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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떠난 여행 - 강원도 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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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이고, 뜬금없는 여행기다.

그다지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닌지라, 이런 여행기를 쓰는 것도 조금은 어색하다. 여행기야 여행을 즐기는 블로거들의 글을 보는 게 좋을 것 같고, 나는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은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음, 그러고 보면 내 블로그 자체가 그다지 전문적이지는 않으니 편하게 써야 할 것 같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여행에 서툴다.

▶혹시나 영월에 대한 자세한 여행정보를 원한다면 관련홈페이지(http://www.ywtour.com)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그냥 친한 선배와 이런저런 가 보고 싶은 곳들을 얘기를 하면서 이 여행은 시작되었다. 사실 우린 별을 보고자 '별마로 천문대'라는 곳을 가려고 영월을 선택한 것인데 결국 날씨가 흐려 별은 못 보고 대신 눈만 가득 보았다. 





미끄러져 내 허리를 삐끗하게 한 이곳은 요선암이다.

동강의 물줄기가 그대로 흔적을 남기며 다른 곳과는 다른 형태의 바위와 돌이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모양이 독특해서 뚫어지라 보며 살얼음 진 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했는데, 결국엔 물기 묻은 바위를 헛디디고 미끄러져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 후로 내 허리는 욱신욱신,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다시 한번 욱신욱신.




초록 하나 없이 말라붙은 앙상한 나무들이 오늘의 겨울 여행이 쓸쓸하고 아쉽게 느껴질 만도 한데, 때마침 흩날리는 눈과 함께 바위 가득한 이곳은 나름의 운치가 있어 카메라 셔터를 자꾸 누르게 만들었다. 그리곤 느끼게 되는 '여행은 이래서 재미나는구나.' 탁 트인 풍경과 시원한 공기가 갑작스레 떠나게 된 이 여행이 꽤 괜찮은 것이란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녀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저곳에 사람들을 돌을 올려놓고 소원을 빌어놓고 갔다. 돌 하나 올려놓고 워킹홀리데이를 무사히 잘 마치고 오게 해달라는 소원 하나 정도는 빌었어야 했는데, 카메라로 사진 찍기 바빴던 나는 이 한적한 곳에서도 여유를 잊고 있었나 보다. 아쉬우니 사진을 보며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넓은 카메라 화각이 필요한 이곳은 선돌

쪼개진 절벽을 선돌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는데, 난 이 돌보다도 서강을 끼고 형성된 마을의 모습 자체가 매우 아름다웠다. 내 카메라의 렌즈로는 그 멋진 모습을 다 담아내지 못해서 어찌나 아쉽던지. 후에 집에 와서 챙겨 온 영월 소개 책자를 보니, 이 선돌을 바라보며 소원을 한가지 빌면 이루어진다는 설화가 내려온다고 한다. 이런. 못 빌었다.





임금님,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다음으로 찾아 간곳은 슬픈 왕자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였다. 서강이 곡류하면서 만들어진 지형은 외부와의 출입이 자연스럽게 차단되어 있어서 못생긴 배를 타고 건너가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면 가운데 나무가 무성히 자란 곳이 바로 단종이 짧은 생을 마치기 전에 머물렀던 곳이다. (입장료 2,000원)





국내에서 가장 큰 소나무인 600년 된 관음송을 비롯하여 정말 많은 소나무가 이 곳을 감싸고 있었는데, 단종은 여기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하였을까? 수양대군에게 밀려나 여기까지 온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지, 아니면 그에 대한 원망을 하루하루 곱씹고 있었을지. 청령포의 풍경은 그의 복잡했을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아름답기만 하다.





구중궁궐에서 살던 단종이 이 조그만 기와집에서의 생활은 어떠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그래도 최소한의 왕에 대한 배려였는지 그를 모시는 상궁과 내시가 초가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들 또한 여기에서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음. 나름의 생활을 하고 지냈나 보다. 방 안에는 마네킹으로 그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아 어떤 삶이었을지 상상을 해보았는데, 상궁의 머리 위에 솔방울을 올려놓는 악동(?)도 있었던듯. ^^;  종일 책만 읽었을 단종, 그리고 그의 곁을 종일 지켰을 신하. 그들의 하루를 이렇게나마 훔쳐본다.





솔방울을 하나 들어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곳의 풍경만큼이나 참 예쁜 모습을 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서 백성의 세상이 보고 싶었을 그는 이곳에서 몇 개의 솔방울을 들여다보았 을테고 몇 번이고 고개를 들어 소나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시작된 영월 여행이기에 무언가 역사적인 설명이나 배경지식을 가지고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걸으며 느껴본다. 그가 몇 번이고 걷고 걸었을 이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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