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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남은 것이 있다면 틈틈이 맛보듯 남겨왔던 필름 사진들. 한번에 몰아 찍기 보단 36롤짜리 필름 하나에 몇 일씩 때론 몇 달씩 쪼개 찍었던 필름을 한국에 돌아와 스캔을 맡겨보니, 참 재미있더라. 그 다양한 기록들은 아마 하나씩 느긋하게 꺼내서 블로그에 기록할 것 같다.




오늘의 사진들은 가을이 한창인 날에 찾았던 '서울숲'의 기록이다. 이날은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던 단커피님이 선물로 주신 자동 필름 카메라 'Minolta α Sweet II'로 찍었다. 이 카메라는 사실 내가 들고 있는 필름 카메라 중에서도 크기가 제법 큰 편인지라 친한 선배인 박코치에게 호주 다녀올 동안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돌려받았다. 




자동이니까 찍다 보면 어찌 되겠지란 생각으로 셔터를 눌러대고. 평소라면 한 장 찍는대 꽤 공을 들였을 법도 한데 오랜만에 만난 카메라가 반가워 경쾌하게 셔터를 연신 눌렀다. 아무런 부담감 없이.




디지털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색감과는 다른 필름카메라의 그 맛. 사진을 잘 찍기보단 그저 그 맛이 좋아서 찍다 보니 셔터속도, 조리개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을 때가 많은데, 마구잡이로 찍는 사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필름스캔 하고 나면 허탈해질 때가 많은 편이다.




36장의 필름 속에서 노출, 핀 나간 걸 다 제외하면 실제로 제대로 찍힌 건 반 남짓. 그래도 계속 꾸준히 필름을 사고, 필름카메라에 눈독을 들이는 건 그냥 그 서툰 맛이 좋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와는 확실히 다른 묘한 색감, 그리고 묘한 흔들림. 




나름 이번에 찍은 사진은 자동카메라였다 보니 '찍힌 사진'이 많았으니 나름 선전했구나 싶다. 가을의 쾌청한 날씨도 좋았고, 오후의 햇살이 좋은 시간대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꽃사슴은 정말 모델로 손색없는 아름다운 피사체가 아니던가. 카메라를 든 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이날은 사진이 잘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날이었다.




사슴 곁에서, 오후의 햇살에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섰다. 이 고운 빛깔을 더 담고 싶었는지도 모르고 오늘이 지나고 나면 는 가을을 느낄 여유가 없다는 예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예상은 참 잘도 맞아떨어져 가을은 또 한 번 즐길새 없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사진으로 남아 있으니. 핀 나간 사진 속에도, 멋없는 구도의 사진 속에도 가을은 서툴게 담겨있었으니 그걸로 만족해 본다. 

조금 더 부지런히 좋은 곳, 좋은 빛깔을 찾아 나서봐야겠다 생각하며..이 다음 필름은 어떤 이야기가 있고, 어떤 추억을 써내려 가야 할지 고민해 본다. 필름이 한 두통이 아니라서 말이지. 



Copyright © 2014 신난제이유
사진 및 글에 대한 불펌을 금합니다 / 오타 및 잘못된 내용의 수정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Camera : Minolta α Sweet II + 
Fujicolor 200 Color Negative = 1st_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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