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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도착해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는 외국인이다'를 일본에 알리는 일이었다. 관광객이 아닌지라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등록'이 필수적인데, 그 등록을 하러 시부야 구약소[각주:1]를 찾아갔다.





내가 사는 곳은 '하타가야幡ヶ谷'라는 곳으로, 신주쿠에서 게이오선을 타고 두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이다. 그래서 신주쿠 구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시부야 구에 속해있었다. 시부야 구약소는 NHK 방송국 근처에 있는데, 가이드북에서 보던 곳을 실제로 보니, 정말 일본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헤이세이(평성)19년, 즉 2007년이다.


번호표를 뽑고 주변을 둘러봤다. 한국의 동사무소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오는 일본어가 아니었다면 아마 한국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어설픈 일본어로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담당자는 이미 많이 겪어서였는지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일본어로 설명해 주었다. 게다가 나보다 일본어를 더 모르는 외국인들은 어떻게든 손짓 발짓+영어 등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일단 등록 서류를 썼다. 엄청난 한자들이 종이 위에서 춤을 춘다.





등록 서류를 내고 나니 며칠이 걸릴 것이라는 말과 함께 시부야 구 지도[각주:2]와 '외국인 생활 수첩'이란 오묘한 이름의 책자를 건네어준다. 책의 내용은 대략 쓰레기 분리수거는 이런 식으로, 불법적인 행동은 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 외국인 등록을 할 때 같이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로 '외국인 등록을 했습니다'에 대한 증명서이다. 이것을 뗀 이유는 우체국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인데, 통장을 만들 때 여권만으로는 우체국에서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신청한 외국인 등록증은 바로 발급[각주:3]되지 않아서 이 증명서가 따로 필요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구약소 온 김에 국민 보험까지 가입을 했다. 사실 가입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내가 일본에서 사는 동안 아프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서 당연히 가입!





외국인 등록증 신청을 잘 완료했듯이 이번에도 잘 해낼 테다! 라고 생각하며 앉았더니, 이런! 할아버지[각주:4]다.(할아버지 이름이 기무라 뭐였는데, 괜히 기무라 타쿠야 생각이 나면서 무슨 관계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물어봤음 얼마나 어색했을까..) 내 일본어 실력으로는 할아버지가 하는 말은 제대로 못 알아들을 텐데 어쩌나..하고 걱정도 잠시, 그냥 몇 가지의 확인만 하고 접수 서류를 준다. 





오늘은 한자로 글을 많이 쓰는 날이었다. 내가 쓰는 서류는 총 2개로 하나는 국민 보험 가입과 관련된 내용이고, 하나는 '내가 작년에 수입이 없는, 학생입니다' 라는 서류이다. 이는 보험료가 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학생들은 '수입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이 서류를 쓰면 보험료가 적게 나온다. (물론 그것도 아까워서 보험가입 하지않는 사람들도 있다.)





짜잔! 이렇게 보험 가입을 완료하고 보험증[각주:5]을 받았다. 외국인등록증과는 달리 보험증은 바로 발급이 되더라는. 좀 부실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처음으로 내 이름이 들어간 '증'이 생겨서 뿌듯했다. 그와 동시에 공부해 왔던 일본어를 실제로 일본에서 써 봤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자, 이제 우체국 통장과 핸드폰을 만들러 가볼까?


