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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무계획 설악산 단풍놀이 1편


이번 가을은 많은 이들이 이야기해준 것처럼 그렇게 길지 않게 끝났다.
곧 겨울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지 않았기에 더 그랬을지도.
겨울을 좋아하는 내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직 가을 이야기를 더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이 오더라도 괘념치 않고 가을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설악산에서부터 시작한다.




겟어바웃의 필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통해 설악산에 있는 켄싱턴 호텔 숙박권을 얻으면서 
이름만으로도 번쩍번쩍한 '설악산 단풍놀이'를 계획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단풍놀이'를 위해서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수 많은 인파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쉽사리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좋은 기회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3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흐린 날씨가 반겨주었다. 산등성이에 낮게 깔린 먹구름은 시야를 뿌옇게 가리며
분명 울긋불긋할 것이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칙칙한 먹색을 띠고 있었다.




같이 간 이들도 당황스럽긴 매한가지.
단풍이 절경이라는 이야기기 속의 모습을 기대했던 터라 어딜 찍어도 채도를 조금씩 뺀 듯한
불투명한 색으로 뒤덮인 풍경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군데군데 가을보다는 겨울의 느낌도 받는 을씨년스러운 날씨.
낮 동안 내린 가을비가 떨어진 낙엽 위로, 가지 위로 방울방울 맺혔다.
단풍이 화사한 색을 뽐내어 가을의 이미지가 화려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가을은 고독과 쓸쓸함의 대명사이기도 했으니
이런 날씨도 나쁘다곤 할 수 없겠다. 게다 내일은 화창한 날씨가 기다린다고 하니 실망만 할 필요도 없었고.




어차피 이번 여행은 그 어떤 준비도 없이 그저 눈만으로 둘러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에
제대로 짜놓은 계획다운 계획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잘한 것 같다.
그리하여 모든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단풍놀이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주변만 가볍게 둘러보고
호텔 안의 따끈한 온돌방에서 편안하게 쉬자는 결론을 내렸다.




호텔 위치가 좋아서 설악산 입구까지는 느릿하게 걸어서 5분 정도?
우리는 사진 찍으면서 갔기에 그보다 훨씬 오래 걸렸지만. 
설악산 입구 밖에서 가장 사진 찍기가 좋은 곳은 켄싱턴 호텔 바로 앞일 듯. 
거기에서만 30여 분이 넘는 시간을 사진 찍으면서 단풍 봤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설악산에 가니 신세계였다.




노란빛, 빨간빛. 자연은 이렇게나 다양하고 오묘한 색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이런 색깔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할 거다. 
시간을 들여 바람과 햇살이 공을 들어 하나하나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설악산에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린 서울에서 보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단풍이 아닐까란 의심도 했었다.
사람들이 몰려서 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찾아가서 볼만큼의 '다름'을 이해 못 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두 눈 가득 다섯 손가락을 가득 편 빨간 단풍의 빛을 확인하고 이래서 설악산이로구나 느꼈다.
그만큼 예뻤고 그만큼 화려했다. 버스를 타고 찾아와서 보는 건 당연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설악산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 내일 다시 오자는 결론을 확고히 하고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 떡을 사 먹었다.
감자떡. 쫄깃쫄깃한 것이 아주 맛나다. 사실 강원도 출신인 엄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음식이긴한데
어릴 적 내 입맛엔 전혀 맛있지가 않았던 그게 요즘은 참 맛난 거 보니 입맛이 변하긴 한 모양.




첫째 날은 그렇게 흐린 날씨의 단풍을 담는 걸로 가볍게 산책했다.
늘 생각했던 빛깔과 다르다고 아쉬워하기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맑은 날에 담아온 단풍과 같이 포스팅하기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 이야기를 따로 써 보고 싶었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 더 많은 낙엽과 단풍을 봤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떠나가는 가을은 붙잡고 더 시선을 맞추어야 할 것 같은데 냉정하게 돌아서서 그 뒷모습만 볼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 아쉬움을 남긴 글을 쓰며 그때를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흐린 가늘 하늘을 다시금 떠올리며 설악산의 추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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