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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츄라, 닛코를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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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Natura classica  @Natura 1600 첫롤
리사이징+약간의 명도조절


일본에 있는 동안 마지막이 될, 여행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진을 들여다보니 그때 그 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분명히 복잡하게 뒤섞인 여러 가지 감정들이 여행하는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었을지도. 귀국한 후 그때의 여행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가 정말 그곳에 있었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신사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오미쿠지おみくじ들. 저마다의 마음은 주렁주렁 매달려 그들 나름의 빛을 내고 있다. 안타까운 건 이 줄에도 매달려 있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오미쿠지들이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졌을까?




늦은 가을의 하늘은 청명하고 쓸쓸하다. 하늘 사진을 찍을 때는 구름이 하나도 없는 맑은 날씨보다 오히려 여기저기 걸쳐있는 구름이 재미있는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닛코에 도착했을 땐 살짝 비가 내린 후라 먹색을 띄고 있었다.




온천으로 가는 길. 해가 서쪽으로 늬엇늬엇 넘어간다. 늦더위가 약간 남아 있던 닛코는 여행을 하던 날, 급하게 가을 날씨가 찾아왔다고 했다. 저녁 무렵 쌀쌀한 가을바람이 온천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음 심心이 적혀 있어서 불의 마음을 느껴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 '불조심'이라는 밋밋한 멘트. 료칸은 저렴한 가격에 걸맞게끔 매우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 묵어가기엔 충분히 좋았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테이블 위에 차와 그 동네의 맛있는 간식거리는 올려두고 하는데 난 그게 료칸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푹 잤다고 느꼈는데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어쩌면 이때부터 새벽에 자다가 깨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방 안을 한번 돌아본다. 장지문에 그려진 단풍에서 가을을 또 한 번 느낀다. 쌀쌀한 새벽 날씨. 유카타를 잘 여미고 온천으로 향했다. 역시나 뜨거운 물에 약한 나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나와버린다. 남은 시간 도쿄에서는 못 느끼던 영하 온도와 함께 료칸 주변을 돌았다.




불편한 조리. 엄지발가락에 짠한 통증을 남긴다. 낙엽을 밟아 보려고 해도 조금 걷고 다시 멈추어서서 주변의 단풍나무들을 볼 정도밖에 안된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나름 생각해보지만, 그래도 발은 아프다. 


계획대로 되는 여행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실 닛코 여행을 꽉 차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라는 기대감을 남기며 후회하지 않았다. 닛코는 다시 와도 좋을 곳, 이번에 못한 건 다음에 하면 된다. 똑같은 곳을 또 한 번 찾아가도 분명 좋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 여행이라고도 일본을 떠난다고 아쉬워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또 같은 장소에 오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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