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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내려놓는 곳,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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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정신적으로 힘들어 몸이 제대로 버텨내지를 못했다. 몇 번이고 모든 잡생각으로부터 벗어 나야한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럴 때 문득 선배의 블로그에서 봤던,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법정 스님이 계셨던 곳으로도 유명한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다.

길상사는 김영한이라는 분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그에게 무료로 시주한 것으로 시작된다. 한사코 거절하다 결국 받아들인 법정 스님은 그녀에게 길상화라는 법호를 주게 되며, 그녀가 운영하던 음식점 청암장(이후 제 3공화국 시대에 대원각으로 불리우는 요정으로 바뀐다)은 이렇게 오늘날의 길상사로 거듭나게 된다. 




외교관들이 산다는 성북동은 화려한 고급주택이 즐비해 이런 곳에 절이 있다는 게 조금 의아하기도 했는데, 길상사가 원래 대원각이라고 불리던 제3공화국 시대 요정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치가 이러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나는 길상사가 그저 동네에 있는 작은 절이라고만 생각해, 산속의 암자와 같은 분위기를 상상했던지라 절을 찾은 예상 밖의 많은 사람에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절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단청이나 스님들이 살고있는 나무로 지어진 집들과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지는걸 느낀다. 침묵이라고 적혀진 두 자가 쓰인 곳을 지날 때엔 나를 힘들게 했던 수 많은 생각도 가만히 소리를 내지 않는 듯 느껴졌다. 그렇다, 사람이 많이 찾아와도 이곳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절을 거닐면서 내가 가장 많이 바라봤던 것들 중에 하나는 바로 단청이다. 눈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 정제된 색깔이며 그 곡선의 미는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가 점점 깨달아가고 있는 한국의 미 중의 하나로 참 예쁘다. 




 곡선의 미는 마음도 둥그렇게 만들어 준다.
 


3월의 꽃샘추위가 아직 봄이 아닌 겨울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경내도 약간은 쓸쓸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래도 맑은 날씨와 햇볕은 따뜻하기만 해, 기분 좋은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같이 갔던 이의 말에 따르면, 길상사는 여름이 되면 나무들이 많아 시원해서 좋다고 하니 이번 여름에는 피서 삼아서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


우리들은 말을 안 해서 후회되는 일보다도 말을 해 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경내를 느릿하게 걷다 보면 나무에 법정 스님이 남긴 좋은 말들이 걸려 있는데,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고 있다 보면 요즘 내가 얼마나 여유 없게 자신을 괴롭히며 살고 있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해결되는 것 같아진 순간, 마음의 번잡스러움은 좋은 글과 느긋한 산책으로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특정한 종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편안해진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있었기에 오늘의 산책은 꽤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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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홈페이지 : http://www.kilsangsa.or.kr
전화번호 02-3672-5945~6
가는 방법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 역 6번 출구로 나와 곧바로 약 50m를 올라오면 동원마트 앞 가로등에 부착돼 있는 '길상사'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길상사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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