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뉴질랜드 자연과의 첫 만남
뉴질랜드 남섬_ 레이크 테카포(Lake Tekapo)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었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장을 보고 휴대폰 유심을 사고.
해야 할 일은 딱 2가지였는데 캠퍼밴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생각보다 시내가 복잡해 길을 헤매면서
예상했던 출발 시간보다 늦어져 버렸다.
시간까지 철저하게 세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해가 지기 전에 오늘 자야 할 곳을 정해야 했다.
그렇게 지도를 펴고 시간을 검색하고 내린 결론이 오늘은 '테카포 호수(이하 테카포)' 까지 가자는 것이었다.
▲ 오늘의 목표 :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테카포까지
오늘의 목표는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테카포까지 총 255km, 차로 3시간.
이런저런 볼일을 보고나니 시간은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7월의 뉴질랜드는 대략 오후 5시 30분을 전후로
해가 지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호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몇몇 블로거들의 '뉴질랜드에서의 운전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시내만 복잡할 뿐'이라고 말한 것처럼
시내를 벗어나면 무조건 앞을 보면 달리는 것 말곤 할 일이 없다.
처음엔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주변의 풍경들이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었지만, 3시간을 달리다 보면 점점 익숙해 오고..
날씨라도 좋으면 사진 찍는 재미라도 있을 텐데 첫날은 보다시피 흐렸다.
중간에 양 떼를 만나서 잠시 멈춘 것 말곤 부지런히 달렸다.
흐린 날씨에 해가 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주변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상상했던 풍경은 조금 을씨년스럽게 변하면서
설마 첫날부터 눈이나 비가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3시간 넘는 시간을 달려 GPS에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확인하고 보니 호수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자들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린다는 그곳, 테카포를 만난 것이다.
근처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볼 심산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해는 낮게 깔린 먹구름 뒤로 숨어 버리고 주변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어 예상했던 테카포와는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이건 그 수 많은 사진으로 봐 왔던 것보다 조금 많이 실망이었던지라 괜히 기분이 울적.
▲ 선한 양치기의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
테카포 호수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선한 양치기의 교회'는 생각보다 더 작은 곳이었다.
흐린 날씨에 더 움츠러든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그래선가 쌀쌀하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뉴질랜드 여행의 첫날부터 흐린 날씨라 섭섭함이 컸지만, 사실 14박 15일의 여행 중 반은 흐린 날씨 반은 맑은 날씨였다.
긴 여행의 모든 시간이 날씨의 운을 받아 화창하기만 하면 기뻤을 테지만, 적어도 우리의 여행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첫날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보니 그저 앞으로의 날들이 오늘과 같은 날씨가 되질 않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 것이란 예보가 있었으니까.
어차피 어두워져서 더이상 차를 몰고 가는 건 위험해서 안될 일이었고 1박을 테카포에서 할 생각이었으니
내일 아침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 번 테카포를 들려 보는 걸로 결론을 내려 근처의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 첫 숙박비 5달러
설레던 캠퍼밴 여행의 첫날은 다양한 것들을 생각한 만큼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테카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무인 캠핑장을 선택해 홀리데이 파크가 아닌 '노숙'으로 시작한다는 게 무섭기도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게다 저녁에 본 테카포의 풍경은 아쉬웠지만,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을 볼 수 있다던 이야기처럼
흐린 구름 사이로 뚫고 너무나 아름다운 별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단 사실은 큰 감동이었다.
(테카포는 별 관측하기가 좋은 곳인지라 관련 투어도 있고, 별 관측소도 있다.)
▲ 이름나지 않은 곳이 오히려 더 아름답기도 하다
쾌청한 날씨를 확인하고 침대만 정리하고 바로 차를 몰고 출발했다. 캠퍼밴 여행의 장점은 바로 이런 것.
맑은 날씨에 오늘은 제대로 된 풍경을 볼 수 있겠다는 행복감에 젖어 가다 보니 전날 밤엔 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캠핑장에 올 때만 하더라도 이미 사방이 깜깜해져 차가 혹시나 도랑으로 빠지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것만 생각하고 왔었는데
그 무서운 길이 다음 날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었다.
호수(테카포가 아닌 그 옆에 있는 알렉산드리나 호수)를 끼고 눈 쌓인 산이 아침 햇살과의 조화로 만들어내는 풍경.
앞으로의 여행에서 몇 번이고 감탄 할 '뉴질랜드 자연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 아침부터 체조하는 한국인들 ㅋ
가이드북에 적힌 이름 난 곳도 좋지만,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오히려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풍경에
눈을 뺏겨 차를 멈춰 세울 때가 많았다. (물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주는 지루함도 함께한다.)
아침 일찍 만난 이 풍경은 어제의 아쉬움을 털어낼 만큼 멋진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전날에는 미처 발견도 못 한 테카포의 환영 이정표도 다음 날은 발견할 수 있었다.
