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뭐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아니 장작이 타고 있잖아요.
타닥타닥..
불 타는 장작을 보면서 그런 재미없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나무가 타들어 가며 만드는 타닥타닥 소리와 한창 기타 연습중인 선배의 또롱또롱 소리와 섞여
타롱또닥 봄밤의 정취를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내가 준비한 거라고 대파밖에 없었던 봄날의 캠핑은
캠핑 달인 커플의 철저한 준비 아래 너무나도 근사하게 이루어졌다.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이 우리의 캠핑 장소였다.
카카오톡에 여러 명의 사람을 불러모아 캠핑 계획을 하나하나 읊던 선배의 글을 읽으면서도
사실 난 내가 어디로 캠핑을 가는 건지 잘 몰랐다.
몽흥포요? 아..몽산포랑
영흥도구나.
몽산포로 갈지 영흥도로 갈지. 이렇게 적긴 해도 두 지역 다 내겐
생소한 곳이니,
난 그저 어디로 그든 오랜만의 캠핑이 신이 나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갯벌에서 조개는 꼭 캐야 한다는 캠신(캠핑의신) 선배의
의지에 따라
간조와 만조의 시간까지 철저하게 계산되어(?) 우리는 영흥도로 향하게 되었다.
도착하고서도 내가 한 건 슬쩍 돕는 것뿐.
캠신커플은 너무나도 빠르게 짐을 옮겼고, 텐트를 쳤고, 해먹까지
달았다.
그 옆에서 깔짝거리며 저거 나르면 이거 나르고, 이거 치우면 저거 치우는 정도로
나의 역할은 어찌나 소소한지.
그리고 나서는 곧바로 베짱이질에 돌입.
나무와 나무에 달아놓은 해먹에 들어가 보니 이 좁은 공간은 참으로 편안했다.
컬러풀한 색깔마저 마음에 쏘옥 들었던 해먹은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해먹 계에서는 알아주는 상품이랜다. 저렴하기도 하고.
집이 조금이라도 넓었다면 하나 구매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쩝.
장경리 해수욕장 바로 앞에 우리가 텐트를 친 곳은 다른 캠핑장과 비교해 입장료나 자릿세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과 텐트가 아침부터 자리잡고 있었는데,
다들 장비들이 어찌나 삐까뻔쩍 멋지던지.
딱 봐도 새 것 냄새 풍기는 텐트부터, 몽골에서나 봄 직한 세모꼴의 텐트, 거기에 호주에서나 보던 캐러반의 등장까지.
한국이 캠핑 붐이라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놀랍기만 했다.
남들 텐트 구경도 잘 하고. 낮잠도 잘자고.
그렇게 베짱이질을 계속하며 얼마나 잤는지 모를 정도로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조개 잡으러 갈 시간이라고 선배들의 재촉이 이어졌다.
네네.. 갑니다 가요.
집에서 챙겨 온 장화를 신고 캠신선배가 조개를 캐기 위해 샀다는 갈고리를 들고서 갯벌로 나섰다.
처음은 아주 신 났다. 내 장화가 질퍽한 진흙 따위에 질 리가 없었기에.
근데. 갯벌, 참 무서운 곳이었다.
조개를 캐겠다고 한 곳에 서서 열심히 갈고리로 진흙을 파고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면
어느새 내 발을 진흙이 꽈악 잡고는 놔 주질 않는 거다.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여지지 않고
장화만 자꾸 벗겨지는 하고..
오. 마이. 갓.
그렇다고 캐는 족족 조개가 나오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우리의 조개들은 다 어디로 도망을 간 것인지. 낑낑거리면서 그렇게도 진흙을 팠지만,
한 개도.. 단 한 개도 보이질 않았다.
조개 좀 많이 캤어요?
네…. 여기….한 개요.
열심히 파고 있는 우릴 보고 무언가 수확이 있는가 싶어서 다가온 아주머니는
우리가 판 한 개도 부럽게 바라보다가 갈 정도로 이날 조개 운은 참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보이던 이 고동들은 어디서 온 것이란 말인가!
그 수 많은 조개는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왜 내 장화는 자꾸만 벗겨지는 것인가.
그 누군가도 갯벌의 무서움(?)을 깨달았던 것인지 슬리퍼를 한편에
고이 벗어두었다.
저녁노을이 물들고 이 슬리퍼에서마저 갯벌에서도 쓸쓸함이 묻어난다고 생각할 때쯤
옷 더러워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갯벌에서 노는 꼬맹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도 운치라면 운치. 어쩌면 갯벌은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최적화된 곳이 아닌가 싶다.
서해안에서 바라보는 하루가 이렇게 간다.
사실상 서해에 와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처음이지 않나 싶다.
곧 해가 저물고 캠핑이 빛을 발하는 시기,밤이 찾아왔다.
불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손길. 캠신의 손끝에서 불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만들어졌다.
신이 사람에게 준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던 불. 우리에게는 고기를 굽기 위해 너무도 중요했다.
고기만 굽나. 조개도 구워야지. (저
조개는 갯벌산이 아닌 시장산)
캠핑의 가장 신나는 시간을 꼽는다면 단연코 먹는 시간이라고 나는 꼽겠다.
불의 힘을 빌려 완벽하게 구워진 고기와 조개를 냠냠. 술도 챱챱.
아, 행복이란 참으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새삼 느끼고 느낀다.
취기가 올라 기분 좋은 상태로 그대로 잠들었던 캠핑의 밤.
추워서 깰 수밖에 없었던 캠핑의 새벽.
퀭한 몰골로 텐트를 접고 놀았던 흔적을 정리했던 캠핑의 아침.
사진은 없지만, 기억에다 또렷하게 남겨놓는다. 거기엔
‘재미있었다’란 꼬리표도 함께 달아야지.
예전 자라섬 캠핑과 비교했을 때 정말 완벽하게 이루어진 봄날의 캠핑은
이렇게 행복한 추억을 또 하나 남긴다.
잘~ 놀았다.
덧_ 엉망진창 자라섬 캠핑이야기를 보실려면…http://sinnanjyou.tistory.com/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