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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흔히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뉜다. 무언가 미술에 조예가 상당히 깊은 사람 취급이거나 굉장히 고리타분한 사람 취급이거나. 극과 극의 판단 속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조예가 깊지도 고리타분하지도 않다. 

내게 전시를 보러 간다는 것은 그냥 영화를 보러 가는 것과 같은 거다. 이 영화가 재미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 전시도 재미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컨버전스 아트?


이렇게 벽면 가득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컨버전스 아트, '융합예술'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하면  '예술에 여러 기술이 뒤섞여 만들어 낸 것'.(그래도 어렵다.) '모네, 빛을 그리다' 전은 대표적인 컨버전스 아트 전시회로 명화 작품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어 프로젝터를 통해 벽면에 쏘는 형태의 전시다. 이 신기한 전시는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미술 전시회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향했다.




모네는 인상파다



딱히 미술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중학교 때 '미술'이란 과목이 있었기에 달달달 외운 기억이 난다. 인상파 화가 '마네, 모네, 드가'를. 무슨 랩하듯 중얼중얼 외워서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마네모네드가는 한 단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긴 수염이 멋진 모네, 작품을 위해 정원을 엄청나게 꾸몄다더니 정원사의 느낌도 슬쩍


그때나 지금이나 '인상파'로 묶이는 그들 그룹은 '어째서 인상파일까?'란 의문이 있다. 빛을 이용한 그린 작법에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지만, '인상파'는 '입체파'로 불리는 피카소만큼이나 그래? 그렇단 말이지란 미심쩍은 구석을 만든달까. 피카소는 몸이 근육질(?)이라 입체파려니 하면서 외우곤. (이것이 입시교육의 한계다. ㅎㅎ)




6개의 주제




전시장은 생각 외로 넓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벽면을 최대한 활용한 전시이지 않은가. 시간 순서로 나눈 6개의 주제는 동선의 꼬임이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둘러보기에 잘 짜여 있었다. 이번 전시의 포인트는 '모네의 그림 역사'와 '모네의 그림 배경'로, 동선에 따라 그의 그림이 어떤 변화를 가졌는지를 그림이 그려진 배경과 함께 맞물려 살펴보면 좋은데..


아주 긴 스크린을 이용해 재현한 수련을 그린 작품들 


이도 저도 어려우면 그냥 그림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멍하니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위대해 질 것이다.




이번 전시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기 때문. 개인적으론 우르르 몰려서 도슨트 설명을 듣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터라 '연출자의 변(辯)'이라고 소개된 글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중 마음에 들었던 문구는 이것이다. "나는 위대해질 것이다."

이야말로 엄청난 자신감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절대 내뱉을 수 없는 그런 말. 그림 스타일로 나름 상상해 본 '유약한 이미지의 화가'란 모네의 인상은 이 문구 하나에 사라졌다. 초창기 인상파의 '덜 그린듯한 그림'이란 악평을 들었음에도 자신이 위대해질 것이라 장담했던 화가라니. 새삼 모네라는 화가가 다시 보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결국 위대한 화가가 되었으니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가진 힘을 새삼 느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라 더욱.




그의 뮤즈 카미유



인상파의 작품은 '빛'을 통한 색채의 변화를 그린 풍경화가 많지만, 모네의 작품으로 흔히 떠올리는 작품 중에선 역시 그의 부인이었던 카미유를 그린 '양산을 쓴 여인'이 아닐까 싶다. 모네의 두번째 부인이 자신과 결혼을 하려면 카미유의 사진과 편지를 모두 불태워야 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모네는 카미유를 많이 사랑했고 그만큼 많이 그렸다.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


카미유를 담아낸 작품들에서 발길을 멈추게 만든 작품은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 당시의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게 유행이라고 하지만, 빨간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의 모습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당시 모네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보니 '팔기 위한 그림'으로 그렸다는 말도 있는 작품이라 그런가 확실히 '양산을 쓴 여인'과 비교하면 자극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인상파 화가들




피카소만큼이나 좋아하는 고흐


사실 이 전시는 고흐의 작품을 보고 싶어서 알아봤던 것이지만, 고흐 전은 제주에서 하는지라 차마 거기까진. 다행인 건 모네 전이긴 하지만,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고흐는 물론이거니와 앞서 말한 마네와 드가의 작품까지도 움직이는 영상으로 감상이할 수 있었다.



문득 작품들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느낀 생각인데 여름날 야외에서 이런 명화 전시를 볼 수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맥주 한잔 들고서 부는 바람 느끼면서 멍하니 움직이는 명화작품을 보는 거다. 멍하니. 빛을 사랑한 그들이었으니까 노을 질 무렵부터 밤까지 볼 수 있으면 재밌겠네 싶으면서 문득 자연풍경 그 자체를 보는게 오히려 인상파 화가들이 원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 생각으로만 남기기로.




그곳, 그 순간



아마 내가 본 전시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느릿하게 본 전시가 아닐까 싶다. 벽면 여기저기서 쏘는 통에 한 번 놓치면 기다려서 다시 봐야하는 하기 때문도 있지만, 그냥 모네가 그림을 그릴 때의 그 순간을 느껴보고 싶단 생각에 멈춰 서서 멍하니 바라봤다. 저 순간 저렇게 바람이 불었을까, 새가 날아갔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멍하니. 그렇다 보니 확실히 다른 전시들보다 많은 시간을 작품 앞에 서 있게 될 수밖에 없더라.



전시는 예상대로 괜찮았고 시간 내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전시 끝물(전시는 7월 3일로 종료)이었던지라 더욱이. 다만 아쉬웠던 게 하나 있었다면 꼬맹이들이 어마무시하게 뛰어 다닌 건데.. 스크린 전시였던지라 아이들이 뛸 때마다 프로젝터가 흔들려 화면이 흔들흔들. 좋은 작품을 쉽게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은 알겠지만, 아직 전시장을 놀이터로 아는 상황에서는 눈에 들어오긴 할까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전 일이 그렇습니다


어쨌든 전시가 좋았으니 찌푸렸던 인상은 펴고 만족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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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X1 (신난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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