최신정보(2012.02.14)
7월부터 구청에서 이제 외국인 등록 관리를 안하며, 외국인 등록증이 없어진다고 한다. 외국인등록원표가 아닌 구청에서 주민등록표를 발급하게 되고, 등록관련해서는 구청이 아닌 입국관리소에서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1. 뒷이야기 1> 지금 생각하면 시부야 구 소속이었다는 것은 나름 놀랍다. 이후로 나는 점점 도쿄 중심부와는 멀어진 곳에서 생활했으니, 이때가 내 일본 생활에서는 가장 좋은 곳에서 살았던 것이다. [본문으로]
  2. 뒷이야기 2 > 시부야 구 지도는 학교나 주변에 무엇이 있나 알아보기 위해서 받은 것이었는데, 지금이라면 구글맵으로 찾으면 그만이겠지만 2007년에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었다. 어쨌든 지도로 길찾기는 꽤 재미나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지도를 보고 20분 채 안 걸리는 학교까지 1시간 30분이 걸려서 갔다. 난 방향치였다. [본문으로]
  3. 뒷이야기 3 > 정말 일본은 관공서나 무언가를 신청하는 일들을 할 때, 처리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사는 동안 답답할 때가 많았다. [본문으로]
  4. 뒷이야기 4 > 내심 놀라운 건 이 정도의 연세의 할아버지가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그러고 보면 나이가 있는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활동이 많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본문으로]
  5. 뒷이야기 5 > 다른 구로 이사를 할 경우에, 이 보험증을 반납 해야한다는 말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결국에 나는 반납하지 못했다. 시부야 구약소에 전화를 해 봐야하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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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이퍼센트 아마이코이 주옥같은 그 정보도 옛날 얘기로 묻혀진단다..... 외국인 등록증이 올해부터 재류카드로 바뀌어서 입관에 가서 직접 신청하지. 2012.02.13 06:14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신난제이유 완전 아름다운 정보네요....;ㅁ;b
    이 주옥같은 이야기도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리더니.
    역시 워킹으로 일본 한번 더 가야하는걸까요 ㅎㅎ
    2012.02.13 08:16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이퍼센트 아마이코이 무슨 또 애들처럼 워킹을....ㅋㅋ
    이제 좀 자리잡고.....제이유 웹디자인 연구소...아니, 탐구소 하나 차리삼.
    2012.02.13 08:45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신난제이유 워킹의 즐거움...을...
    직장인 따위..하고 싶지 않아효. 흑.
    어쨌든간에 웹디자인 탐구소 재미나네요. ㅎㅎ
    일퍼센트탐구소 이런걸로 이름 짓고 싶어짐..악...
    2012.02.13 12:13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이퍼센트 아마이코이 제이유 탐구소장님.
    이거 의외로 괜찮군.
    매일매일....밀린 여름방학 탐구생활을 몰아쳐서 하는 기분으로.....ㅎㅎ
    2012.02.14 18:51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신난제이유 꾸준한 포스팅을 할만한 좋은 재료들이 넘쳐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일이 많아서..크흡.
    하나하나 자세하게 다 소개하기에는..너무 포스팅 할 거리가 많아서 한번에 샥샥 묶어서 해 봐야겠어요.

    탐구생활....;ㅁ;b 정말 그런 느낌도 ㅎ
    2012.02.16 19:12 신고
  • 프로필사진 우쿠빵 기무라 타쿠야 같은 무리수를 던졌다면, 강제추방 당했을꺼에요,ㅎㅎ ;ㅁ; 2012.02.13 09:44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신난제이유 그러게..; 일본에 기무라씨가 저 분 말고도 얼마나 많은데;
    나름 일본인한테 말 걸어보고 싶어가지고 안달일때였음.
    내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더 써보고 싶다라는 그런 패기(!)가 넘쳐나던 시절이었죠. ㅎ
    2012.02.13 12:14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그린데이 역시 뒷 이야기가 더 잼나단. ㅋ
    저도 도쿄에서 맥도널드에서 알바하시는 백발 할아버지 보고 깜짝 놀랐던 추억이...
    근데 이런 사진들, 이렇게 꼼꼼히 찍어놓고는 묵히고 있었단 말이에요?
    2012.02.14 13:25 신고
  • 프로필사진 BlogIcon 신난제이유 ㅋㅋ저 때는 정말 다 신기하고 다 새로울 때였어요.
    지금 돌아보면 저 때만큼 재미난 시기도 없는것 같아요.
    블로그를 안 만들었을 때라서 지금 풀어내보니..무척 재미나네요. 하하..
    2012.02.16 19: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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