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재미있을 리 없잖아?
입사 3년차를 맞이하며 쓰는 글 


회사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연휴와 주말 끝에 찾아오는 ‘회사 가기 싫어 죽겠다’ 병은 나에게도 찾아온다. 그런데 가끔 내가 회사를 꽤 즐겁게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럴 리 없다. 그건 확실하다.


오늘로 나는 이 회사에 몸담은 지 3년차를 맞이했다. 
이 회사는 소셜마케팅을 주 업무로 하는 대행사다.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그렇다고 내가 소셜마케팅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엄연히 ‘플랫폼 사업부’라는 꽤 거창한 이름의 팀에 소속된 선임매니저다. 



이 상을 내가 기획하고 내가 받았다. 내가 이렇게 대단하다.

삽질하기 위해 시작된 업무


3년 전 나는 ‘삽질을 할 멤버를 찾는다’는 타이틀의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입사했다. 내 직속상관은 송캡틴(블로그 필명 편집장)으로 블로그를 하다가 만난 사이다. ‘이 바닥은 참 좁다.’, ‘경력직은 인맥’이란 말은 나와 그의 사이에서 100%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보니 SNS 채널 밖에서의 삶은 서로 몰랐던 터라 그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시작된 일은 2년이 지나자 ‘애증의 관계’로 발전했다. 

그가 말한 ‘삽질’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 삽질이었고 나는 2년 동안 정말 다양한 삽질을 했다. ‘워드프레스’의 ‘워’도 모르는 나는 2년 동안 작게 크게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경험하며 ‘이런 망할 플랫폼’이라며 버럭 화를 낼 정도로 성장했다. (그게 성장이 맞느냐고 묻는다면, 성장이라고 말할 수밖에.) 다 만든 사이트를 홀랑 날려보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는 수정을 반복하면서 영혼이 날라가는 상황을 여러 번 겪기도 했다. 야근과 철야는 옵션으로 찾아오고 주말 출근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니까 회사 일이 재미있을 리 없다.



내 인생을 통틀어 들어본 가장 로맨틱한 말이었다.

저는 기획자입니다만..

분명 나는 ‘웹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일을 시작했다. '디자이너 출신 기획자라니, 어머 그것만큼 훌륭한 게 없어요’란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꽤 이름이 알려진 십곱하기십(음?) 쇼핑몰 출신으로 나름 미친 듯이 기획전을 쳐내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자신감으로 살기도 했다. 아마 디자인만 줄기차게 했으면 계속 디자이너 타이틀을 달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무슨 역마살인지 일본과 호주를 간다고 들락날락 한 탓에 결혼과 출산이 아님에도 ‘경력단절’의 기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간 동안에 내가 한 것은 블로그. 그래서 ‘블로거’라는 타이틀이 옵션으로 붙었다. 블로거를 하면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 설탕회사의 다양한 문화도 체험할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소셜쪽 일도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긴 백수생활 끝에 소셜마케팅 업무를 시작했건만, 와- 눈물겨운 클라이언트를 만나 눈물겨운 글만 쓰다가 그만뒀다.

그래서 퍼블리싱을 배웠다. 왜냐, 웹디자이너로 돌아가려면 요즘의 웹에 적응을 해야 하니까. 그렇게 배운 퍼블리싱 기술과 웹디자인, 블로거, 소셜마케터의 업무가 뒤엉켜 ‘기획자’라는 멋진 이름으로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말이 좋아서 기획자지 그냥 ‘퍼블디소마터’로 깍두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회사 일이 재미있을 리 없다고!



아침부터 축하삥을 뜯어 보았다. 

사람이 좋아서

자, 그럼 왜 계속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이야기를 해 보자. 이유는 간단하다. 이 회사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좋으니까.
대행사라고 불리는 곳, 쉽게 말해서 ‘을’의 위치는 힘들 수밖에 없다. (물론 갑님도 편하지 않을 거다. 굽신굽신) 하루에도 “짜증 나요”, 피곤해요”,  “힘들어요”, “미친 거 같아요”, “배고파요(?)”, “때려치우고 싶어요”, “다 불살라버리고 싶어요”, "도망가고 싶어요" 가 랩 하듯 나올 수밖에 없는 게 바로 회사 일이다. 지치고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어도 밥벌이를 하기 위해 어김없이 9시에 맞춰서 출근을 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사람이 있어 좋은 거다. 
새벽 네 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시발시발거리면서 이 제안이 팔릴 거라고 웃어젖히는 사람, 퀭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내게 피곤해 보인다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 짜증으로 폭발 직전에 차 한잔 마시러 가자고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 시들한 내 영혼에 따뜻한 말로 물을 주는 사람, 이상한 아재 개그를 하는 사람, 뜬금없는 치맥 제안에 동참하며 몇 시간 동안 욕하며 속풀이 하는 사람까지. 이 일에는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고 나는 그렇게 회사 일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이겨내고 있는 거다. 

2년의 회사생활은 사람으로 인해서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일이기에 잃은 것도 사람이오 얻은 것도 사람일 수밖에 없다.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게 이것은 약점이자 강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그래도 아직은 회사에 다니며 사람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있기에 계속 일을 하고 있다. 

분명한 건 회사 일은 재미없지만, 회사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



입사할 때 삽을 들고 출근했었다. 회사가 수목관련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배우자, 그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돌아보자. 

입사 면접 때도 연봉협상 때도 늘 내가 했던 말이 있다. '그 회사에 배울 것이 있다면 열심히 다니고 싶다.' 이 말은 반대로 말하면 배울 것이 없다면 언제든 떠나겠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아직은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고,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고 일을 끝냈을 때의 안도감과 보람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만족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무언가 더 나아가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일을 더 즐겁게, 그리고 내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고 싶은 바람. 그 욕심이 점점 커지는 시점이다. 그래서 딱 오늘 입사 2년을 꽉 채운 기념으로 한번 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더 원하고 앞으로 어찌 해 나갈 것인가.

회사 일은 재미없지만, 나는 그걸 넘어서서 더 재미난 무언가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알아야 할 때인 거다.



옆 팀장님은 2주년 메시지를 주지 않은 채 휴가가셨다.


입사 3년 차, 흔히들 369의 주기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솔직하게 말하자. 369가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때려치우고 싶은 것이 회사다. 그렇지만 마음대로 때려치울 수 없는 것이 회사요, 금수저로 태어난 것이 아닌 이상에야 놀고먹을 수 없는 것이 이 사회다. 그러니 더 치열하게 어떻게든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회사가 재미있을 리 없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제 나를 위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 3년 차를 맞이한 오늘 더욱 그 생각이 간절해진다. 
또 하루를 회사에서 보낸다. 재미없어도 재미있게, 그리고 치열하게. 

사족. 이 글은 현재 회사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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