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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에서 놀이기구를 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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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에드먼튼 몰. West Edmonton Mall, WEM.
사실 쇼핑몰은 정말 흥미가 가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쇼핑몰처럼 재미난 곳은 없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으로 진이 빠지는 곳' 중의 하나로 여행 중에는 특히 피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간 이곳에서 나는 정말 제대로 진이 빠지게 되었으니.. 
사람이 원인도 아니오, 쇼핑할 거리가 많아서도 아니오, 바로 놀이기구 때문이었다. 놀.이.기.구.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합인 쇼핑몰과 놀이공원의 만남이 오늘의 이야기다.




에드먼튼 몰은 참 크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작은 소도시나 동물원 크기로 비교되는 이 쇼핑몰은 북미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2004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일본과 호주에서 웬만한 크기의 쇼핑몰은 이미 다녀봤는데 이곳은 그것들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였다.




100곳 이상의 레스토랑과 800곳 이상의 상점들. 거기에 2곳의 호텔, 10곳의 관광명소가 들어 있는 이곳,
사실 실제로 걸어보지 않고서야 이 대단한 규모는 나열한 숫자로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쇼핑몰을 끝에서부터 끝까지 다 돌아보지 못했다. 
시간상의 문제도 있었고 체력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걸 제쳐놓고도 정말 컸다. 지칠 정도로.




800여 곳의 상점들을 일일이 둘러보자면 시간이 며칠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았고
그건 마치 쇼핑이 아니라 하나의 스포츠가 되어버릴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쇼핑몰 가이드북을 들고서 가고 싶은 매장 몇 개를 찍어 둘러보는데도 어찌나 긴 시간이 들던지.
결국, 정말 필요로 했던 여행 가방 하나만 사고서 쇼핑은 급하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내가 이 쇼핑몰에서 진이 빠져버린 것은 절대 '쇼핑'은 아니었다.
왜 실내에 이런 걸 만들어 놓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 공간 때문이었다.
수족관도 아닌데 물개쇼를 볼 수 있질 않나,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높은 곳을 걸어 다닐 수 있질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은 쇼핑몰이라고 단정 내리기에는 많은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워터파크다. 쇼핑몰 안에 있는 수영장이라니.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고, 한 쪽에서는 수영복을 입은사람들이 놀고 있는
이 알 수 없는 모습이 에드먼튼 몰에서는 가능하니,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냥 빈손으로 갔다가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사 들고 바로 수영장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면 되는 거다.
그렇다고 동네목욕탕 크기로 생각해도 오산! 긴 미끄럼틀이 몇 개가 있을 정도의 제법 큰 크기다.




어딘가 놀러 가고 싶어하는 아가와 함께하는 아빠도 친구와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에드먼튼 몰의 워터파크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던 것은.
부인의 끝나지 않는 쇼핑을 함께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물놀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란 의심도(?) 했지만,
그들의 즐거운 표정을 지켜보다 보면 그런 의심보단 나도 수영복을 사러 가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즐거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워터파크뿐만이 아니다.
다음으로 만난 곳은 '아이스링크'로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가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나 그곳은 놀이공원, 여긴 쇼핑몰이 아니던가.




어쨌든 우리의 김연아 선수가 그랬듯 피겨퀸을 꿈꾸는 많은 소녀는 이곳에서 열심히 연습 중이었다.
- 얘들아, 너네 유나킴 아니? 내가 그 나라에서 왔어! 한국이라고!
마음속으로는 그들을 붙들고 몇 번이나 말해주고 싶었지만, 한창 연습 중인 소녀들은 내 곁을 쌩쌩 스쳐 지나갔다.
이 중에서 누군가는 또 캐나다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아이스링크는 일반인이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날은 연습하는 아이들을 위한 날이었나 보다.
쇼핑몰을 둘러보러 가는 길에는 피겨연습 중인 아이들이 오는 길에는 아이스하키를 연습하는 아이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까는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땀 냄새 가득한 힘과 스피드의 강렬함을 바라볼 수 있었다.
캐나다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라는 아이스하키가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연습 중인 소년들이 훈남이었다는 것도 살짝 인정! )




그리고 나의 진을 빠져버리게 한! 혼을 놓게 한 놀이공원의 등장.
이곳을 도착하기 전 놀이공원이 쇼핑몰 안에 있단 이야기는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훨씬 무서웠다. 
아이가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던 백화점 안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크기에 다른 놀이기구들이었던 거다.




그리하여 나는 약 7년 만에 청룡열차를 (끌려 가) 타게 되었다.
청룡열차라고 하기엔 아이들도 충분히 탈 수 있는 적당한 속도(내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적당한 높이(내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의 놀이기구였지만,
사실 나는 놀이공원에서 맘 편하게 탈 수 있는 것이라곤 회전목마뿐인 나에게는 정말 고역이었다.

- 엄마... 엄마.....으허허허어....엄마....
놀이기구를 타는 내내 나는 한국에 있는 엄마를 그렇게도 불러댔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던 가이드님의 말을 믿은 내 잘못이지만,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놀이기구 공격을 당하다니.




놀이기구에서 내리고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충격에 다른 놀이기구를 타자는 제안은 과감히 거절!
이곳에 있는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에 비해 나는 너무나 힘들었다.
내가 탄 것과 비교하면 속도나 높이에서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놀이기구에 올라탄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용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질 뿐.




한 번의 놀이기구로 때문에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 체력을 보충하러 호텔로 돌아가야만 했다.
다행인 건 내가 묵는 호텔이 바로 에드먼튼 몰에 있다는 사실.
쇼핑몰에서 호텔, 워터파크, 아이스링크와 놀이공원이 다 한곳에 있다는 건
쉽게 와닿지 않는 숫자의 나열이 아니고서도 새삼 웨스트 에드먼튼 몰의 크기가 다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케리비언베이를 집어넣고 롯데월드를 더하면 이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단순히 '쇼핑몰'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복합적이었던 이곳,
너무나도 오랜만에 놀이기구를 타게 한 진이 다 빠져버린 이곳,
쇼핑몰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여기만큼은 특별하게 다가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쇼핑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최고의 공간일테고.



웨스트 에드먼튼 몰 West Edmonton Mall, WEM
홈페이지 : http://www.wem.ca/
운영시간 : Monday to Saturday : 10am ~ 9pm / Sunday : 11am ~ 6pm 
1%의 소소한 이야기 : 이곳에서 방향 잃고 헤맨 탓에 보고 싶었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문을 닫아 구경도 하지 못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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