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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치의기록/일본, 2시간

그런데 맛집 - 오키나와 국제거리 맛집 '오리진(おりじん)'

호객행위 하는 가게는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엔 들어갔지만.


이자카야 오리진(나하시내 국제거리)


나는 성격상 여행계획을 짤 때 맛집을 알아두거나 하진 않는 편이다. 방향치다 보니 거리 감각이 떨어지고, 가게를 찾아가는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로 여행을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은 갑작스레 바뀐 여행지다 보니 맛집 리스트를 만들긴 했다. 그러나 막상 오키나와를 도착하고 대망의(?) 첫 식사는 국제거리를 돌아다니다 호객행위에 이끌려 들어갔다.




분위기가 좋다

특별할 것 없는 이자카야


내 나름의 고집이란 것이 그렇다. 쓸데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호객행위를 하는 집은 맛이 없다'는 생각이다. 맛이 있다면 줄을 설 것이지, 종업원이 지나가는 나를 붙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그 생각은 이번엔 확실히 틀렸다. 


이국의 풍경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마련


반신반의하며 들여다본 가게는 꽤 괜찮은 분위기였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걸 봐서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진 곳인듯한데, 이날은 우리 테이블을 제외하곤 현지인만 가득했다. 

메뉴가 쓰인 칠판 아래로 어수선하게 쌓여있는 채소들과 술들. 깔끔한 맛은 없지만, 그렇다고 너저분하진 않았던 매력이 좋았다. 



오키나와 요리는 두부?

마음에 들었던 오토시메뉴 350엔


하이볼[각주:1]을 시키고 나서 오토시(お通し,일종의 자릿세)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깜박했단 생각에 잠시 패배감을 느꼈다. 일본여행, 그것도 이자카야를 너무나도 오랜만에 경험한 탓이려니. 그러나 이미 메뉴판엔 한글로 뺄 수 없다고 적혀 있어 소용없는 일이었다.

보통의 오토시는 그저그런 밑반찬같은 것이 나오곤 했는데, 오리진은 조금 달랐다. 구운 채소와 해산물이 곁들어진 오토시는 감탄사 절로 나오는 맛으로, 우연히 발견한 집치곤 맛집이란 생각에 들떴다.


오키나와 전통음식 '고야참푸르'

어쩌다보니 또 두부요리


한글 메뉴판을 보고 골라도 될 것을 고집스레 종업원에게 추천요리를 물어 두부 요리를 시켰다. 거기에 오키나와에 왔으니, 오키나와다운 음식을 먹겠다고 이름만 들어본 고야참푸르(ゴーヤチャンプル, 여주[각주:2]와 두부를 볶아 만든 요리)를 시켰더니 때아닌 두부파티가 벌어졌다. 아, 오키나와 요리는 모두 두부였던가. 아니다. 그럴리가없지 않는가.



성게 알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900엔의 위엄


두부와 추가로 시킨 맥주로 배를 채우고 나서 기분이 말랑말랑해질 때쯤 절친이 성게 알에 눈독을 들인다. 성게 알이 올라간 군함 말이가 900엔으로 지금 먹은 두부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가격. 그것도 딱 2개가 나오는 가격이니 개당 450엔이란 소리. 자신 있게 주문한 요리들이 두부였던 터라 미안한 마음에 비싸지만 주문했다. 

고맙게도 계란말이 초밥도 2개가 같이 나와 조금은 만족. 개수가 얼마 없으니 아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베어 물었는데, 입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성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ウニ--------------------------------------!"


오키나와 여행을 통틀어 강렬히 남은 맛


진심으로 맛있었다. 비린 맛 하나 없는 깔끔한 맛이 그저 놀라울 따름. 밤송이처럼 생긴 녀석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것을 인제 와서야 알았다니. 비싸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눈독듯 사라짐과 동시에 또 먹고 싶단 생각이 솟아났다. 이후로도 성게알이 보이면 꼭 먹겠다고 생각했지만, 오키나와 여행에선 이게 마지막이 되었다. 아쉽다, 아주 많이 아쉽다. 



식사를 마치고 국제거리를 걸었다. 관광객으로 즐비한 거리를 걸으면서도 내내 성게 알 이야기를 했다. 첫 끼를 만족스럽게 시작했으니, 나머지 여행도 맛있는 음식들만 먹을 수 있을 듯한 생각을 하면서. 호객행위에 이끌려 들어간 집이지만, 검색해 보니 꽤 높은 평점의 맛집이었단 사실도 기분좋더라.

언제고 오키나와에 혹은 삿포로에 간다면 성게알 덮밥이나 성게알 군함말이는 도전해 보겠다는 작은 목표가 생겼다. 우연히 발견한, 이곳, '알고 보니 맛집'으로 소개하며 오키나와 첫 여행기를 시작해 본다.



참고


이자카야 오리진 : https://tabelog.com/kr/okinawa/A4701/A470101/47012289/(타베로그)
금액 : 2인 4,820엔 (하이볼 2잔, 생맥주(발포주) 2잔, 오토시 2인, 고야참푸르, 추천 두부요리, 성게알 군함말이)
추천음식 : 성게알 군함말이(生ウニ握り, 나마우니니기리)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Panasonic GX1 + iPhone 7(F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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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것 [본문으로]
  2. 일본에서는 '고야'라고 불리는 수세미, 박과 비슷한 식물. 씁쓸한 맛이 나며 오키나와에서는 스팸과 같이 볶아서 먹기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