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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소풍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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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어른이들은 확실히 '노는 것'을 좋아한다. 거기에 '먹는 것'이 합쳐지면 더욱.
가끔은 그래서 '놀자'는 건지 '먹자'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어쨌든 '놀고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많다.
그래서 개최된 것이 초여름 6월의 소풍이다. 뚝섬유원지 자벌레 건물 아래에서.

이번 소풍은 각자 도시락을 하나씩 싸든 사든 갖고 와 그 음식들을 무기명투표를 해
영광의 1등에겐 그 후의 먹을 것에 대한 공짜권한이 부여되는 나름의 이벤트를 계획했지만,
누가 뭔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무슨. 그냥 펼쳐놓고 먹는 게 중요한 거다.

참고로 그 어떤 계절(?)의 소풍이라도 나는 '피크닉'을 빠뜨리지 않는다.
이처럼 소풍에 걸맞은 아름다운 제품이 어디에 있겠는가! 사랑합니다. 매일유업.




펼쳐보아라, 그대들의 도시락을! 
어쩜 이렇게 다양할 수 있는지. 겹치는 음식이 없어 다양한 종류를 다 맛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코가 벌름벌름.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되었을 이 소중한 음식에게 감사의 인사를 이 글로 전하며 하나씩 먹기 시작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언제나 위대해, 제대로 된 소풍 도시락. (feat.봉배)

봉배(3X,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의 도시락이 등장했을 때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탄성을 자아냈다.
보기에도 프로의 솜씨가 느껴지는 이 도시락은 밥알 하나, 깨소금 하나, 계란말이의 기포 하나에서마저 '손맛'이 느껴졌다.
이미 자라섬의 캠핑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싸 주신 꽃등심과 갈비탕이 아니었던가.
나는 또 한번 감탄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열심히 먹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먹는 걸로 보답하는 길뿐.

응? 어머니가 사위의 회사 야유회 가는 줄 알고 싸셨다고? 




어떻게 만들면 맛이 나는 건가! 샐러드빵

우뎅선배(3X, 패키지디자이너)가 들고 온 빵은 그냥 겉보기엔 크림빵, 먹어보면 샐러드빵.
그 동네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빵이라더니 정말 맛있었다.
오이, 달걀, 채소를 넣어 만든 것 같은 이 샐러드는 촉촉해서 빵과 잘 어울리더라는. 




던지지 마세요, 입에 양보하세요. 폭탄 주먹밥

오기언니 친구(3X, 모름)가 사 온 메뉴는 나도 생각했던 폭탄 주먹밥.
밥 양도 많은 것이 맛도 있어 한국에 와서 감탄(?)했던 메뉴이기 때문에 늘 반갑다.
다른 메뉴들을 먹다 보니 이걸 깨면 다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쉽사리 먹지 못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
다 함께 맛나게 먹었다. 역시 백지먹밥도 맞들어 먹으면 나아.




제일 빠른 속도로 없어지던 새콤달콤 매콤한 닭강정

오기언니(3X, 감기 걸린 직장인)가 사온 건 모란시장에서 사왔다던 닭강정. 
내가 강원도 영월에 갔던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닭강정이 그렇게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재빠르게 통닭집처럼 늘어났더라는. 역시 맛있는 건 다들 아는 걸까.
그런 이유로 우리의 돗자리 식탁 위에서 가장 먼저 동난 것도 이 닭강정이다.




오늘 소풍의 가장 큰 연유는 바로 직접 만든 레몬청과 자몽청

갑자기 때아닌 바람이 불어 그들은 과일을 사서 직접 소독하고 잘라 각각 오기표 자몽청과 봉배표 레몬청을 만들었으니
이 소풍은 적당히 숙성되었을 그것에 탄산수를 부어 에이드로 만들어 먹자라는 것이었다.
챙겨 온 탄산수가 맛이 없기도 하고 얼음도 들어가야 다 맛있는 에이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 난무하고
그들은 조금 더 숙성을 시켜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맛이 어땠냐고? 생각하고 싶지 않..




이렇게 많은 음식을 챙겨왔으니 배달 음식을 시켜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이 동네 혹은 근처의 배달음식 점주님들은 어찌나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전단을 주시는지.
받고, 받고 또 받고. 그렇게 받은 전단을 모아보니 몇 시간 사이에 이만큼. 깜짝 놀랄 양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았다. 다만 직접 찾아 나섰을 뿐.
이미 뱃속에 음식이 가득한데도 먹겠다는 이들의 거대한 위에 한번 놀라고.
그렇게 찾아간 곳은 부산 사람들에겐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밀면'이다. (또 하나는 돼지국밥.)
가득 찬 배에 시원한 밀면을 후룩후룩 먹고, 거기서 이 소풍은 끝나는 듯 보였지만,




그들은 또 먹더라. 밀면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팥빙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등을.
다부지게 팥빙수를 비비는 저 손들을 보고 있으니 참 뿌듯하다. 
그렇게 먹는 것과 동시에 카페에 있던 만화책을 보면서 한참을 여유롭게 보내면서
놀만큼 놀고 먹을 만큼 먹고 나서야 모두 볼록 튀어나온 배를 두들기며 집으로 향하며 이 소풍은 끝이 났다. 

그러니까 설마 이 소풍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냐고? 뭔가 특별한 것은 없느냐고?
그래서 제목에서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뭔가 특별한 것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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