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남산에 오르자
그랜드 앰배서더 스프링 트레킹 패키지 체험
일본과 호주를 합쳐 몇 년을 해외에서 지내다 보니 막상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한 것은 3년 안팎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드라마에 빠진 일본 아주머니들의 '한국의 여기는 가 보았느냐?'라는 질문에도 '안 가봤는데요'란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서울에 살았음에도 그 흔한(TV에 자주 나오는) 관광지를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꼭 서울에 돌아가면 가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고 회사생활에 바빠 그 다짐이 조금은 잊힐 때 즈음 여행잡지 'The Traveller(더 트래블러)'의 체험단 모집에 운 좋게 당첨되었다. 그렇게 나는 멋진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낼 기회와 함께 드디어 아직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남산에 오르게 되었다.
▲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의 스프링 트래킹 패키지
|남산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 그랜드 앰배서더
이런저런 볼일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한 것은 제법 늦은 저녁이었다. 호텔에서 1박을 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지만, 남산 트래킹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던지라 트래킹 일정은 불가피하게 다음날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미리 들고 있던 호텔 바우처를 프론트 데스크에 건네니 방 키와 작은 가방,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받을 수 있었다.
▲ 호텔에 올 때마다 여기가 우리 집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은 금수장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지은 지 60년이 넘은 제법 오래된 호텔로 국내에 현존하는 민영호텔 중 최장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413개의 객실을 갖춘 특1급의 고급 호텔은 리노베이션을 통해서 더욱 모던한 객실과 연회장으로 바뀌었다.
사실 '스프링 트래킹 패키지'의 객실은 '슈페리어룸'인데 호텔 측의 배려로 업그레이드를 받아 '이그젝큐티브 디럭스룸'으로 바뀌었다. 방 키를 받았을 때만 해도 정신이 없었던지라 방이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방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더 넓고 커다란 방에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 생수 2병과 캡슐 커피 2잔이 제공된다
▲ 마음에 들었으나 주문해 보지 못한 베개 메뉴
일전에 포스팅한 적도 있듯 호텔 하우스키핑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보니 호텔방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호텔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그랜드 앰배서더의 경우엔 방을 담당하는 하우스키퍼의 이름까지 적혀져 있어 여러모로 신뢰가 가는 부분도 있고 실제로도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었다.
아울러 베개를 주문할 수 있는 메뉴판(?)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사각형 깃털 베개, 천연 라텍스 베개 등 각 베개에 대한 재질과 특징을 적어두어 고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나는 어디에서나 잘 자는 편이다 보니 베개를 주문할 이유는 없었지만, 여행할 때 자기가 사용하는 베개가 아니면 잠 못 드는 사람처럼 잠자리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서비스같이 느껴졌다.
▲ 트래킹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
|남산 트래킹 패키지의 정체!
이번에 내가 체험하게 된 것은 그랜드 앰배서더의 '스프링 트래킹 패키지'. 말그대로 호텔에 숙박하면서 동시에 남산 트래킹을 경험하도록 제안하는 호텔 패키지 상품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도 경험하면 좋을 상품이지만, 나처럼 도심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제법 흥미로운 상품이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여태껏 남산을 가 본 일이 없으니 말이다.
▲ 작은 가방 안에는 수건, 비타민워터, 물, 쿨팩, 인스탁스 필름, 선크림, 지도가 들어 있다.
▲ 코스는 크게 왕복 60분, 120분 거리로 나뉜다.
남산을 오른다는 생각을 하면 쉽사리 오르기가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을 하기 마련이겠지만, 저질 체력을 가진 나도 충분히 걸을만한 가벼운 코스를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 연인, 가족 누구라도 즐겁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이날은 이미 밤이 늦은지라 트래킹은 애초에 무리였고 다음날 오전에 가벼운 아침 운동 삼아 걸어보기로 했다. 참고로 호텔 체크아웃이 12시까지였기에 남산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씻고 체크아웃을 해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 패키지에는 아침 조식 룸서비스도 포함되어 있다
아침 일찍 부지런 떨며 일어났다.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할까 싶기도 했지만, 남산에 올라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조식을 주문했다. 호텔에서 머문 경험은 있어도 룸서비스를 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 밥을 좋아하는 나는 한식을, 빵을 좋아하는 우쿠는 미국식을 선택해 이 호사스러움을 마음껏 누리기로 했다. 모든 음식에서는 깔끔함이 묻어나오고 참 편한 서비스가 아닌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렇게 아침을 즐겼다.
▲ 창문 밖으로 오늘 올라갈 남산이 눈에 들어왔다
떠나기 전, 커피 한 잔을 내려 잔뜩 폼을 잡고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맑은 날씨였다면 경치가 더욱 좋았겠지만, 트래킹을 하기에 해가 나지 않아서 어쩜 딱 좋은 날씨란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조금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비가 오기 전에 트래킹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터.
▲ 남산까지 갔다가 오는 코스는 왕복 120분이 소요된다
|남산을 향하여 가볍게 걸어보자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길을 나섰다. 지도는 굉장히 간략하게 그려져 있어서 처음엔 길을 잠시 헤맸지만, 그다지 어려운 길이 아니다 보니 호텔에서 장충단 공원으로 가는 방향만 알고 있으면 나머지는 공원을 따라서 걸으면 된다.
