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제사를 지내는 흔히 말하는 '큰집'이 아니다.
제사 음식을 만든다고 하루 종일 전을 부치거나 한 경험도 새벽부터 일어나 절한 경험도 그다지 없는지라
늘 명절이 온다고 해도 여느 집보단 조용하게 별다를 것 없이 지내곤 했다.




이번 구정은 조금 달랐다. 엄마는 몇 가지 전과 튀김을 만들어 먹자고 한 것. 
그러고 보면 재작년엔 호주에 있었기 때문에 설 음식을 먹은 것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어릴 적 큰 이모 댁에서 산적을 굽고 전을 부치는 모습이 어렴풋이 남겨 있던 그때 이후로 이건 정말 오랜만이다.




정확한 이름도 아직도 모르는 이 꼬치 산적(이라고 일단 쓰자)은 내가 좋아하는 설음식.
집집이 만드는 방법도 다양한데 우리 집은 어묵, 오이, 버섯, 맛살, 고기를 꿰었다.
만드는 동안 이건 왜 이렇게 못생기게 꼽았느냐는 둥 이건 다섯개라 모자라다는 둥..
엄마가 해도 모자랄 잔소리를 언니가 해대기 시작했고 시어머니 흉내 아닌 흉내를 내며 온 가족이 웃었다.




거실에 모여 앉아 이쑤시개에 하나하나 꽂아가며 이야기를 두런두런,
다 꽂은 꼬치 산적을 예쁘게 줄 세워 놓으며 다시 이야기를 두런두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이나 그리웠던 것인지 번거롭게 느껴질 법도 한 작업은 단시간에 신 나게 끝났다.




집에서 먹는 음식의 사진을 찍어서 포스팅하거나 하진 않았다.
어릴 적에 일기라도 열심히 쓰곤 했는데 어른이 되어 버리고 그 하루가 그 하루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반복되니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흘려보내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이 소소한 순간이 나중에 보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꼬치를 꿰는 손이, 시어머니를 연기하는 목소리가, 다 함께 웃는 그 웃음이 나중엔 또 다른 행복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설날이 간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내 인생의 또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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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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