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빅리그 사용설명서
tvN 코미디빅리그 방청을 가다
자고로 코미디의 세계는 단 몇 줄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장대하고 재미나다.
한 해를 들었다~ 놨다~하는 유행어에는 코미디언들이 남긴 말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다가오는 월요일의 무시무시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한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끝나는 음악이라고 할 만큼
우리의 이 스트레스 넘치는 삶에 있어 코미디는 빠질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거다.
오늘 다녀온 곳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채널 tvN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방청이란 것은 처음인지라 어찌나 설레고 재미있던지.
※글을 썼는데 알 수 없는 오류가 나서 다시 작성했음을 밝힌다.
이날 코미디빅리그를 보러 찾아간 곳은 상암에 위치한 CJ E&M 센터다.
이곳 안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화가 이루어지는데 도착한 우리에게 놀이공원에서 자주 보는 손목띠가 나누어졌다.
장소는 달라도 그곳을 갈 때와 같은 설렘으로 스튜디오에 입장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누어준 작은 리모컨.
이 리모컨의 용도는 각 팀의 연기가 끝나고 나면 그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으로 1번은 재미있었다, 2번은 더 재미있었다로
코미디언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재미없다'란 평을 내릴 수 없게 한 것이 오히려 맞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정말 관객과 시청자를 위한 5분이 안 되는 시간을 위해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을 맞바꾸었으니.
안타까운 것은 그런 내 마음과 별개로 12개 팀 중에서는 투표 결과에 따라 10개 팀만 방송이 된다는 사실.
스튜디오에 설치된 코미디빅리그의 세트는 상당히 멋지다.
방송에는 그다지 비춰지지 않는 세트지만, 영국 어딘가의 주택가 분위기가 나는 듯한 빨간 벽돌의 건물들이 아름답다.
아니 주택가라고 하기보단 코미디언들이 개그로 사람들을 웃기는 어느 극장가를 본뜬 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코미디빅리그를 채우는 코미디언이 아닌 그들에게도 주목!
사실 코미디언이 주를 이루는 방송이긴 하나 이들 외에도 코미디빅리그를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아나운서 신영일, 아이돌 그룹 베스티의 해령, 그리고 징맨 황철순.
관객들에게 응원을 북돋아주고 호응을 유도하고 가끔은 웃을을 주는 그들 또한 코빅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개그는 무엇?
▲ 생계형 건달 / 박광수, 정만호, (문규박)
▲ 효자깽 / 오인택, 문세윤, 남창희, 예재형
이 한 몸 희생하여 웃기리라, 몸개그
콩트의 내용이 '건달'이나 '갱단'과 관련이 되면 그들은 몸을 희생하여 웃기곤 한다.
가장 먼저 뜬금없는 NG를 내며 연기를 시작한 생계형 건달팀과 뒷심이 부족한 느낌의 효자깽이 그런 경우로
이유 없이 맞아야 할 때도 있고, 온갖 더러운 것도 참으며 하는(?) 그들은 몸개그는 안타까운 웃음을 준다.
이날은 장동민의 어머니도 방청을 왔던 터라 그의 모습은 더 들떠 보였던 듯하다.(사실 늘 그런 것 같기도..)
▲ 레벨업 / 이용진, 양세찬, 박충수, 이진호, 박충수
내 안의 또 다른 나, 분장 개그
'분장'을 이용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개그가 없다.
제대로만 하면 '한방'에 웃길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이 분장이 아니던가.
레벨업이란 코너는 분장을 했지만, 분장으로 웃겼다기보단 캐릭터에 조금 더 비중을 실어 분장까진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이 코너의 매력은 어설프게 한 캐릭터의 분장보다는 오밀조밀 짜인 스토리의 힘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
▲ 까똑친구들 / 김여운, 조세호, 장동민, 김기욱, 유세윤, 이상준
그에 반해 분장으로 웃길 수밖에 없는 코너도 있다.
1화 방송부터 엄청난 입소문을 타 동영상으로 많이 퍼진 이들은 분장이 절대 없으면 안 되는 코너다.
까똑으로 오고 가는 대화와 이모티콘 말고 별다른 스토리가 없음에도
그들의 분장과 포즈는 모든 이들의 공감의 웃음을 뽑아낼 수밖에 없는 힘을 가졌다.
실제 까똑 이모티콘과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없이 보이는 그대로 웃음이 빵 터질 수밖에 없고
능청스런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실제 까똑 대화창 뒤에서 이들이 이러고 있지 않을까란 상상마저 하게 만든다.
▲ 까똑 변신과정(유세윤 미투데이 : http://me2day.net/ongdalsam2)
KBS 코미디언인 박지선은 "신부 화장보다 바보 화장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란 수상소감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들에게 분장은 개그에 빠질 수 없는 요소이고 숙명(?)같단 생각마저 든다.
5분도 안 되는 콩트를 위해 얼굴을 파랗게 노랗게 칠하는 그들이 있어 까똑친구들은 더 인기가 있는 건 아닐까.
▲ 수상한 가정부 / 정주리, 이국주, 유상무, 안영미
수상한 가정부는 분장의 힘과 캐릭터의 힘이 반반씩 실린 콩트다.
안영미는 특유의 목소리 개그와 알 수 없는 가슴댄스(;;), 이국주는 영화배우 김보성의 특징을 잡아 상황 연출을,
정주리는 말 그대로 예측불허의 분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번 회도 만만찮은 모습으로..
이날 녹화에서 가장 고생을 한 건 역시 느린 속도로 다닐 수밖에 없었던 정주리다.
