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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iPhone5 발매하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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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시되었다. iPhone5가.

일본에서 쓰던 3GS 이후로 2년 만이다. 그 때 사용하던 아이폰은 한국에 돌아와 찜질방에서 도난을 당했으니, 피쳐폰과 중고 스마트폰을 거쳐 다시 아이폰까지 오는 데는 1년이 넘게 걸렸다. 예전에 일본에서 아이폰이 출시될 때만 해도 '그깟 폰이 뭐라고'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는데 아이폰을 직접 사용하고 나니 어느새 흔히 말하는 '앱등이'가 되어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이폰을 14일 애플스토어를 통해 선주문까지 마쳤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21일 발매일에 직접 애플 매장에 가게 되었으니..기다린 시간만 장장 4시간! 세계 최초로 iPhone 5를 출시한 호주에서의 구입기를 시간 순으로 정리 해 보았다.


아이폰 그게 뭐라고! 라고 생각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 : http://sinnanjyou2009.tistory.com/30







오전 7시 45분. 애플 매장에 도착하다.

내가 찾아간 곳은 첨사이드 위치한 Westfield 쇼핑센터. 브리즈번에는 애플 매장이 2곳밖에 없는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매장 문을 여는 시간은 아침 8시. 당연히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좀 적은 듯한?? 그 외에도 방송사 기자들과 카메라맨이 찾아와 취재를 준비하고 있었고 매장 안 직원들은 구호를 맞추며 오픈임박을 알리고 있었다. 







오전 7시 55분. 그럼 그렇지 줄이 짧을 리가 있나.

매장 앞에 있던 사람들은 아마도 어제부터 기다렸던 이들인 듯 했다. 쇼핑센터임을 고려해서 다른 쇼핑객들을 방해하지 않게 끊어 끊어 줄을 세운 탓에 짧은 줄이라 생각하고 좋아했던 것이 무색하게 참으로 긴 줄이 쇼핑센터 바깥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나는 그 줄의 맨 끝, 찰싹붙은 커플 뒤에 섰다. 아.아.







오전 7시 56분. 애플 매장 직원들이 분위기를 띄운다.

이제 발매까지 4분 남은 시점, 매장 직원들이 쇼핑센터 안에서부터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iPhone5에 대한 이런저런 감탄사를 곁들며 기다리는 이들에게 힘내라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같이 신이 났다. 제일 마지막에 서 있는 나에게는 특별히 하이파이브까지 해주고 가서 괜히 흡족.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두 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되는 줄 알고 그랬던 것이지만.







오전 9시. 쇼핑센터 안의 커피숍에서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아침을 먹지 않은 나와 우쿠는 이미 다른 곳에서 사온 커피와 작은 도넛 하나로 배를 채운 상태. 역시 어딜 가든 장사를 하는 이들은 남다르다. 줄 서 있는 이들에게 커피 주문을 받으러 나왔다. 혼자서 온 이들은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들의 등장은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오전 9시 6분. 애플 매장 직원이 물과 간단한 먹을 것을 나눠준다.

애플 고객 서비스가 참 좋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직원이 카트를 하나 끌고 나오더니, 원하는 고객들에게 물과 작은 머핀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허기를 살짝 달랜 상태였지만 여전히 배가 고팠기에 받아들고 먹었다. 아, 행복해. 물론 이때까지도 한 두어 시간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 ㅎㅎ






오전 9시 11분. 수상한 남자가 나타났다.

8시 발매 이후로 아이폰이 든 봉지를 들고 집으로 가는 이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그들의 뿌듯한 표정을 부럽게 바라보며 곧 내 차례가 올 것이라며 위로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부터 배회하는 수상한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폰 한두 대도 아니고 몇 대가 들어있는 봉지를 옆에 끼곤 계속 우리 곁은 맴돌던 중국계 남성. 아마도 웃돈을 받고서 줄 선 사람들에게 팔고자 한 것 같은데,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오전 9시 36분. 화이트냐 블랙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애플 매장 직원이 다가와 종이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물량을 미리 확인하고자 함으로 보였는데, 아직 색깔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던 나는 32G 용량으로 2장을 받았다. 사실 처음 받을 때는 블랙이 동난 상태로 화이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후에 몇 대 바꿀 기회가 생겨 냉큼 블랙 32G로 바꾸었다. 무슨 색을 살지는 직접 보고 고르리라.







