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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마음에 들어서 - 가마쿠라 숙소, 호텔 아이아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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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은 보통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을 때로
이번엔 호텔이었다.


사진 : 아이아오이 홈페이지(http://aiaoi.net/korean/)


작년 연말에 다녀온 일본 여행의 계기는 웹서핑 중 보게 된 한 호텔의 사진 때문이었다. 광각 렌즈와 보정으로 이루어진 호텔 사진을 100%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긴 가보고 싶단 그 생각만으로 항공권도 구입하고 호텔도 예약했다. 바로 호텔 아이아오이(Hotel aiaoi)다. 



가마쿠라, 좋아하세요?

마지막 날, 좋았던 날씨

스페셜에노덴


호텔 아이아오이는 도쿄 근방의 '가마쿠라'란 지역에 있다. 3년간 일본 생활에서도 한 번 들려본 적 있는 동네로, 유명한 것은 '대불'과 '에노덴', 그리고 '슬램덩크'다. 이렇게 요약해도 될까 싶지만. 

이번 여행은 가마쿠라에 있는 아이아오이에 묵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간 김에 도쿄 일루미네이션도 보고. 여행 계획을 그다지 꼼꼼하게 세우지 않는 편이다 보니 그 정도 목표로 3박 4일의 일본여행을 계획했다.


예약은 오로지 메일로

해외여행은 숙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은 편이라 가성비 차원에서 평소엔 호스텔을 애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오로지 이곳에 묵어보기 위해 시작되었으므로, 2일은 호스텔에서 지내고 마지막 날에 아이오아이를 예약했다. (나머지 2일은 도쿄 아카사카의 호스텔 카이수와 가마쿠라의 위베이스 호스텔에서 묵었다.)

숙소 예약은 보통 부킹닷컴을 즐겨 사용하는데, 호텔 아이오아이는 자체 사이트를 통해 메일로만 예약할 수 있었다. 간단한 한국어가 가능하다곤 하나, 되도록 영어를 사용해달란 요청은 좀 불편할 수도 있다. 호텔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직접 편지 보내는 것은 아니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매월 15일을 기준으로 3개월 내외로 예약이 가능하고, 날짜별로 조금씩 금액이 다르다. 내 경우엔 묵고 싶었던 날은 이미 예약이 찼던 터라 여행일정을 조정해 예약했다. 



해변가의 호텔


호텔은  가마쿠라 해변과 가까웠다. 출발 전에는 이것만으로도 설렐 수밖에 없었으니, 아침에 일어나면 눈부신 바다를 걸어보겠단 나름의 계획까지 세웠고 그 계획은 멋지게 해냈다. 

체크인을 한 날, 호텔에서 추천해 준 초밥집으로 저녁 식사 하러 간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초밥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따라 나선 아침 산책에서 후지산을 만날 수 있었다.  호텔에서부터 시작된 모든 순간이 참 좋았다.


호텔은 건물의 3층에 있다


처음엔 방향치인 관계로 지도 앱을 켜두고도 호텔을 찾지 못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호텔 외관이 전혀 '호텔처럼 생기지 않은 것' 또한 한몫했다. 근처를 뱅글뱅글 돌다 뒤늦게 호텔이 3층이란 사실을 깨닫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손바닥만 한 종이로 표시해둔 호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호텔 간판은 이게 끝이다

캐리어를 끌고 3층까지 올라갔는데,1층에서 전화하면 내려오신다고

자연 소재를 많이 활용한 호텔 인테리어



소박하고 수수한 호텔의 첫인상


호텔은 이미지를 보며 예상했던 대로 수수했다. 나무 바닥과 회벽, 그리고 고풍스러운 소품들이 이루어내는 분위기는 세련되었단 표현보다는 '수수하지만, 분위기 있는' 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와 어울리는 호텔만의 분위기는 메일로만 진행하는 예약 시스템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앞서 말했듯 우편으로 예약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체크인도 손으로

1일 숙박요금 11,200엔


차 한잔을 내어 받고 호텔 체크인을 했다. 자그마한 테이블에 앉아 현금으로 숙박비를 내고, 이름과 국적, 나이 등을 종이에 적었다. 호텔 주인인 고무로 씨는 작은 호텔에 어떻게 찾아왔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호텔 아이아오이가 국내에 소개된 곳은 '스테이폴리오(Staypolio)'라는 숙박 큐레이팅 사이트밖에 없다. 이곳에 소개된 짧은 내용과 사진에 꽂혀서 여기까지 온 것이란 이야기를 하자, 고무로 씨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저도 감사합니다. 



