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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수학여행 - 비마이비 브랜드 인사이트 트립, 도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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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이만보를 걸었고
입안에 구내염이 돋았다

예상은 했다. 빡실거라고. 그래도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일 줄이야. 여행계획이 거의 없이 그 동네만 뱅글뱅글 도는 내게 이런 계획적이고 전투적인 여행은 처음이었다. 아, 말로만 듣던 '학회'나 '출장'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난 둘 다 가 본 경험이 없다.) 아니다. 이건 '수학여행'에 가까운 느낌이다. 어른들의 수학여행. 

 

기본 여행의 룰은 이렇다.
그날의 주제에 맞추어 도쿄의 여러 공간을 설명한다. 그중 한 곳은 다 함께 둘러보고, 남은 공간 중 선택해서 팀별로 돌아본다. 그리고 저녁에 다 함께 모여 둘러본 공간에 대한 감상을 주고받는다. 빡시다고? 그렇다, 빡시다.

 

이 빡빡한 여행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하다 우선 프롤로그 차원에서 짧게 2박 3일의 이야기를 적는다. 늘 그랬듯이 이번 여행기도 프롤로그만 쓰고 그다음 이야기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쓴다.

 

 

 

첫째 날, Concept 1 <잠자는 공간, 호텔의 진화>

첫째 날은 '호텔의 진화'라는 컨셉으로 몇 곳의 호텔을 둘러봤다. 여행 갈 때마다 흥미로운 숙소를 찾는 내게 딱인 주제. 이날 둘러본 곳은 '온센 료칸 유엔 신주쿠(ONSEN RYOKAN YUEN SHINJUKU, 이하 유엔 신주쿠)' '트렁크호텔(TRUNK HOTEL)', '호텔 코에 도쿄(Hotel KOE Tokyo, 이하 코에 호텔)'다. 

 

료칸의 출입로를 그대로 재현해 놓아 근사했다 @유엔 신주쿠
아침, 밤으로 부지런히 온천욕을 즐겼다 @유엔 신주쿠



유엔 신주쿠
는 첫째 날 숙소이자, 비마이비 특별 세션으로 들었던 UDS(유디에스)가 설계한 곳. 도심 한복판에서 '료칸(旅館)'을 즐길 수 있는 이 호텔은 일본의 전통적인 료칸을 그대로 재현한 것과 동시에 하코네에서 가져온 물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호텔에 들어서서 가장 멋지다고 느낀 곳 @트렁크 호텔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신주쿠에서 시부야로 넘어갔다. 모든 여행멤버가 모인 곳은 트렁크 호텔. 2년 전 도쿄 여행 때 묵어보려고 생각했던 곳인데, 생각 보다 내게는 큰 감흥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포르투갈 여행 때 봤던 호스텔들과 큰 차별점을 못 느껴서일지도.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코에 호텔
2층에서 기념품을 사오지 않아 아직도 후회하는 중 @코에 호텔


오히려 코에 호텔이 트렁크 호텔과는 다른 예상 밖의 재미가 있었다. 의류업체가 세운 호텔이란 배경이 왜 호텔을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겨나면서. 1층은 카페, 2층은 의류 매장, 3층부터가 객실로 호텔 투어가 불가능해 객실 인테리어는 부킹닷컴에 들어가 따로 구경했다. 안타깝게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미안합니다)

 

 

둘째 날, Concept 2 <브랜드가 만들어 낸 도심 속 랜드마크>

둘째 날은 긴자로 향했다. 긴자 소니 파크에 다 함께 모였다가 팀원들과 긴자 니콜라스 G 하이엔드 센터, 도버스트리트 마켓 긴자, 아코메야(AKOMEYA), 히비야 미드타운에 위치한 렉서스 밋츠(LEXUS meets, 이하 렉서스 밋츠)를 방문했다. 아, 추천받은 곳은 아니지만, 긴자 센트레 더 베이커리에 갔다가 줄이 길어 바로 옆에 있던 이바라키 센스를 대신 들렸는데 이곳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바라키 현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바라키 센스
이 동네도 사케가 나온단 말인가! @이바라키 센스


이바라키 센스
는 이바라키현의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었다. 도쿄까지 와서 이바라키현(어디에 있는지 구글맵을 열어야만 했다)의 특산품을 보고 있을 줄이야. 그렇지만 일본 특유의 스토리텔링의 능력이 더해진 기념품을 구경하다 보니 다음 장소를 향해야 했던 급한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닫혀있던 지갑도 절로 열리고.. 심지어 함께 구경하던 팀원은 사케 유료시음을 시작했다. 가려고 했던 장소는 아니었지만, 원래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 재미있는 법이다. 

 

오메가 그룹이 가지고 있는 시계 브랜드가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 @긴자 니콜라스 G 하이에크 센터
시계 쇼룸이 엘리베이터도 겸할 줄이야 @긴자 니콜라스 G 하이에크 센터


긴자 니콜라스 G 하이엔드 센터
는 팀장님 덕분에 매력적으로 느낀 공간이었다. 분명 혼자서 방문했다면 그저 스쳐지나 가는 비싼 시계들이 있는 곳 정도로만 기억했을 텐데, 시계제조업을 하는 팀장님이 곁들어주는 설명에 시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시알못은 그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롤렉스보다 더 비싼 시계가 있을 줄이야. 

