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일본어 상용한자 2136, 이거 하나면 끝!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리뷰는 위드블로그(http://withblog.net)를 통해 참여하게 된, 일본어 서적이다. 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 것도 있지만, 일본어 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싶지 않았음이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1년 정도 학원에 다닌 것을 포함하여, 일본에서 3년간의 생활. 짧게만 봐도 내 일본어는 장장 4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인데, 그런 입장에서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역시 한자는 어렵다. 책의 리뷰와는 별개로, 이렇게 손수 편지를 적어 주신 동양북스의 일본어 팀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물씬. 지금까지 많지는 않아도 몇 번의 리뷰를 참여해 본 적 있지만, 손 편지를 써서 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잘 부탁한다는 마음으로 쓰신 것 같으니, 리뷰를 잘~ 써 드려야 할 것 ..
마음을 내려놓는 곳, 길상사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정신적으로 힘들어 몸이 제대로 버텨내지를 못했다. 몇 번이고 모든 잡생각으로부터 벗어 나야한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럴 때 문득 선배의 블로그에서 봤던,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법정 스님이 계셨던 곳으로도 유명한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다. 길상사는 김영한이라는 분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그에게 무료로 시주한 것으로 시작된다. 한사코 거절하다 결국 받아들인 법정 스님은 그녀에게 길상화라는 법호를 주게 되며, 그녀가 운영하던 음식점 청암장(이후 제 3공화국 시대에 대원각으로 불리우는 요정으로 바뀐다)은 이렇게 오늘날의 길상사로 거듭나게 된다. 외교관들이 산다는 성북동은 화려한 고급주택이 즐비해 이런 곳에 절이 있다는 게 조금..
한국에 와서 처음 치는 JPT 벌써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지금 치는 게 가장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에 바로 JPT 시험에 응시했다. 사는 곳이랑 가까울 줄 알고 신림중학교를 선택했는데, 말이 가까운 거지 전철로 서울대입구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었다. 예상을 벗어난 곳에 있었던 학교였지만,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학교 냄새는 좋았다. 시험공부를 띄엄띄엄해서 한 거라고도 안 한 거라고도 보기 어려운 뭐 그런 상태. 3년간의 일본생활을 너무 자신하고 있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목표는 700점을 넘어보자..니까,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앉은 책상의 주인은 분명히 꽤 이 반에서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는 녀석이 틀림없다. 책상 서랍에 책을 펼쳐 놓으면 제대로 볼 수 있게끔 만들어진..
부디..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는 마음이 너무 큽니다. 조금이나마 떨어진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연락하나 제대로 못 하는 겁쟁이를 용서해주세요. 부디 다치지 말아 주세요. 부디 살아 있어주세요. 부디 무사하길 빌어요. 나의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나의 인연 이어. 부디.. どうか無事にいてください。ここで何もできない弱虫を許してください。私の大切な人よ、愛する人よ、私の因縁よ。どうか。。
모든 성장에는 아픔이 필요하다 어쩌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일주일 전에 '가지 않을래?'라는 말만 들었을 때도 거절을 했었는데. 어쨌든 이거 지금 해 보지 않으면 또 언제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출발하게 되었다. 29년 인생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는 스노우보드를 말이다. 선배의 지휘 아래, 나를 포함한 초보자들은 예상외로 뻥 뚫린 고속도로에 일찍 도착해서는 스키복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사전조사도 안 했기에, 그냥 두껍게만 입으면 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을 했던 나는 청바지 위에 스키복을 그대로 입었다. 이후 이 행동이 얼마나 무자비한 아픔을 복부에 가했는지는 정말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 지금 봐도 그냥 아프다. 멋있을 거란 생각보다는 아프다는 마음이 크다. 생각외로 무거웠고, 생각외로 길었고..
