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론베이에 일출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린 이곳, 님빈. 명성(?)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터라 대략 어떤 느낌의 곳인지 상상을 하고 찾아간 곳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알록달록하고, 더 조그만 마을이었다. 호주에 있는 색깔을 한곳에 다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의 약간은 꿈을 꾸는 듯한(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을지도..?) 느낌을 맛볼 수 있는 마을. 여기가 님빈이다.
마을은 참 조그마하다. 꼬불꼬불 꼬여있는 길도 아닌 큰 길을 따라서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들이 님빈의 전부. 그렇지만 가게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 휘황찬란한 색의 조합이라니!
문득 고개를 위로 들었다가 깜짝 놀란 어느 가게 앞. 약간은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런 모습까지도 '님빈 스타일'. 퀸즐랜드를 통틀어도 이런 알록달록한 마을은 찾아보기 어려우니 더욱 이 마을은 특별하다.
마을의 알록달록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또 하나는 바로 가게들의 간판. 딱딱 떨어지는 프린트 된 글이 아닌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그리고 칠해서 만들었다. 그렇다. 이 마을에는 분명 예술가들만 모여 사는 것이 틀림없다!
거리를 걸으며 바라보는 가게의 창문이나 벽면도 다른 곳에는 없는 님빈만의 볼거리. 크레파스를 손에 처음 쥐어 본 어린아이처럼 여기저기에 그려넣고 색을 칠한 가게들은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어떤 가게인지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들을 팔기도 하지만. ^^;
알록달록 동네는 파는 물건들도 알록달록하다. 세계 각국의 색색깔의 물건들은 다 모아놓은 느낌이랄까? 빈티지한 스타일의 옷도 있고, 손으로 만든 컬러풀한 가방이나 장식품들도 넘쳐난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또 한 번 스친다.
저 멀리서 반짝반짝 빛이나 들어간 가게는 예쁜 풍경, 모빌, 발을 팔고 있는 곳이었다. 그 고운 빛깔에 집에 하나 가져다 두고 싶었지만, 그냥 사진만으로 만족하기로. 가격대가 이거다 하면서 사기엔 조금 부담스러웠기에 아쉽.
동네의 느낌과 어울리는 수작업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둔 갤러리. 역시나 간판도 손으로 만들었다. 이름은 갤러리가 붙어 있지만, 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별도의 입장료가 들거나 하지 않기에 마음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이란 생각이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는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 가장 처음에는 카메라부터 가져갔다가 바로 주의를 받았다. 조심!
님빈이 유명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가 이런 수공예품이고 하나가 대마초인데, 일단 대마초는 뒤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고 먼저 손으로 만든 이들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퀄리티가 꽤 괜찮은 작품들부터 이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의 작품들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상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전 메시지를 담은 상품들도 눈에 제법 띄는데, 님빈은 또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히피'가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평화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후에 검색을 해보니 정말 히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란다.)
이 독특한 상품들과는 별개로 님빈이 또 하나 유명한 것이 '대마초'. 사실 이 쪽이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마을을 걷다 보면, '히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매직머쉬룸이라든지 쿠키를 말하며 쭈뼛쭈뼛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대마초가 섞인 쿠키를 팔거나 대마초를 팔거나, 마약 성분의 무언가를 팔거나 하는 마을(?)사람들이다.
호주도 사실 대마초가 합법인 곳은 아닌데 님빈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거래가 되고 있어서 좀 의아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경찰서 앞에서도 거래하더라는. 호기심에 직접 사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나라에서도 대마초는 불법이므로 소지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절대 모른다는 거.
작은 마을인 님빈이다보니 둘러보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이름난 관광지도 아니지만,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기에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는 방명록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글을 남겨놨다. 여행으로 이곳을 찾은 그들의 짧은 한 줄을 읽다 보면 님빈이 어떤 곳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될지도. "Interesting tiny town :)"
집으로 가려고 돌아가는 길에 익숙한 음악이 들려왔다. 길 한복판에서 모자를 내려놓고 '왕벌의 비행'을 키보드로 연주하던 소년. 피아노 학원 같은 것은 딱히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마을에서 혼자서 독학을 하며 배운 건지 궁금해지더라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그 꼬마처럼 말이다. 서툴지만 열심히 끝까지 쳐내는 이 음악가 소년은 님빈을 떠나는 길 더욱 좋은 이미지를 갖게 했다.
운행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없는 낡은 버스도 하나의 그림이 되는 님빈의 풍경. 어떤 이는 이 작은 마을의 매력의 그런 면을 보러, 어떤 이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무언가 호주의 색다른 풍경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꽤 재미있게 다가올 테니 추천하지만,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 차로 꼬불꼬불 한 시간 남짓 가야 해서 강력 추천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도 사실! 그래도 알록달록한 히피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가보면 좋을 곳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알록달록한 마을, 님빈은 늘 예술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