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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니던 회사를 다시금 일하기로 하고 첫 출근 하는 날. 일본에서 3년 4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와서는 일주일 겨우 지난, 아직은 낯설기만 할 때였다. 책상 위에는 축 귀사라는 짤막한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과 화분이 놓여 있었다. 나보다 1년 늦게 들어와선 이젠 벌써 5년차가 된 학교 후배의 따뜻한 배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를 데리고 점심에 꽃을 사러 나갔다. 반짝반짝 모든 게 좋기만 한데도 왠지 모르는 마음속의 휑한 쓸쓸함에 꽃향기를 맡고 싶었다. 그런데 한국의 꽃값은 예상외로 만만찮고, 게다가 뭐든지 작게 팔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다 큼직큼직.. 내게 필요한건 한, 두 송이의 꽃이었는데, 결국엔 한 단을 사서는 후배에게 대리님에게 나눠주었다.
그래도 좋다. 밥값보다 비싼 꽃값을 지불했지만.. 이걸로 괜찮다. 사람들에게 봄을 선물한 것 같은 기분에, 그리고 풍겨오는 봄 내음에 기분이 따뜻해졌다. 마음속에 불던 휑한 찬 바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날 오후, 매니저님께 기르던 화분의 줄기마저 받아들고 왔다. 화분에 심으면 다시 싹을 트고 자라난다고 한다. 줄기밖에 없는데 다시 자라난다니 참 신기하다. 꽃과 흙냄새에 둘러싸여 일하는 오후. 상처받은 나도 다시 쑥쑥 자라날 것 같은 위로를 받는다.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을 거란 마음이 줄기를 다시 내리고 싹을 틔운다. 봄이다. 다시..시작이다.
_줄기는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후배에게 양도. 난 후배가 준 화분에 4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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