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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인테리어 하지 마라 
옥탑방 셀프인테리어 프롤로그

셀프인테리어. 옥탑으로의 이사를 정하고 나서 내가 선택한 이 여섯 글자로 인해 나는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오늘 작성하는 이 글이 셀프인테리어를 생각하는 많은 이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 짐작하며 많은 이들이 그렇게 궁금해했던 셀프인테리어의 실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정확하게 이건 '프롤로그'지 변신 전, 변신 후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셀프인테리어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셀프인테리어 알고리즘

셀프인테리어의 알고리즘을 준비해 보았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었다면 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다란 패기로 도전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돈, 남자사람(혹은 체력좋은 여자사람), 정확한 계획이 없다면 셀프인테리어는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이들은 어쩌다가 끌려와서 3주간 노동 아닌 노동을..


셀프인테리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저렴하게 내 집을 꾸밀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우린 알아야 한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혼자서 집을 다 칠하기엔 외롭고 험난한 길, 친구를 불러서 페인트칠한다 하더라도 같이 고생했는데 밥이라도 먹여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 보면 결국 페인트칠하고 장판 깔고 하는 그 모든 것들엔 결국 인건비가 든다. 오히려 전문가에게 쓰는 인건비는 내가 한 것보단 더 깔끔하게 된다. 



 근처 카페 내부 인테리어 공사하느라 버려둔 나무들을 주워오고 싶...


또한, 셀프인테리어는 재료를 사는 것에도 돈이 든다. 이젠 주인집에서 해 주는 꽃무늬 벽지와 누런 장판에서 벗어나 셀프인테리어답게 내 스타일로 꾸미겠다고 다짐해 보아도 장판도 벽지도 그 밖에 등등도 돈 쓰는 만큼 때깔이 좋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떻게든 인터넷 최저가를 뒤지고 뒤져서 괜찮은 걸로 찾아내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이전에 포스팅한 것처럼 택배사고라도 나면 흔한 말로 '멘붕'을 경험하게 되니 돈도 나가고 시간도 나가고 아주 곤혹스런 일이 발생한다. 

덧붙여 아무런 계획 없이 시작한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절대 셀프인테리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대략 벽을 칠하고 장판을 깔면 되겠지로 시작한 셀프인테리어는 싱크대 교체에까지 이르렀으니 적당히 벽을 칠하고 장판을 깔면 될꺼야란 생각으로 시작한다면 말리고 싶다. 정확히 집의 어디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할지 계획해야 시간도 돈도 낭비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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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그리다가 귀찮아졌다.


셀프인테리어를 잘하는 법

아직도 끝내지 못한 셀프인테리어. 잘하는 법을 내가 설명한들 그게 진짜 잘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몇 마디 해 보자면! 작업하면서 계속 느끼는 건데 셀프인테리어를 잘하려면 '계획을 잘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유의 귀차니즘으로 될 대로 되겠지란 식으로 시작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스크랩 하는 것도 좋고 도면을 그릴 수 있는 사이트를 이용해서 직접 그려가며 고심해 보는 것도 좋다. 어느 정도의 예산으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야 시간도 돈도 체력도 정신도 아낄 수 있는 법이더라.


 셀프인테리어란 이런것이다! 하하..


또한, '자신과의 타협'도 잘 하는 법일 것 같다. 요걸 바꾸다 보면 저것도 바꾸고 싶고 이것도 해야할 것 같고 집 하나를 새로 지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 그러나 인정해야한다. 내가 사는 이 집은 영원히 내 소유일 수 없다는 것을. 계약기간 동안은 내 스타일로 꾸미고 싶어서 시작하는 셀프인테리어지만, 영원히 이 집에서 살 수 없는 한 적당선에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그리고 장담하건데, 페인트 칠 몇 번 하다 보면 처음에 3번 칠하려고 했던 덧칠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왜 셀프인테리어인가?

6, 7월 동안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페인트칠을 하면서 골백번 생각했다. 셀프인테리어에 도전한 이라면 모두가 생각했을 '나는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을까?' '다음에 이사 갈 땐 이 짓은 하지 말아야지'.. 그럼에도 셀프인테리어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게 된다. 작업을 끝내놓고 나서 울컥하고 밀려드는 '드디어 내 집'이란 기분 말이다. 사실 월세 혹은 전세로 영원히 살 수 있는 집은 아니지만, 셀프인테리어를 끝내면 살아갈 집에 대한 애정이 이전과는 다르게 퐁퐁 솟아오른다.

남들이 왜 자기 집도 아닌 곳에 그렇게 열을 올리느냐고 묻겠지만, 계약기간동안은 어쨌든 내 집이다. 더 이상 꽃무늬 벽지도 체리색 몰딩도 너덜너덜한 싱크대도 없는 아주 뽀얀 내 집 말이다.




요령이 늘고 잘 짜인 계획대로 움직인다면 분명 셀프인테리어는 매력적이다. 절대 쉬운 일도 아니고 나처럼 하다간 고생만 한다는 것도 사실인지라 셀프인테리어 하지마라고 제목에 적었지만, 이 글을 읽고 그래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굳이 말리진 않는다. 분명 겪다보면 알게될테니까. 오늘도 셀프인테리어를 꿈꾸며 이 블로그를 찾은 분들에게 도움 안되는 프롤로그를 남기며, 나는 낡은 보일러 컨트롤러 커버를 만들러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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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X1, iPhon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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