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는 불편한 다리를 간신히 끌어 모아 무릎을 꿇었다. 이윽고 내뱉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비는 그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그렇게 반복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할 뿐이었다.
그가 바닥에 내팽개진 다리를 (꿇기 위해) 끌어모으려고 힘을 쥐어 짜냈을 때,
나는 곧이어 그의 입에서 내뱉어질 말을 직감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어지던 그의 한마디, 미안하다.
그치지 않고 쏟아내는 그 네 음절의 말은 그의 사연에 녹아들며 나는 소리 내어 울지 않도록 끅끅거릴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보던 중이었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는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하다.
그런 이야기가 모여서 이 세상의 모든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뮤지컬 '오! 그대가 당신이 잠든 사이'는 그런 사연 많은 이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TV 출연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최병호'라는 인물로 시작된 이야기가 무료병동 601호의 사람들 이야기로 이어지는..
자의 혹은 타의로 시작된 그들의 기나긴 이야기가 시작되면 '병'이 아닌 '사연'이 마음에 맺힌 환자들만이 남는 것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와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목부터 뮤지컬은 나 또한 이 무료병원에 입원한 옆 병실의 환자와 같은 관찰자 역할이 된다.
나는 603호에 들어온 블로그 포스팅 집착병을 가진 환자고 한창 어제 본 뮤지컬에 정신이 팔려 있는 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베드로 신부가 이렇게 물어올 것이다.
"혹시 최병호 환자를 보셨나요?"
안타깝게도 나도 최병호 아저씨를 보지 못했으니 신부님의 낙담하는 한숨 소리를 들으면서도
어젯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601호 병실에서 가장 친해지기 힘든, 신경질쟁이 병호 아저씨는 가득 쌓인 눈을 해치고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 최병호라는 인물의 행방을 쫓으며 같은 병실을 쓰던 601호 환자들의 이야기가 하나둘 시작된다.
미어지게 슬펐던 찢어지게 아팠던 그들의 상처는 세월이라는 약에 덮여 담담하게 뱉어져 나올 만큼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혹독한 시련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또 다른 위로가 되기도 한다.
너도 아프니? 다 괜찮아진단다. 하고.
40여 만 명이 넘는 나와 같은 다양한 환자들이 그렇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울고 웃으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동안
뮤지컬 자체로도 소극장 공연 최초로 한국 뮤지컬 대상 최우수상과 극본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베드로 신부님이 추기경이 되었다거나 그런 극적인 요소를 기대했다면 무리다.)
높은 평점과 재관람율을 기록하며 누구에게나 그 재미를 인정받는 뮤지컬로 거듭나기도 하였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일어난 실종사건.
무언가 이런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언뜻 보기엔 무겁게 느껴질 만도 하지만,
유머와 이벤트가 가미되면서 관객석의 사람 모두를 울렸다가 웃겼다 하는 힘을 가졌다.
덕분에 제목 이외의 그 어떤 정보도 없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던 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글썽이는 눈으로 웃었다가 울었다가 하는 시간을 보냈다.
참, 그래서 601호 최병호 아저씨는 다시 돌아왔냐고??
그건 이 글을 읽는 무언가 당신도 이 병원에 입원을 해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웃고 울고, 인간냄새 가득한 원조 힐링 뮤지컬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
• 공 연 명: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공연기간: 2013년 9월6일(금) ~ 2014년 3월16일(일)
• 공 연 장: 대학로 예술마당 1관
• 작, 작사, 오리지널연출: 장유정 • 작곡, 음악감독: 김혜성
• 배 우: 이현 차청화 안두호 박세웅 강정우 임종완 신진경 김국희 최소영 신재열 스테파니
• 제 작: 연우무대┃ CJ E&M
1%의 소소한 이야기 : 공연내 촬영은 금지지만, 커튼콜때는 가능하니 그때가 셔터찬스!
배드로 신부님의 댄스를 놓치지 말고 꼭 확인 할 것! 아이돌보다 더 요염(?)
[이 글은 CJ Social Board의 지원으로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