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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에 가서 재즈에 취해 자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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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직접 표를 예매하고 간다는 그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나는 운 좋게 하이트맥주에서 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2박 3일 캠핑권과 함께 재즈공연 3일권 티켓을 얻어 가게 되었으니, 남들이 이 말을 들으면 당연히 "어머 좋으시겠어요~"가 나오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리 얘기하지만, 혹시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온 재즈 아티스트들의 공연 이야기나 혹은 자라섬에서 멋진 캠핑을 보낸 경험담 등을 기대하고 온 분들이라면 "그런 거 절대 없어요!"라고 미리 못 박아둔다.




재즈 페스티벌에 가려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 정말 몰랐다.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에 동참하여 자라섬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는 늬엇늬엇 넘어가고 저녁 식사 시간도 한참 지나 버렸다. 게다가 미리 얘기를 듣고 대비는 했지만, 서울과는 다른 차가운 공기는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어쨌든 저녁부터 먹자는 생각에 조명등 아래에 부랴부랴 돗자리를 폈다.

좌충우돌 에피소드 1 : 텐트 앞에서 밥을 먹기엔 너무 어둡고, 우리의 랜턴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위 : 이래 봐도 한우꽃등심. (고기 협찬 : 봉배맘) / 아래 : 손으로 쥐어뜯은 버섯을 대충 구웠다. (바베큐 협찬 : 그린데이님)

정말 캠핑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다른 캠핑을 오신 분들은 자주 캠핑을 즐겨본 것인지, 정말 완벽한 캠핑인의 모습이었다. 우린 돗자리에 그저 친구 하나가 챙겨 들고 온 음식들과 프라이팬 하나가 다였다. 

좌충우돌 에피소드 2 : 칼도 도마도 없어서 채소들은 죄다 쥐어뜯었다. 양파는 주걱으로 썰고.




하이트 맥주에서 이벤트 당첨된 것도 고마운데, 드라이 피니시 d를 선물로 주었다. 역시 난 와인보단 맥주!

그래도 어떠랴. 씻지도 않은 버섯을 구워서 좋다고 먹어대고, 바베큐는 아니더라도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고기 한 점에 그저 행복한것을. 저 멀리서는 멋진 재즈 음률이 들려오고 맑은 하늘엔 별이 총총.. 이 멋진 환경에서 와인과 맥주가 곁들어진 행복한 저녁식사를 마쳤다.

좌충우돌 에피소드 3 : 술 마시고 배가 불러 조금만 자야지 했는데,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전날 공연을 조금 보고 온 일행들의 의견에 따라서 1박만 하고 돌아가려던 우리는 2박으로 일정 변경!




우리는 그 와중에도 자전거를 타겠다고 열심히 챙겨갔다. 정작 중요한 공연은 보지도 않고.


분명 10월 초인데, 자라섬은 12월을 방불케 하는 추위로 혹한기 대비 훈련을 미리 하는 기분이었다. 새벽에 일어나던 습관이 자라섬에 와서도 바뀌지 않아 이른 아침에 눈을 떠, 텐트 주변의 풍경을 보는데 엄청난 물안개가 내려와 있었다. 이런 물안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 같다. 사진 몇 장 찍으며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텐트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할 일이 딱히 없어져 다시 자러갔다. 

좌충우돌 에피소드 4 : 추워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날은 자라섬에서 남이섬까지 가볍게 라이딩을 했다. 남이섬 안에서의 라이딩을 생각했던 우리는 섬 내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돌아설 수 밖에 어벖었고, 그렇게 돌아와서 또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간단히 밥을 먹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역시나 재즈 공연은 뒤로 한 채.




재즈 공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이 정도의 멋진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그저 좋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일어나서는 공연장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 어떻게 된 것인지, 내가 잘 땐 일행들은 깨어 있고, 내가 일어나 있을 땐, 일행들은 자고 있다. 게다가 막상 공연 보러 갔더니 딱 끝나고 그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타이밍. 참 운도 없구나란 생각이 들 무렵, 하늘에서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런 멋진 풍경을 볼 기회는 주어졌으니, 정말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공연장 주변에는 이런저런 홍보부스와 부대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소원 등 날리기. 종이 등에 각자의 소원을 적어 불을 붙여 하늘로 띄우자, 둥둥 떠올라 하늘 위에 있는 별과 함께 멋진 장관을 이루어냈다. 그렇게 두 번째 날의 밤도 깊어갔다.




(불고기 갈비탕 협찬 : 봉배맘)

텐트로 돌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다시 저녁 준비. 친구 봉배의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신 고기와 음식들. 이것들이 없었다면, 우린 그 추위에 무얼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갈비탕, 캠핑에서 이런 멋진 음식을 먹게 될 줄이야. 정말 친구 어머니의 따뜻한 정성에 이틀 동안 배부르게 잘 지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제대로 준비한건 없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유쾌한 시간, 그걸로도 이 캠핑은 충분했다.

아! 물론 다음번에 또 가게 된다면 그땐 좀 제대로 준비를 해서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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