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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제이유 - 11월 셋째주, 엄마 아들이 결혼했다

주간 일기를 쓰는 것도 은근히 힘들다. 

사실 포스팅 자체를 자주 안 했으니, 글 쓰는 속도도 늦어지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한도 끝도 없다. 지난주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들을 시간순으로 적어보았는데, 이번 주부터는 대략 이슈별로 뽑아서 정리해 보기로. 일단 꾸준히 하자. 

 

#1. 엄마 아들이 결혼했다 (11월 19일 토요일)

나는 형부와 축의금을 받았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확히는 남동생. 결혼식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까 했더니 PM없이 흘러가는 회사 프로젝트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정신없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각자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있는 상태에서 원하는 목표 달라 정신없었달까. 그럼에도 잘 끝났고, 집에 모여서 파티파티를 하며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갔다. 

 

'니는 언제..?' '다음은 네 차례..' 라는 질문은 대략 3번 정도 들었으니, 이는 예상보다는 적은 수였다. '요즘은 혼자 사는 게 능력입니다', '어차피 늦은 거 제대로 된 사람을..', '때 되면 해야죠' 정도의 답변으로 받아쳤다. 

 

서로 누군지 모른채로 술 먹다 만난 남동생 친구이자, 나의 후배가 찍어준 사진

 

나름 동생 결혼이니 신경은 써야할 것 같아서 평소에 하지 않는 네일, 평소에 입지 않는 원피스, 평소에 신지 않는 구두까지 준비했더니 그날만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15만 원을 주고 한 혼주 메이크업으로 화룡점정을 찍었으니 1회용이었지만, 사진으로 영원히 남으리라. 

 

#2. 내 몸아, 힘내 보자 (11월 16일 수요일)

또 가고 싶어요, 돈 많이 벌게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여기저기서 소리가 난다. 관절에서 나는 소리는 익숙할 만 하다가도 깜짝깜짝 놀라게 되네. 요즘 주 4회 자전거 출근(편도 7km), 주 3회의 러닝(평균 5~6km), 주 1회의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이쯤 되면 몸이 튼튼해야 정상이지만, 되려 근육이 땅땅해져서 문제다. 게다가 결혼식 끝나고 재어 본 내 몸무게는 인생 최대치를 찍고 있었다(?)

 

러닝 수업에서 '어시스트레치'의 50분 체험권을 주셔서 당장에 예약하고 다녀왔다. 10km 달리기 전에 몸을 풀어주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될터. 도수 치료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돈만 있으면 회원권을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프리랜서니까 일단 멈춰. 

 

경추와 흉추의 가동범위가 나오지 않기에(이건 앉아서 일하는 IT 인력의 직업병) 허리 힘을 무리하게 쓰고 있고, 운동하는 시간에 비해 스트레칭 시간이 짧아 몸이 전체적으로 굳어있는 상태였다. 50분 풀어주는 걸로 당장에 좋은 효과가 나진 않겠지만, 아침 밤으로 스트레칭 시간을 좀 더 챙겨주기로 결심했다. (작심삼일일지라도..)

 

 

#3. 탠단과 성수 나들이 (11월 17일 목요일)

이구성수의 풀떼기와 진저맨, 이케아의 힙스터 버전 레어로우 하우스

 

만나면 좋은 친구 엠...말고 탠과 단. 내가 좋아하는 전전 회사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시간이 짧아서 근황 이야기하고 곧 다시 보자며 헤어졌지만, 언제 봐도 좋다.

 

탠팥이 오기 전에 단님과 성수 핫플을 잠시 구경했다. 이구성수와 레어로우 하우스. 이구성수는 '잉?'스러운 느낌이 있긴했지만, 실제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본다고 해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는 요즘 세대를 고려하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우리 집에 두기엔 애매한 물건들도 제법 많았지만, 겨울 옷이 이쁜 게 많아서.. 사고 싶어! 갖고 싶어! 하지만 넌 프리랜서니까 일단 멈춰. 

 

문제는 이 식당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저녁 먹을 장소도 미리 정하지 않고 지나가다 보인 한식주점에 들어갔는데 감자전에 명란을 끼얹고, 닭도리탕에 가래떡을 끼얹은 꽤 먹음직한 음식들이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밖에서 술을 마셨지만, 한창 마셔대던 그때에 비하면 많이 절제하게 된 탠단주. 

 

#4. 나의 사랑 부산 떡볶이(11월 19일 토요일)

범어사 떡볶이 사랑훼.. (이건 부산 여행때 찍은 사진)

 

떡볶이에 대해서는 좀 까탈스럽게 군다. 밀떡보단 쌀떡을, 끓이고 끓여 꾸덕해진 질감의 떡볶이를 좋아한다. (이런 이유로 가장 싫어하는 건 즉떡이다. 떡과 양념이 겉도는 그 느낌.)

 

이 조건을 채우는 떡볶이가 바로 '부산 떡볶이'다. 떡볶이를 먹으러 부산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부산떡볶이는 내 입맛을 사로잡았는데, 지지난주 부산 여행에서 먹었던 떡볶이가 생각나 후배들과의 단톡방에 그 이야기를 계속했더니, 린이가 창원에 오는 길에 떡볶이를 사다 주었다.

 

카메라를 부산에 두고 오는 바람에 택배를 붙이네 마네 하는 중에 나는 동생 결혼식으로, 린이는 갑작스러운 일로 창원에 오게 되었던 것. 그렇게 카메라를 챙겨다 준 것도 고마운데 내가 사랑하는 떡볶이와 맛있다고 했던 그래놀라와 우리가 함께 갔던 카페의 커피 드립백까지 선물로 주었다. 

 

아, 이 녀석 너는 정말 날 사랑하는구나. 결혼식 뷔페로 꽉 찬 배였지만, 린이의 마음에 감격하며 그날 야식으로 떡볶이를 먹고 다음 날 아침으로 남은 걸 먹으며 최대 몸무게를 찍게...  린이의 사랑을 듬뿍 느꼈다. 너무 맛있었다. 역시 부산 떡볶이. (참고로 범어사 떡볶이였다.)

 

#5. 번개 칠 땐 역시 달리기 (11월 15일 화요일)

첫 무릎 테이핑, 우중런을 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올해 목표 중 하나인 10Km 달리기를 위해서 6주짜리 러닝 수업을 듣고 있다. 5주 차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른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비가 쏟아졌다. 일기예보에 없던 비인 데다가 이미 반 이상을 뛰어온 터라 돌아가기도 애매한 상황이기에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번개와 비바람과 함께 우중 러닝도 처음, 브릿지런(영동대교와 성수대교를 달렸다.) 처음이었는데 미끄러져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너무 즐거웠다. 한번 젖기 시작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달렸다. 비 오는 날 이렇게 제대로 푹 젖으며 달려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직도 처음인 것이 있다니, 정말 행복하고, 
두려움을 마주하고 달린 나 자신이 정말 너무 멋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