여섯 개의 객실로 이루어진 호텔

나는 1인실, 코카게야(나무 그들의 집)을 배정받았다

반반 구조의 1인실

방 안의 작은 세면대


호텔 아이아오이는 작은 호텔이다. 객실은 6개 밖에 없어, 아무리 많은 사람이 묵더라도 12명이 안팎이다. 그런데도 이곳에 묵고 싶었던 것은 방 하나하나의 이야기와 사진 속의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묶게 된 방은 '나무 그늘의 집(小蔭や, Kokageya)'으로 반반으로 나누어진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방이었다. 싱글 침대가 하나밖에 없는 1인실로, 나가노현의 조형 작가에 의해 인테리어 된 방이라고 한다. 


샤워가운은 없어도 파자마가 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지만, 호텔치고는 작은 방이다. TV도 없고, 소파도 없고, 심지어 욕실과 화장실은 '공용'이다. 침대, 세면대, 작은 책상과 의자뿐인 방. 사진을 본 지인은 감옥같은 방이라고 평할 정도로 작았고 비좁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묵기로 한 것을 실수라고 생각했을까?



누군가에겐 충분하고

호텔 사용 설명서, 그리고 웰컴 쿠키


작은 방임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고요한 공간이긴 했지만, 내게 딱 필요한 것들만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오랜만에 소음에서 벗어나 챙겨 간 책도 다 읽을 수 있었고, 숙면도 취할 수 있었다. 텔레비전도 없는 좁은 방은 오히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익선동의 한 호텔이 아쉬웠던 것은 바로 이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부부가 적어둔 메시지

복도에 있던 따뜻한 차는 정말 맛있었다


호텔 곳곳에서 아이아오이만의 배려는 느껴졌다. 한국어로 번역된 호텔 이용 설명서와 영어로 쓰인 짧은 메시지, 작은 쿠키 하나가 맞는 환영 인사는 소란스럽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그들에게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누군가에겐 부족한

천연소재의 샴푸와 린스 제품도 마음에 들었다

얇은 거즈수건은 페이퍼타올을 대신한다


그렇다고 완벽한 호텔은 아니다. 마냥 칭찬만 늘어놓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호텔이다. 12월에 묵기엔 호텔이 춥다는 점이 그러하다. 특히 샤워할 때 가장 불편했다. 편함에 길들어진 현대인이라고 하기에 옥탑의 추위를 겪으며 사는 내게도 이 부분은 아쉬웠다. 온돌이 아니어서라고 하기에도 '호텔인데..'란 투정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호텔 아이아오이의 백미, 조식

오랜만에 새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다

밥 냄새 가득한 아침


호텔 아이아오이에서 머무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조식 시간이었다. 주인 부부가 직접 차려주는 아침 식사는 여느 식당에서도 느끼지 못한 맛이었기 때문. 아침햇살과 준비된 음식에서 풍기는 냄새가 어울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침 식사란 기분이 들었다. 


깔끔하게 차려진 1인 밥상

연어구이는 오랜만이다

깔끔한 맛의 찬거리

밥은 두그릇을 먹었다


단출한 밥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나도 처음엔 양이 적다고 느꼈으니. 그러나 차려진 밥상에 담긴 이야기를 곱씹으며 먹다 보니 배가 불러 더라. 바쁜 일상의 삶에서 대충 한 끼 때우기 급급했던 식사 시간은 이날 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특히 질 냄비에 지은 밥은 햇반과 전기밥솥에서 만들어낸 것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저희 가족이 직접 무비료, 무농약으로 재배한 오분도미쌀로 매일 아침 질냄비에 밥을 짓습니다. 무비료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저희는 이름 그대로 마른 잎이나 균조차도 쓰지 않는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잡미가 없는 쌀 본연의 참맛이 느껴집니다. 정미할 때 나온 쌀겨로 만든 된장으로 저희가 직접 절임도 만들고 있습니다. 