테카포데 대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할 때에 들려도 좋고 다시 크라이스트 처치로 돌아올 때
들려도 좋으니 계획에 맞추어서 정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하루에 달릴 거리를 생각했을 때 다른 지역보다 가장 먼저 갈 수 있는 관광지였던지라 하루 머물 겸 선택했다.
▲ 아침 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호숫가~
맑은 하늘 해가 설산 뒤로 올라오기 시작하고 어제와는 다른 고요한 테카포의 풍경이 반겨주었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눈 부신 햇살에 제대로 눈이 부셔 제대로 눈뜨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감동했다.
▲ 강원도 평창과 비슷한 해발고도
빙하가 녹아 만들어 낸 호수라 그 어느 곳보다도 깨끗한 물이란 사실도 놀랍지만,
해발 700m에 위치한 산정호수란 사실도 재미나다. 막상 이곳에 도착해서도 그렇게 높다란 느낌을 받지 않았지만,
우리 집 근처 관악산(높이 630m) 보다 높은 곳에 강남구(약 40km²) 2개 정도 크기의 호수가 있다고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테카포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다 발견한 재미난 사실은 구글이 제작한 '룬(Loon)' 이야기다.
오지의 사람들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착안된 이 아이디어는 풍선에 관련 장비를 설치해 하늘로 띄워 올린 것인데
이를 이용하면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도 인터넷을 짧게라도 사용할 수 있는 재미난 아이디어.
이 룬을 처음 띄운 것이 바로 이 테카포 호수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한 달 전에 테카포 호수 위에 그 거대한 풍선이 떠 있었다고 생각하면 어찌나 재미난 지.
우리가 뉴질랜드를 열심히 여행하고 있을 때 머리 위엔 둥둥 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관련내용 : 거대한 호수 위에 뜬 ‘구글표’ 와이파이 풍선(나우뉴스) / Loon for all(공식홈페이지)
▲ 양치기 교회 안을 들여다보는 아저씨
테카포 호수는 그렇게 짧게 돌아 보고 전날 만나지 못한 멋진 풍경을 봤다는 것에 만족하며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사실 테카포에서 보는 최고의 풍경은 양치기 교회 안에 십자가가 세워진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것인데
어제도 오늘도 보지 못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운'에 가까운 일이란 말인가 좌절했다.
뭐 알고 보니 교회를 여는 시간대가 생각보다 짧아서 그랬던 것이지만.
선한 양치기 교회는 겨울에는 보통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문을 닫고
일요일은 그보다 더 늦은 오전 11시 30분 이후에 문을 여는 듯하니 교회에서 보는 풍경이 궁금하다면
너무 늦은 시간(나처럼)이나 이른 시간(나처럼)은 피하는 게 좋다.
해가 완전히 솟아오르고 사람들이 호수를 보러 오기 위해 조금씩 늘어났다.
아침의 고요함은 조금씩 사라져 갔지만, 풍경에 감탄하기 바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채우기 시작했다.
눈 부신 햇살과 테카포가 만들어내는 감동의 장면은 아마 이곳을 찾은 누구라도 감동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게 돌아보는 것을 끝내고 다음 여행을 위해 캠퍼밴에 올라탔다.
기다려라, 뉴질랜드여. 우리가 간다!
and.. 오늘의 베스트 컷(PHOTO BY UKUBBANG)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사전]
1.아이사이트(iSITE) : 뉴질랜드 여행의 모든 자료가 있는 곳. 한국에서 가져온 정보보다 쓸만한 것이 넘쳐난다.
2.투디그리(2° 2Degrees) : 이번 여행에 사용한 통신사. 선불 방식의 유심을 사서 충전해서 썼다.
http://www.2degreesmobile.co.nz/home
3.쥬시(Jucy) : 이번 여행에 사용한 캠퍼밴 회사. 당시 하루 렌탈비가 25달러. http://www.jucy.co.nz/
4.뉴질랜드 달러(NZD) : 뉴질랜드는 자신들만의 화폐를 사용하고 NZD로 표시한다. 호주에 비해서는 낮은 환율.
5.비수기 : 4월부터 10월이 비수기로 알려져 있고 여름 휴가철을 피하면 저렴한 항공료도 구할 수 있다.
6.노숙 :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캠핑을 하지 말라는 표시가 있는지 확인을 꼭 해야한다.
7.테카포 호수(Lake Tekapo) :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 해 하루 묵어가기에 좋았던 곳. 선한 양치기의 교회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멋지다고. 주변엔 숙박업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뉴질랜드 14박 15일 일정이 궁금하다면]
: 그래, 이 맛이야~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프롤로그 http://sinnanjyou.tistory.com/209
이 뉴질랜드 여행은 2013년 7월 11일부터 30일까지 14박 15일간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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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F-1, GX-1 (신난제이유) / Olympus OM-D(우쿠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