분장도 분장이지만, 그녀는 매 회마다 여자가 하기에 버거운 분장을 많이 하고 등장하는데
다른 예능에서 곱게 차려입고 여성스러움을 뽐내는 그녀가 막상 개그를 할 때는 어찌나 망가지는지.
▲ 쓸친소 / 새로 시작한 코너의 힘은 미약했다..;
▲ 한밤의 무직쇼 / 현병수, (구)양배추 신(조세호), 최국
오로지 입담으로 웃기리라, 말 개그
▲ 사망토론 / 이상준, 김기욱, 예재형
유난히 말 개그로 인상적이었던 코너는 '사망토론'으로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이런 걸로 토론을 해야 하나' 싶은 주제로 찬반 토론을 한다.
'독실한 교회 오빠 옥동자 VS 교도소 모범수 조인성'라든가 고삼 과외를 맡긴다면 '낙성대 김태희' vs '고려대 박지선',
'100일 사귄 여자친구의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 얘기를 해준다, 그렇지 않다'와 같은.
특히 이상준의 입담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도덕적인 정답'을 말하는 김기욱에 비하면 논리가 부족할 수 있는 것에 비해
그의 말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그게 답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대사량도 다른 코너에 비해서 상당히 많음에도 청산유수로 말하는 그 능력에 깜짝!
▲ 세얼간이 / 이재형, 한현민, 정진욱
유서깊은 개그, 바보개그
오랜만에 졸탄이 다시 돌아와서 선보인 개그는 역사와 정통을 자랑하는 '바보개그'다.
이미 영구와 맹구를 통해서 익숙한 이 개그 스타일과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는 졸탄이 만들어낸 '세얼간이'는
물 흐르듯 흐르는 동작과 말이 포인트인데 조금 더 '빵 터질만한 요소'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 10년째 연애중/ 김진아, 김여운, 이국주
극과 극을 달린다, 비교 개그
흔히 개그우먼들은 콩트 안에서 '예쁘거나' 혹은 '못생겼거나'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야 개그맨들의 경우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긴 하지만, 여성의 '외모'가 개그 소재가 되는 경우는 늘 많았다.
코미디빅리그에서도 이 개그 소재는 빠지지 않는다.
물론 개그우먼들의 숙명이고 자신들도 오히려 개그 소재로 자신 있게 삼기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번씩 기분이 나쁠 때도(내가 예쁘지 않아 그런..건..아..흠흠) 있는데 코빅은 제대로 이를 이용한다.
'수상한 가정부'의 보성댁에 이어 이국주의 매력은 '10년째 연애중'에서도 이어진다.
김진아와 김여운의 사랑스러운 초기 연애는 10년 후 많이 불은(?) 이국주와 김여운의 모습으로
같은 상황 다른 느낌으로 전개되는데 빼는 것 없이 자신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이국주에 진심 반했다.
▲ 썸&쌈 / 박나래, 장도연, 유상무, 장도연, 서은미, 최서인, 이진호
썸 타는 상황이 알고 보면 쌈(싸움)나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다룬 '썸&쌈'은
까똑친구들에 이어 한 번 방송되고 인터넷상에 그 영상이 많이 돌아다닐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자칫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이건 무슨 개똥같은 상황이야"란 대사를 누구보다도 찰지게(?) 표현하는 이진호와
그를 계속 자극하는 박나래의 합이 제대로 발휘되면서 이 코너는 빛을 발한다. 물론 그 외의 멤버들도 포함.
내가 뽑은 최고의 코너는? 사망토론, 썸&쌈, 까똑친구들
개인적으로 '말로 하는 개그'를 좋아하는지라 사망토론은 유난히 재미있었다.
썸&쌈은 기같은 멘트를 해도 '이진호'의 입으로 들으니 어찌나 찰지고(?) 재미난지.
▲ 방송 전 바람잡이 역할의 조우영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고..
공개녹화의 좋은 점은 TV에서 보이는 것과 다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녹화가 시작되기 전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조우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관객을 대상으로
요리조리 괴롭히며(?) 웃음을 뽑아낸다. 관객에게서 웃음의 포인트를 순식간에 찾아내는 순발력은 신기할 지경..
외에도 방송에 나오지 않는 곳에서 스탭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더라.
콩트가 진행될 때는 사진을 찍을 수 없고 끝나고 난 후 코미디언들이 인사를 할 때 나머지 스탭들은
막 끝낸 이들의 무대를 치우고 다음 콩트를 위해 새로운 무대를 만든다.
코미디빅리그에서의 장점은 지상파 방송 3사의 코미디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더 불꽃튀는 경쟁이 되기도 하고 자극이 되어 다양한 코미디가 만들어지곤 했는데
이번 시즌이 더욱 재미있어진 것은 기존의 '팀제도'가 '코너제'로 바뀌었기 때문.
팀제도로 끼리끼리 뭉쳐 나오는 것들이 코너제가 되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비로소 '섞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또한 방송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사람들이 열심히 움직여 하나의 방송이 완성되고 있다는 것도
앞으론 코빅을 챙겨봐야겠다고 느낀 부분. 물론 모든 방송이 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겠지만.
사실 이 글은 방송이 되기 전에 한번 쓰여졌었다가 블로그 오류로 다시 쓰여졌다.
본방사수를 외치며 봤더니 정말 12팀 중에 10팀만 나오고 2팀이 편집 되었고,
실제 녹화한 분량에 비해서도 많이 편집이 되기도 했더라.
뭔가 이 포스팅도 그래서 다시 편집(?)된 것 같은 나름의 평행 이론....(으음?)
이 글을 CJ 소셜보드의 지원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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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X-1 (신난제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