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나는 부단히도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을 했더라.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오로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그렇다고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찾은 것도 아니다. 취미라니, 아마 이력서 쓸 때 말곤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은 없을 거다. 나는 아직도 내 취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요즘 표현을 빌려 취미유목민이다.
내가 생각하는 취미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꾸준히 해야 한다.
2.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
3. 스트레스가 풀려야 한다.
4. 생산적이면 더욱 좋다
어딘가에 정해놓은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러한 조건 탓에 나는 그 어떤 취미도 만들지 못했다. 취미를 찾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했음에도.
원데이클래스 운동수업도 들었다
나의 취미, 요가
어릴 땐 취미와 특기를 세트로 묶어 자주 물어보곤 했다. 그땐 고민도 하지 않고 '피아노'란 대답을 한 것 보면 꽤 많은 시간을 피아노와 보냈기 때문인 듯. 그때의 대답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취미인가 생각해본다면, 회사 일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꾸준히 하고 건 요가다.
그럼 요가가 내 취미인 걸까?사실 취미라고 하기엔 '체력증진의 목적'으로 하고 것이라 취미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습관처럼 요가원을 가고 있을 뿐.
요즘은 이북으로 즐겨 읽는다
나의 취미, 독서
요가만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독서다. 소싯적 미팅에서 영화감상과 함께 고상한 취미로 손꼽히는 그것 말이다. 초등학교 이후로 가장 많은 독서량을 뽐내는 요즘인지라 취미라고 얘기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읽기는 참 많이 읽는데 이것을 '글쓰기'로 승화시켜야 좀 더 괜찮은 취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나의 취미, 블로깅
블로그를 꾸준히 하며 글을 열심히 쓰고 있으니, 이 또한 취미가 될 수 있겠다. 그럼 읽은 책들을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면 독서도 글쓰기도 완벽한 취미생활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나서 블로깅을 하는 건 '스트레스'가 된다. 취미는 절대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에 정해놓은 규칙대로라면.
꽃꽂이 수업은 재밌고 비쌌다
나의 취미는 무엇일까
어느 순간부터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하나둘 배우기 시작했다. 캘리그라피, 꽃꽂이, 자수, 오일파스텔 그림, 바느질..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며 배우다 보면 언젠간 내게 딱 맞는 '취미'가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배운 것들은 꾸준하지가 못했다. 어떤 순간은 생산적이지 못해서, 어떤 순간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떤 순간은 즐겁지가 않아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나는 취미에 너무 많은 조건을 달아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내게 취미는 그래야 한다고 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가 정한 조건에 맞는 취미를 만들고자 애쓰고 있었으니까.
혼밥과 넷플릭스, 완벽한 취미다
그래서 나의 취미는
마음을 조금 편하게 가지기로 했다. 꾸준히 하는 것도 취미이고,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취미이고, 한 번씩 재미나게 즐기고 있다면 그것 또한 취미니까. 정해놓은 조건 없이 내가 취미라고 하면 되는 것, 그러니 요가도, 독서도, 블로깅도 다 내 취미인 거다. 그 외에 혼술, 혼밥, 전시보기 등등.. 다 취미 아닐까.
사전을 검색해보면 취미에 대해서 아래처럼 정의한다.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정의는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다. 취미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배웠던 시간은 찾고자 애쓴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당겨서, 말 그대로 취미를 즐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하는 말이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땐 글쓰기를 취미로 만들어야겠단 생각이었다. 쓰다 보니 무언가 잘 써야겠다는 압박감을 느껴버리고 이내 포기했지만. 잘할 필요가 없는 것이 취미인데 여전히 무언가 집착하는 걸 보니 이쯤 되면 취미를 취미 찾기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제 취미는.. 취미 찾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