오전 9시 45분. 돌아가는 사람들.

취재를 할 만큼 다 마무리했는지 방송국 사람들이 돌아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애플 매장 직원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곧 한 손에 아이폰을 들고 돌아갔다. 아직도 내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한데 떠나는 이들을 보고 있으니 부럽기만 하다. 기다린 지 2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쇼핑센터 문 앞도 가지 못했다.









오전 10시 15분. 이 애플이 그 애플이냐? 아니 옵니다. 그럼 이 애플이? 아니 옵니다.

드디어 쇼핑센터 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동시에 애플 매장 직원을 통해 받은 사과. 고맙게도 그들은 계속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고 그것은 이 지루한 기다림에 기쁨이 되었다. 이번에 건네받은 것은 사과. 그러나 이 사과도 내가 기다린 그 사과가 아닌지라 아쉬울 뿐. 







오전 10시 47분. 애플만 홍보하랴? 우리도 홍보 할테다!

쇼핑센터 안의 일식가게에서 나눠주던 야키소바. 센스있는 포장과 때를 잘 맞춘 그 홍보실력에 언제고 한번 가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래 서 있어서 슬 다리가 아파 오기 시작할 때쯤에 받은 음식이라 걍 좋았다. 이제 저 멀리 애플 매장의 사과 로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39분.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

저 멀리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기서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아이폰을 만나기까지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물론 생각보다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지마는 내 평생에 물건 하나 사려고 줄을 서서 오랜 시간 기다릴 줄이야. 아이고야.







오전 11시 57분. 한 명!! 어서 들어가라고!!

앞에 선 중국계 아저씨가 들어가고 나면 드디어 내 차례가 된다. 일본에서 아이폰을 줄서서 사는 사람들을 봤을 땐 거의 다가 일본 사람이었던 것에 비해 여긴 호주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사람들이 섞여 있어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농장에서 일하던 대만 친구들이 밤 12시에 아이폰을 사러 간다며 이곳에 왔다고 하던데.. 발견을 못 했네.









오전 12시 12분. 드디어 애플 매장에 입성하다!

왜 애플 매장 직원들이 '전 세계 최초'라는 말을 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같은 8시 발매더라도 시차상 호주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었다. (뉴질랜드가 가장 빠르지만 1차 출시국엔 없으므로.) 물론 시차 차이가 한 시간 나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산 사람이 나보다는 빠르게 아이폰을 손에 넣었겠지만, 일본에서 4시간 기다린 사람보다는 먼저 얻었으니 '4시간 기다린 사람중에서는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다. ㅎㅎ







오전 12시 18분. 아이폰 화이트 32G 결제 완료!

그렇게 열심히 딸기를 팩킹해서 모은 돈으로 딸랑 사과 한 개로 바꾼 순간이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긴 시간 기다려왔던 그 물건을 드디어 손에 넣게 된 이 순간 기쁨보다는 묘한 허탈감이 몰려왔다. 어쨌든 조셉골든래빗을 닮은 매장 직원의 도움으로 결제까지 잘 완료했고, 그와 함께 인증샷까지 찍는 기쁨까지 누렸다. 또한 애플 매장 직원들이 환호성과 박수를 받으며 매장을 나섰으니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었다. 이렇게 아이폰 구매 완료!


사실 이 날 아이폰 구입 후 딸기농장 시즌이 끝났다는 비보가 날아들어 순간 아찔해졌지만, 기다려왔던 물건이기에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4시간을 기다린 것도 이렇게 포스팅 할 이야기가 생긴 걸로 만족하기로 하고. IT 전문 블로거도 아니고 상품 리뷰는 잘 못하기에 폰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저렇다 하지 못하겠지마는,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하고 있다. 호불호와 기계가 어떠한가를 따지기에는 그냥 내가 좋은걸로 그만인 것 같다. 자, 그럼 이제 남들 다 한다는 그 개봉기를 준비해봐야겠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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