나츄라, 닛코를 향하다 Fujifilm. Natura classica @Natura 1600 첫롤 리사이징+약간의 명도조절 일본에 있는 동안 마지막이 될, 여행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진을 들여다보니 그때 그 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분명히 복잡하게 뒤섞인 여러 가지 감정들이 여행하는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었을지도. 귀국한 후 그때의 여행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가 정말 그곳에 있었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신사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오미쿠지おみくじ들. 저마다의 마음은 주렁주렁 매달려 그들 나름의 빛을 내고 있다. 안타까운 건 이 줄에도 매달려 있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오미쿠지들이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졌을까? 늦은 가을의 ..
사월이 아니더라도 이 보리밥은 너무 맛있다! 일본에서 귀국한 후,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았다. 난 한국 음식이면 다 좋고, 뭐든 안 맛있겠느냐 싶어서 뭐든 좋다고 했는데.. 어째 먹는 건 돈가스나 초밥;; 난 한국 음식이 정말 먹고 싶었다.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정갈한 나물반찬이 몇 가지 올라와 있는 그런 밥이. 그러던 차에 친구들과 선배와 함께 찾은 이곳. 정말 드디어 왔구나..싶었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일본에 가기 전에 일본어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과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던 곳이다. 일본 가기 전에도, 그리고 다녀와서도 여기서 밥을 먹게 될 줄이야. 희한하다면 희한한 인연이다. 가격대는 보리밥이 8,000원으로 그렇게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반찬이나 음식의 맛이 굉장히 ..
하늘을 지어올리다 일하다가 오후 3, 4시가 되면 눈이 뻑뻑해져 온다. 지금 회사의 좋은 점은 꽤 넓은 베란다가 있다는 것인데.. 에어콘 실외기들이 자리 차지를 떡하고 있지만 그래도 약간의 숨돌리기엔 좋은 장소이다. 어떤 이들은 담배를 피우고, 나 같은 이는 사진을 찍거나 창문 너머로 일하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훔쳐보기도 한다.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나와 회색 건물들 사진을 찍다가 문득 45도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니, 열심히 하늘도 공사 중이다. 예쁜 하늘에 구름을 그려 넣는 작업인가 보다. 오늘은 왠지 꽤 재미난 장면을 포착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자, 뻑뻑한 눈도 한번 깜박, 딱딱한 어깨도 잠시 우두둑.. 재미난 구경도 했으니, 다시 일하러 돌아가자.
ソラニン さよなら、それもいいさ。 どこかで元気でやれよ。 さよなら、僕もどーにかやるさ。さよなら、そうするよ。 한참 나의 말을 듣던 그녀는 나에게 이 곡을 알려주었다. 영화 ソラニン의 OST 아시안 쿵후 제너레이션의 ソラニン. 상황이 다르다면 다를 수도 있는 그런 현실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왠지 모르는 마음속의 위안을 찾아버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들은 さよなら를 외치며 저 멀리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思い違いは空のかなた。さよならだけの人生かほんの少しの未来は見えたのに、さよならなんだ。 영화 소라닌은 일본에 있을 때 굉장히 보고 싶었지만, 결국엔 보지 못했었다. 이 영화의 원작인 만화 소라닌을 일본에 가기 전, 한 만화방에서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일본 특유의 투명하면서도 밋밋한 느낌이 그 당시에는 그..
봄이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를 다시금 일하기로 하고 첫 출근 하는 날. 일본에서 3년 4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와서는 일주일 겨우 지난, 아직은 낯설기만 할 때였다. 책상 위에는 축 귀사라는 짤막한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과 화분이 놓여 있었다. 나보다 1년 늦게 들어와선 이젠 벌써 5년차가 된 학교 후배의 따뜻한 배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를 데리고 점심에 꽃을 사러 나갔다. 반짝반짝 모든 게 좋기만 한데도 왠지 모르는 마음속의 휑한 쓸쓸함에 꽃향기를 맡고 싶었다. 그런데 한국의 꽃값은 예상외로 만만찮고, 게다가 뭐든지 작게 팔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다 큼직큼직.. 내게 필요한건 한, 두 송이의 꽃이었는데, 결국엔 한 단을 사서는 후배에게 대리님에게 나눠주었다. 그래도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