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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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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아니 봄이 온 것 같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무렵의 호주, 그리고 봄이 슬며시 오지만 겨울 기운이 남아있던 캐나다.
두 곳을 연이어 다녀와 한국의 공기를 느껴보니 이건 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벚꽃개화 소식을 보면 확실히 봄이 온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길을 나섰다. 따뜻한 봄을 찾으러! 화사한 봄을 찾으러!




오늘 찾아간 곳은 어린이대공원.
꽃도 볼 수 있고 나의 사랑 동물들도 볼 수 있는, 게다가 입장료도 받지 않는 고마운 곳이다.
재작년 겨울에 찾아왔을 때는 이런 멋진 간판이 없었는데, 예쁘게 단장을 하며 만든 모양.
플랜카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 어린이대공원은 개원 40주년을 기념해서 봄꽃축제가 한창인데
13일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5월 5일까지 진행되니 대공원 이곳저곳에 핀 꽃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어제와 내일은 춥고 흐린 날씨로 그 사이에 낀 오늘만이 따뜻하다는 일기예보를 의식한 건지 봄 소풍 나온 꼬마들도 많았다.
서울 전역에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다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형형 색깔의 다양한 유니폼을 입은 귀여운 꼬마들은 어린이대공원을 장식한 또 다른 봄꽃이었달까.

공원에서 파는 풍선에 시선이 뺏겨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춰버린 아이가 있는가 하면
노란 모자가 너무 커 앞이 보이지 않아 연신 모자 올리기 바쁜 아이까지.
조그만 병아리 같은 아이들의 종종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동물원의 기둥, 코끼리를 만나게 된다.




캄보디아 왕국에서 온 캄돌이와 캄순이.
코끼리가 딱히 봄의 동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나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따뜻한 봄날 점심 끔벅끔벅 내려오는 눈꺼풀을 힘겹게 버티는 나와 닮은 것 같단 생각도 든다.
핑크빛 꽃잎이 날리는 동물원과 은근 어울렸던 코끼리 커플.




코끼리 우리를 지나면 나오는 동물은 한 성격(!)한다는 맹수들인데..
사자도 호랑이도 재규어도 치타도.. 모두가 낮잠자느라 바빠 맹수라기보단 고양이 같아 보였다.
포근한 날씨가 기분 좋은 듯 네다리 주욱 뻗고 자는 모습을 보니
봄은 사람도 동물도 나른하게 만드는 대단한 마법을 가진 게 틀림없다. 쿨쿨..




잔뜩 웅크리고 자는 너구리나 사막여우도 아직은 뛰어다니는 것보다 잠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이불 둘둘 말고 얼굴을 파묻은 나와도 닮은 모습이라니.
한참을 바라보자니 공원 어딘가의 잔디밭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근하고 나른하게 말이다.




물론 자느라 바쁜 동물들만 있는 건 아니다.
차가운 기운이 몰려가고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물들도 있으니
조그만 날개를 들고 뒤뚱거리며 물에 뛰어들까 말까 고민하는 펭귄들과
나무에 걸터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원숭이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쫘악 펴고 요리조리 부지런히 움직였다.




봄 소풍 온 어린 친구들이 내미는 먹이에 신이 난 엄마 염소와 아기 염소도
따뜻한 봄과 함께 찾아온 손님들이 무척 반가운 모양이었다. 연신 먹느라 싸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들이댄 카메라가 신기하다는 양 쳐다보는 아기 염소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봄이란 이렇게 해맑은 아기 염소의 얼굴을 닮은 것이 아닌가란 기분도 든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응..그래 나도 반가워.




봄맞이 어린이대공원 산책의 포토제닉을 뽑는다면 단연 수달이었다.
시원하게 수영을 끝낸 후 주변에 있는 돌에 연신 몸을 비벼대던 수달. 그리고 나선 햇볕에 온몸을 맡긴다.
벌러덩 누워 짧은 다리를 하늘을 향해 들곤 열심히 말리는 모습이라니. 피식하고 웃다 보니 수달과 눈이 맞는다.

-어이~ 사진만 찍지 말고 여기 한번 와서 누워봐요. 얼마나 포근한데.
-그러고 싶은데, 담장을 넘을 수가 없네. 미안!




시선을 몇 번 나를 향해 던져 주곤 다시 햇볕에 몸을 말리기 시작하는 수달.
햇볕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듯 하늘을 향해 든 얼굴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봄은 이렇게 이 작은 동물에게도 행복함을 가득 안겨주는 멋진 계절이다.




이제 벚꽃을 즐겨 볼 차례다.
어딜 가도 벚꽃이 가득하지만 조금 더 예쁜 벚꽃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정문 음악 분수에서부터 후문 분수, 그리고 구의문 잔디밭 주변을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와는 달리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팔각당.
그 주변으로 난 벚꽃을 팔각당과 함께 한 프레임에 사진을 담으니 공원과는 다른 고즈넉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올해 벚꽃은 어딜 가서 구경하면 좋을까 했었는데, 이곳이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봄을 준비하는 동물들의 모습 하나에서부터 벚꽃 사이로 내려앉은 참새의 작은 움직임까지 발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눈을 화사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봄이 왔음을 느끼고 또 느낀다.




그리고 그런 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간직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가보다.
남자친구에게 잘 좀 찍으라고 닦달하는 커플도, 엄마 하품할 때 찍혔다고 웃는 가족들도
혼자서라도 사진작가 못지않은 폼으로 사진을 찍는 아저씨도 모두가 이렇게 봄을 기억하고 간직한다.




평일임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왔던 어린이대공원에서의 봄날.
따뜻한 햇볕만큼이나 여유롭고 나른하게 꽃구경, 동물구경, 사람구경으로 즐거웠던 하루는
봄을 찾아 나선 나에게 충분한 기쁨이 되었다.

봄이다. 봄이 왔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216
홈페이지 : http://www.sisul.or.kr/
찾아가는 방법 : 5호선 아차산역 4번 출구,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1번 출구
소소한 1% 이야기 : 아차산역 4번 출구 앞에 파는 붕어빵은 1,000원에 무려 6개! (7개였는데 한 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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