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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보니까 되게 마음이 설레네요."
"그래요? 전 아쉽던데"
"전 아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다시 설레는 느낌이에요."

대화를 하다가 느꼈다. 원체 내 여행은 무계획이다 보니 아쉬움은 덜한 편이란 사실을.
문득 이번 도쿄여행에서 아쉬운 건 없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다 떠올랐다. 그 기념품이. 


 ̄ ̄

아카사카의 호스텔, 카이수 

카이수의 낮과 밤, 개인적으로는 밤의 풍경이 좋았다. 


도쿄여행 첫째 날 숙소는 아카사카에 잡았다. 롯폰기 인근의 일루미네이션을 보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로 '스테이폴리오'에서 봐 두었던 호스텔을 '부킹닷컴'을 통해 예약했다. 이 호스텔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위치도 위치지만, 스테이폴리오에 소개된 사진들이 너무 예뻤기 때문. 

실제 호스텔을 방문했을 때도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만족했다.



낮엔 카페를 이용하는 동네 사람들로 바글바글


설명에 따르면 카이수는 오래된 요정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라고 한다. 한적한 주택가에 호스텔이 위치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인 듯. 역 주변 번화가를 벗어나 주택가로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이런 곳에 호스텔이 있을까 반신반의했건만, 사진과 똑같은 외관의 건물을 만나고 나서 안심했다.




호스텔에 들어서자 근사한 수염을 가진 스타일리시한 매니저가 반긴다. 낮에는 카페로 이용되는 터라 1층 공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낯선 장소에 어색하게 서 있는 모양새가 조금은 부끄럽단 생각이 들 때쯤 호스텔 매니저가 차 한잔과 체크인 서류를 건넸다. 

손에 닿는 차의 온기가 호스텔 분위기와 닮았단 생각이 순간 들었다.



좁지만, 만족스러운 곳

깔끔하게 유지되던 화장실(위) / 방에 들어가기 전에 신을 벗어야 한다(아래)


호스텔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숙박비에 포함된 조식부터 깔끔하게 유지되는 욕실과 화장실, 나무의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까지. 숙소를 고를 때 생각하는 몇 가지 요소를 충분히 채워주는 공간이었기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었다.



이 아늑함에 아주 푹 잤다.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그럼에도 좁다'는 것. 호스텔에서 처음 묵는 것도 아니고 일본 특유의 작은 공간은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들과 비교하면 10인 도미토리는 공간이 좁았다. 침대의 크기보다는 침대 간의 간격이 좁아 캐리어를 놓고 나면 동선이 방해받는 느낌이 들 정도. 지금 생각엔 실내가 어두웠던 것도 한몫한 듯하다. 



미니멀리즘과 물욕의 사이

호스텔의 몇가지 규칙들(위) / 방 밖을 나오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 있다(아래)


잠들기 전 숙소로 돌아올 때 산 맥주를 들고서 방에서 빠져나왔다. 음식은 방 밖의 공간에서 먹어야 하는 것이 호스텔 규칙이기 때문. 

노트북을 보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일본인 커플 옆 소파를 혼자 떡하니 차지하곤 여행의 피로를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문득 벽에 붙어 있는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프리 수베니어(Free Souvenir)'


지금 봐도 작은 접시와 찻잔은 챙겨왔어야 했다.


무료기념품이라니.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 심리가 발동, 자연스럽게 먹던 맥주를 내려놓았다. 엽서나 포스터 정도일 것으로 생각한 것과 달리 기념품의 정체는 일본풍의 컵, 접시 등이었다. 한마디로 '취향저격'의 기념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 같아서는 종류별로 하나씩 캐리어에 담고 싶었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의 삶을 살겠다며 있던 물건도 나눠주고 버린 내가 또 이렇게 채우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가져가서 잘 사용하면 될 거다 만지작거리다가도 이내 그렇게 물건을 쌓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려놓았다. 그러다가 다시 들었다 다시 내려놓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바나나, 삶은계란, 토스트 그리고 커피, 조식은 이걸로 충분



 ̄ ̄


결국, 내 손에 남은 것은 2개의 술잔이었다.
미니멀리즘을 외치며 단호하게 짐을 쌌고 호스텔과 작별을 고하러 나가는 길에 기념품이 다시 눈에 들어오고 말았던 것. 어쩌겠나. 그렇게 2개의 술잔을 단호(!)하게 챙겨왔다. 더 많이 챙기지 않은 나의 단호함에 만족하며 말이다. 

쓸 일이 없으면 어떡하나 우려했던 것과 달리 술잔은 일본에서 공항에서 덥석 사 온 사케에 너무도 잘 어울렸고. 밀푀유 나베를 곁들여 기념품 술잔에 사케를 따라 홀짝홀짝 마시며 이렇게 잘 쓸 줄 알았으면 더 챙겨올 걸 그랬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뭐, 아쉬움은 다음 여행으로 또 달래면 되겠지. 



정보


스테이폴리오 : http://www.stayfolio.com/
부킹닷컴 : http://www.booking.com
호스텔 카이수 : http://www.kaisu.jp/

일정 : 2017년 12월 6일(수) - 12월 7일(목)
금액 : 4,100엔(여성전용 10베드 도미토리 / 부킹닷컴)


작성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아이폰 7 / F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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