▲ 동국대를 지나 장충단비까지
그동안 서울에 살았지만, 남산 근방에 왔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모든 풍경이 새롭게만 느껴졌다. 동대입구역으로 난 길엔 연등과 예쁘게 핀 5월의 장미가 트래킹 코스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고 연녹색 잎들이 만발한 장충단공원에서도 싱그러움은 절로 느껴졌다.
트래킹코스는 남산까지 가는 풍경을 느끼기에도 더할 나위 없지만, 우리의 역사 한편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이 또한 좋았다. 장충단공원은 예전에 아버지가 노래방에만 가면 즐겨 부르던 노래 제목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꽤 슬픈 이야기가 있는 곳이었다.
장충단비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때 순국한 충신들을 기리기 위해 고종이 지은 것이었지만, 일본 세력이 그 힘을 키우면서 비석을 뽑아 버리고 장충단 일대에 벚나무를 심어 일본식 공원을 바꾸어 버렸다. 그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처음 세워진 비석의 위치는 이곳저곳으로 옮겨지고 결국 지금의 위치에 옮겨져 세워지게 되었다. 또한, 장충단비 근처를 걷다 보니 헤이그특사로 파견되었던 이준 열사의 동상도 만날 수 있는데 우리의 가장 슬펐던 역사의 일부분이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니 가볍게 시작한 트래킹이 조금은 묵직해져 오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 5월의 자연은 아름답다
그렇게 하나의 역사를 뒤로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높은 빌딩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잊기 쉬운 자연 풍경은 트래킹코스를 따라서 아름답게 펼쳐진다. 오랜만에 보는 보리(보리가 맞겠지?), 노란 꽃, 그리고 누군가의 소원이 담겨있을 쌓아놓은 돌까지. 정신없이 회사 일에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그저 놓치고 지나쳤던 풍경이 멀리 가지 않아도 여기에 머물고 있다.
▲ 싱그러운 계절 아래를 걷는다
장충단 공원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남산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걷고 또 걷고. 처음엔 가볍게 시작한 트래킹이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하는 것도 계단을 한창 오르기 시작할 때다. 지도에 표시된 갈림길이 나오는 순간, 계속 고(go)를 외칠지 아니면 멈추어 설지 고민하게하 고.. 하늘 위를 잠시 고개를 들어 초록 5월의 잎사귀에 눈한번 개운하게 씻고 나면 남산까지 오르겠단 의지가 다시고 샘 솟는다.
▲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찍는 건 기술이 필요하다
트래킹 패키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단연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한 장밖에 없는 이 사진은 잘 나온 사진보단 못 나온 사진이 더 많은데도 남산까지 향하는 이 여유로운 길의 추억을 담기에 딱 어울리는 소품이었다. 지친 걸음 쉬어가다 한 컷 담고, 남산에 올라서 고생했다고 찍고. 함께 가져간 디지털 카메라에는 더 많은 사진을 담았지만, 손끝으로 바로 느끼는 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가면서 드디어 남산에 도착했다.
▲ 드디어 N서울타워에 도착!
|생애 첫 남산에 도착
느릿느릿 사진을 찍으면서 오르다 보니 정확히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내 생에 첫 남산은 그렇게 두 발로 부지런히 걸어 도착할 수 있었고 TV 속 예능프로그램, 드라마에서 수없이 봐왔던 그곳을 막상 도착해보니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긴 했지만, 드디어 왔단 생각에 흡족해졌다.
▲ 도민준과 천송이가 걸어놓은 자물쇠를 찾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
이날은 아디다스에서 하는 행사까지 겹쳐서인지 남산 전체가 들썩들썩했다. 유명 관광지다 보니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며 나같이 처음 와봤을 사람까지. 모두가 사진찍기 바빴고 사랑을 달아놓은 자물쇠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날씨가 흐려 N서울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시내는 불투명했지만, 그래도 트래킹코스 오르며 흘린 땀을 식히기에 남산의 바람과 풍경은 충분히 시원하기만 했다.
N타워를 뒤로한 채 인증 폴라로이드를 찍고. 그러고 나서야 나는 드디어 고대하던 서울 구경의 한 페이지를 채웠단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열심히 걸은 터라 허벅지 뒤쪽이 조금은 뻐근하게 느껴지는 하산길. 분명 내일 출근길은 조금 더 지친 하루가 될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지만, 집 구석에서 하루를 보내기엔 아까웠던 주말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단 생각에 흡족한 하루를 보냈다.
도심 속에서 조금이라도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싶거나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가볍게 남산에 올라 보자. 앰배서더 호텔 패키지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어쨌든 서울에서도 아주 가깝게 자연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더 트래블러 홈페이지 : http://www.thetravellermagazine.co.kr
더 트래블러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thetravellermagazine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 https://grand.ambatel.com/
장충단비(중구 홈페이지) : http://bit.ly/1l1Cr5q
1%의 소소한 이야기 : 내가 체험할 당시는 스프링 트래킹 페키지였지만, 지금은 섬머 트래킹 패키지로 제공되고 있다.
이 글은 'The Traveller's(더 트래블러) 체험단' 활동을 통해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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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X1 (신난제이유) / Olympus OM-D(우쿠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