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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최고의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 :: 호주 바이런베이 Byron 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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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계획은 역시 '해돋이'와 함께..!
2013년이 밝았다. 한국과 달리 여름이라서 연말이라는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새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니, 이것이야말로 신기할 노릇이다. 새해 첫날도 (요즘 하고 있는) 하우스키핑 일로 호텔에 출근해야 했기에 더더욱 2013년의 시작은 실감이 나질 않는다. 2012년이 도전의 한해였다면, 2013년은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그레이트 오션로드에 가서 해돋이를 보는 멋진 계획을 생각했었는데, 출근하게 되면서 이 장엄한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브리즈번에 있을 때 보러 갔던 '바이런베이'에서의 해돋이를 소개하며 새해 기분을 내볼까 한다.




어쨌든 이때는 겨울이었다.
2012년 7월경의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려니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그렇지만, 계절은 한국의 지금과 같은 겨울.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해돋이와 어울리는 날씨라면 날씨였다. 내가 살던 브리즈번에서 바이런베이까지는 차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거리. 바이런베이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 나와 친구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분주하게 준비했다. 피곤함이 그대로 베인 몸으로 차에 몸을 싣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열심히 골아떨어졌던 나는 바이런베이의 새벽 공기에 무척이나 당황하며 잠을 깼다. 




가장 멋진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왔다갔다하기를 몇 번. 결국, 바이런베이의 가장 멋진 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등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해가 떠 오를까 봐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은 조급해졌지만, 수평선 가까이 보이는 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바뀌었을 뿐 아직 해가 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런 평일의 하루였음에도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난다 싶더니 어느샌가 많아졌다. 바이런베이에서 일출을 보면 멋있을 것이란 생각은 다들 하는 모양. 다양한 나라의 언어에 둘러싸여 모두가 한마음으로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던 순간이었지만, 아직도 해는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달이 있었다.
누군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었던, 모두가 해가 뜨는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던 그 반대쪽에는 달이 조용히 빛을 내고 있었다. 이달이 산 너머로 넘어가야 해가 떠오를 것이다. 입김이 나오는 차가운 새벽 날씨, 해가 빨리 뜨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바람을 알아서였는지 달은 이내 산 뒤로 사라졌다.




해 뜰 무렵 세상이 밝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본연의 파란색보다도 심도있는 파란빛의 바다 끝, 점점 불그스름한 해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일대의 구름을 물들이며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드디어 해가 떠오른다. 그렇게 기다리던 해가.




동그란 해가 수평선 너머 그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셔터 소리와 재잘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해돋이를 실제로 보는 것은 대학 때 이후로는 거의 처음. 새해  첫해는 아니더라도 새벽 일찍부터 해를 기다리고 그것을 보는 마음은 늘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따뜻한 호주에서 처음으로 '춥다'라는 생각을 한 날, 기다림은 지루했으나 막상 해를 보니 어찌나 멋지던지.




해가 바다 끝에 걸리며 오메가 모양을 만들어냈다. 같이 갔던 지인은 놓치지 말고 찍어야 할 해돋이 장면이라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아쉽게도 내가 찍은 해돋이 사진은 정말 쓸 만한 것이 없어서 포스팅에는 사용하지 못하겠더라는. 뒤늦게 아쉬워하며 검색해보니 해돋이 사진 찍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모양. 

※새해맞이 일출 촬영법 : http://bnt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5&c1=05&c2=05&c3=00&nkey=201112301535473&mode=sub_view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마음들이 떠오르는 해와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깜깜한 새벽을 열고 해는 떠올랐고 온 세상을 밝게 변화시켰으며 구름에 가려지기도 했지만,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워킹홀리데이 생활도 이러하지 않을까? 구름 속에 가려진 것 같은 답답한 일들도 많을 테지만, 분명 다시 멋지게 빛나는 일 또한 많을 것일 테니.

해는 완전히 떠올라 이렇게 또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여느 날과 별반 차이 없는 평일의 하루였지만,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덕에 이 하루가 조금은 특별하게 시작이 되었다. 




우리만큼이나 새벽에 분주하게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이들.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해가 떠오르기만을 바랐다. 새해 첫 일출과는 달라 무언가 다짐이나 포부를 가지고 찾아온 것은 아니었겠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특별한 하루가 되었겠지. (이런 어른들과의 마음과는 달리 춥고 기다림이 지루해서 뾰로통해진 아이도 있었다.)




등대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몇십 분 전만 해도 쌀쌀한 겨울 날씨더니 해가 뜨고 나니 세상이 포근해지는 기분이 되었다.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등대로 향하는 길도 인제야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는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휑하게 느껴지던 이 길이 아침 햇살을 받으니 어찌나 반짝거리는지. 하얀 등대와 주황색 지붕을 가진 하얀 건물, 그리고 하얀 울타리를 따라서 난 길. 그 옆엔 파란 바다가 어우러진 이 곳이 호주 여행자들이 손꼽는 바다, 바이런베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떠오는 태양을 바라봤다.




저 멀리 보이는 바이런베이의 바다. 생크림 케이크처럼 파도를 겹겹이 발라놓은 듯한 바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뜨는 해에 아직 반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충분히 반짝거리고 멋진 바다. 해돋이만큼 이 바다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이번 여행은 참 감사했다. 기분 좋게 시작한 하루, 이날 우리는 계획대로 바이런베이 바다구경을 느긋하게 하고 님빈까지 구경을 하고 왔다.

※알록달록한 마을 님빈 여행기 : http://sinnanjyou.tistory.com/140




해돋이 사진 찍은 것이 마음에 무척 들지 않아서 폴더에만 넣어두고 꺼내지 않았던 바이런베이 사진들. 새해가 왔음에도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아서 꺼내어 정리했다. 2013년, 호주에서의 1년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대략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과 새로 목표로 하는 일들도 생각해보긴 했는데 한살한살 먹을수록 두려움이 커지는 것도 사실. 직접 해돋이를 보면서 크게 다짐하지는 못했지만, 바이런베이에서 봤던 그 해를 다시 떠올리며 새해에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해는 떠오르고 반짝이는 새해가 시작되었다.


덧_ 이번 해돋이 사진의 대부분은 부족한 내 사진을 대신하여 우쿠빵의 사진을 허락받고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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