해산물(낙지와 소라 등)은 aiaoi의 바로 근처 '어부의 집'에 부탁해서 제철에 잡히는 것으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마쿠라 바다에서 잡히는 걸 먹는 게 무엇보다 큰 관광이다"라는 어부 분의 말을 참 좋아합니다. 

바다가 우리들이 원하는 것을 항상 내어주지는 않습니다. 배가 고기잡이에 나갈 때는 어부께서 양동이에 넣어 갖다주시는 지역의 재료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청과물점, 생선가게, 정육점, 두부가게 등을 주로 이용합니다. (응원의 의미로 대형마트보다는 지역의 작은 상점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희들이 가마쿠라에서의 생활을 무리없이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생선가게에서는 주의 내외분과 수다를 떨다가 항상 30분이 훌쩍 지나갑니다. '이 얼마나 여유로운 시간인가!' 생각합니다. 

"내가 납득하지 않으면 절대 물건을 들여놓지 않는다"는 주인 분의 안목을 믿고 재료들을 매일 추천받고 있습니다. 


- 아침 식사 안내 글 중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호텔 뷔페의 다양함이나 화려함과 비교했을 때도 무언가 허전한 식사임에도, '잘 먹었습니다'란 말이 절로 나오는 아침 식사. 그들이 적어놓은 글을 읽고 나니 밥 한 톨 남기는 것조차도 아깝게 느껴졌다. 인스턴트에 질린 요즘의 삶에서 오랜만에 식사에서 느끼는 풍족함. 단순히 배가 불러 느끼는 포만감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담백한 치즈케이크 맛

주인부부를 닮은 공간

막 쌓아올린 귤 마저도 인테리어

설겆이 끝낸 도구들을 햇살에 말리는 중


아침 산책에 이어, 가벼운 관광까지 마치고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부랴부랴 호텔로 돌아왔다. 주인 부부는 아침 식사 뒷정리를 마치는 중이었다. 전날 저녁 식사를 했던 초밥집에서 이곳에 묵고 있단 이야기를 하자, 역으로 치즈케이크를 먹어보라고 한 기억이 났다. 


커피를 이용해 만든 치즈케이크


고무로 씨에게 어제 들은 이야기를 건네며 치즈케이크와 커피를 주문했다.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먹는 호텔 아이아오이표 치즈케이크는 기존에 파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커피 액을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마냥 달지 않았던 것. 투박한 모양새의 케이크는 내 입맛에도 딱 맞았으며 그 담백함은 호텔의 분위기와 닮았다.

커피와 케이크까지 싹싹 비우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이번엔 고무로 씨가 1층까지 짐을 내려줬다. 다음에 또 오라며 인사를 건네는 주인 부부. 가마쿠라는 3월이 되면 예쁜 매화가 핀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언제고 다시 온다면 그땐 꼭 봄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또 다시 만나


호텔 아이아오이는 일반적인 호텔과는 다르다. 기존의 '호텔'이란 단어로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매우 동떨어진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내 뒤편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던 주인 부부를 생각하면, 호텔 아이아오이에서 묵는 동안 절로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호텔 이용설명서를 보면 호텔만의 규칙도 존재했다. 주인 부부는 상냥하다. 그러나 이는 손님 또한 예의가 지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에서 형성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손님과 주인이 대등한 관계에서 예의있을 것, 그것이 이 호텔에서 머물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불편한 호텔이다. 심심한 호텔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생각으로 운영하는 호텔. 호텔 아이아오이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맞는 말일 듯하다. 



추천


가마쿠라 바닷가를 산책하고 싶다면
시끄러움에서부터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따뜻한 밥 한끼 먹고 싶다면


비추


편한 곳을 찾는다면
도심을 좋아한다면
호텔다운 서비스를 원한다면
수족냉증이 있다면


참고


호텔 아이아오이 : http://aiaoi.net/korean/
스테이폴리오 : https://www.stayfolio.com/
일정 : 2017년 12월 8일(금) - 12월 9일(토)
금액 : 1박 11,200엔 / '나무 그늘의 집(小蔭や, Kokageya)' 방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아이폰 7 - F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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