을 떠나기 전. 집안을 천천히 다시금 돌아봤다.
낮 동안 다시 찾은 멜버른을 구경하느라 집을 제대로 둘러볼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
화려한 장식보단 손으로 만든 장식품으로 채워넣은 집은 여기저기가 그레이스의 손길이 닿아 그저 따뜻했다.




우쿠와 나는 호주 짐을 정리하면서 찾은 한국의 설경이 담긴 엽서와 전통무늬의 자석을 그레이스의 선물로 남겨두었다.
눈이 오는 걸 본 적이 없는 멜버른이었기에 나름 레어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는 쪽은 어찌 생각했을지.
어쨌든 이렇게나마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 따뜻한 집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사실 멜버른에 살았을 때 이야기와 멜버른을 다시 갔을 때 이야기를 다 끄집어내지 못했다.
생각보다 여행기는 더 더디게 진행이 되고, 요즘은 일이 바빠서 더 블로그를 들여다볼 시간을 내지 못했다.
문득 이 집이 생각난 건 지저분한 내 좁은 자취방이 답답해 보여 여행이 가고 싶어졌기 때문.
어쨌든 이렇게 몇 줄의 글을 쓰며 이 집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잠시나마 행복해졌다.
아. 고양이들 잘살고 있으려나..


소소한 이야기 하나. 나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
소소한 이야기 둘. 그래도 고양이가 좋아 선택했는데 잘 때마다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현지인의 집에 머물러 보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에어비앤비 사이트http://www.airbnb.co.kr/



이 멜버른 여행은 2013년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4박 5일간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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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2013 신난제이유 / 사진 및 글에 대한 불펌을 금합니다.
오타 및 잘못된 내용의 수정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Camera : Panasonic GF-1 (신난제이유) / Olympus OM-D(우쿠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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