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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러의 첫 입문은 이곳에서부터! :: 백패커스 'Tinbilly Travell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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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그 유명한 틴빌리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 있을 그 이름. 틴.빌.리. 브리즈번에 있는 이 곳은 유명한 백패커스로 '깔끔', '보안'이 잘 되어 있어서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브리즈번에 떨어진 날부터 쉐어하우스를 구하기까지 잠시 머물기 위해서 미리 예약해 둔 틴빌리에 도착했다.





이 짐을 들고 은행을 향해 달렸다. 헉헉.


낮 카운터를 담당하는 직원은 '싹퉁머리'가 없어서 그 이후로 '싹퉁바가지'라고 나는 불렀다. 친절함이라곤 전혀없는 무뚝뚝한 말투에 빠른 영어로 알아듣기도 어려워 대충 돈 지불하고 카드키를 받아왔다. 아. 근데 안 들어간다. 고장인가.





이게 양동이 모양인 걸 이제서 알았다.




우쿠가 카드키를 문의하러 내려간 사이 잠시 둘러봤다. 백패커스라고 불리는 이런 곳에서는 한 번도 머문 적이 없어 이런 분위기의 숙소는 처음이다. 커다란 양동이가 있는 벽면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정보가 '영어'로 적혀있었고, 인터넷은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우쿠가 카드키를 바꿔왔다. 알고 봤더니 카운터의 싹퉁바가지가 방을 잘 못 알려준 탓이었다. 카드키는 처음 숙박비를 지불할 때 보증금(=디파짓이라고 말한다)으로 10달러가 떼이고 1층에서 엘리베이터 탈 때와 방문을 열 때 필요하다. 카드키를 깜박하고 방을 나서면,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이 올 때까지 문앞에서 멍하니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방은 복도 끝에서 왼쪽 방이었다. 카드를 꼽고 레버를 돌리니 문이 쉽게 열렸다. 아, 그리고 나는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나는 외국 애들이 더럽다는 걸 이때 실감했다.

사실 나는 여성전용 6인실에 머물 생각으로 예약했었는데, 쉐어하우스를 바로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3박을 4박으로 바꾸었고, 그와 동시에 우쿠와 같은 방에 머물게 되었다. 남자만 가득한 6인실이었다면 다시 여성전용 방으로 바꿀 생각이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누워서 노트북을 보고 있는 노란 머리 소녀의 가슴이었다. 헐.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보니 이렇게 짐을 풀어놓을 것일까?


내가 머물게 된 방은 이미 유럽 아이들로 보이는 애들 4명이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고, 그들이 이미 2층 침대의 아래층을 차지했기에 선택의 여지 없이 2층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방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지금부터 커플 A, B와 페북덕후 C, 잉여 D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 아이들에게는 시끄러운 아시아 애들 A,B로 취급되겠지.)





페북 덕후 C는 노트북 충전할 곳이 없자, 이렇게 화장실에다가 걸어놨다



일단 이 아이들은 여기서 거의 사는 애들인 듯싶었다. 아침마다 일하러 가는 걸 보아 짧게 묵고 갈 모양새가 아니기에 나는 1층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커플 A와 B는 친절하게 인사를 해 준 아이들로 취침할 때 한 침대에서 자길래 순간 말로만 들었던 '밤에 그렇고 그런 소리가 들려 문화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의 사건이 벌어질까 두려워했던 것과는 달리 몇 번 쪽쪽 거리다가 잠이 드는 얌전한 아이들이었다. 페북 덕후 C는 샌딩일(=노가다?)를 하는 걸로 보이는데 나는 C가 방에서 페이스북을 보는 것 말고는 씻고 자는 것 밖에 보지 못했다. 이후 그가 수요일 저녁에 술을 양껏 먹고 들어와서는 심하게 코를 골면서 자는걸 우쿠로 오해하고 그를 깨우려고 엄청 문자를 보냈다. 내 밑에 사는 잉여 D가 엄청나게 욕을 했기 때문이다. 내 밑에 머물고 있는 잉여 D는 저녁 먹을 때 말고는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오로지 자거나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는 게 다였는데, 그 위층에 며칠 머물었던 나는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잔뜩 긴장하면서 침대 위를 오르고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백패커스에 머물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외국 아이들과의 되지도 않는 영어로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실제로 내가 겪은 건 불편함이었다. 게다가 화장실의 조명이 둘째 날 나가면서 그 불편함은 배가 되었고, 2층 침대의 흔들림, 페북 덕후 C의 코골이 등으로 빨리 쉐어하우스로 가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결국, 틴빌리는 하루 일찍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럽 애들 때문인 것보다는 쉐어하우스가 빨리 구해 진게 이유였다. 쉐어하우스는 틴빌리에 들어간 다음 날 운 좋게 바로 구했는데, 백패커스를 포기하고 나가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크레딧(일종의 적립식 포인트?)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름 버틴 게 3일이었다. 결국, 하루는 언젠가 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4박 5일의 일정에서 3박을 하고 나가고 남은 하루를 크레딧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던 백패커스의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늘 윗옷을 벗고 다니던 유럽 남자들과 함께 문화차이를 직접 느끼고 나니 이것도 참 추억으로 남는다. 물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겠느냐고 한다면 거절하겠지만. ^^;





※미리 읽어두면 도움이 되는 글

1. 틴빌리 트래벌스 홈페이지 : http://www.tinbilly.com/
2. 틴빌리 미리 예약하기 : http://n_funny.blog.me/13397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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