 

목적지를 향하다 잠시 들린 곳, 도버스트리트 마켓 긴자. '퓨처리스틱한 트렌디한 것들의 집합소'라는 말의 의미는 꼭대기 층의 작은 신사부터 판매 중인 묘한 패션들의 알 수 없는 관계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앞서가는 패션(?)도 인상적이었지만, 맞은편 유니클로 건물과 연결통로를 만든 구조 또한 흥미로운 포인트. 유니클로에서 넘어온 중국인 관광객들은 퓨처리스틱한 패션들에 짐짓 놀라 원래의 건물로 돌아갔다. 많이 놀라셨죠? 저도요. 

 

평소부터 사고 싶었던 물건이 한가득이었다 @아코메야
삼삼한 반찬, 끝내주는 밥, 내가 원하던 그것 @아코메야


아코메야
에서는 식사를 했다. 어떤 책에서는 아코메야를 두고 '쌀집의 미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쌀이 주인공인 이곳에는 쌀을 더욱 빛내주는 반찬과 도구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다는 식당은 보통 때는 대기시간이 길지만, 비가 온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맛은? 60초, 아니 추가 포스팅을 작성하기로.  

 

히비야 미드타운에 위치한 렉서스 카페 '렉서스밋츠(LEXUS meets, 이하 렉서스 밋츠)'는 다른 팀들이 마음에 들했던 것과 달리 고개를 갸웃거린 장소. 하루 종일 걸어 다녀 지친 이유였을까? 특별한 매력보다는 굳이 렉서스가 아닌 다른 고급 차 브랜드를 두어도 이상할 게 없단 생각이었다. 셋째 날 오모테산도에서 들렸던 렉서스 카페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INTERSECT BY LEXUS)'를 가지 않았다면 렉서스 별것 없단 생각이 들었을지도. 

 

 

셋째 날, Concept 3 <핫플레이스의 반전과 매력>

2박 3일의 일정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셋째 날이 되었다. 네즈 미술관(根津美術館, NEZU MUSEUM)에서 모여 정원을 구경하고 오모테산도 거리를 걸으며 이곳저곳을 둘러 본 전 날에 비해서는 가벼운(?)일정. 앞서 말한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 사루타히코 커피(Sarutahiko Coffee), 커뮨 246(Commune 246)에 머물렀고 차차노마(茶茶の間, ChaChanoma)와 빔즈(BEAMS)를 스쳐(?) 지나갔다. 

 

진입로가 인상적인 두 번째 공간 @네즈미술관
도심 한복판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초록의 향연 덕에 모기에게 엄청난 수혈 @네즈미술관


네즈 미술관
은 일본의 에도시대 민예품과 불교 미술 컬렉션이 전시되는 터라 전시 자체는 큰 흥미가 없었다. (여기에는 반출 문화재인 고성 운흥사 범종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더욱. )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건 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과 전날 내린 비로 눈부시게 빛나던 초록의 정원이 그저 아름다웠을 뿐이다. 바삐 달리던 여행에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속삭이던 곳, 도심의 번쩍거림에 지칠 때 만난 초록은 그저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범종은 돌려줬으면 좋겠고.)

 

건물 외관의 저 패턴은 렉서스의 그릴에서 따왔다고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
VIP회원이어야 들어올 수 있는 곳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
에서는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물론 예약제이고 그 예약은 이미 꽉 차 있단 사실을 몰랐던 터라 아쉽지만 잠시 내부만 구경하고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투어를 해주겠다고 직원이 나섰다. 응? 왜? 왜? 나는 이유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팀원들을 따라 카페 1층과 2층 그리고 지하의 VIP 회원들을 위한 바까지 둘러봤다. 영어로 진행되었던 터라 100%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어제 본 히비야의 렉서스밋츠에서 느꼈던 실망은 흥미로움으로 바뀌었다. 

 

도쿄지만, 도쿄 같지 않은 @커뮨246


사업 차(와, 멋있어!)오모테산도를 자주 온다는 팀장님이 안내한 커뮨 246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번 도쿄여행을 하며 만난 것보다 많은 수의 외국인이 있던 곳. 한강 밤도깨비 시장에서 본 푸드트럭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내가 고른 음식의 맛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후끈하게 올라오는 한낮의 열기 속에 떠들썩하게 오가던 이방인들의 언어, 도쿄가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하는 묘한 기분만은 지금도 생각난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도쿄에서, 낯선 시각으로 새로운 도쿄를 바라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한 비마이비(with 이승윤 교수)는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이만보를 넘는 거리를 걸었고 정신없이 여행하느라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 제대로 올릴 여유도 없었던 시간 속에 20명의 어른과 함께한 여행은 인상적인 경험을 남겼다.

내게 도쿄는 2007년부터 3년 넘는 시간을 보냈던 익숙한 도시였지만, 다양한 눈으로 본 도쿄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여행을 시작할 때 많은 이들이 왜 도쿄 여행에 참여했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앞서 소개한 문장으로 그 답을 대신하고자 한다.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사족


1. 둘째날엔 무지호텔 긴자와, 긴자 로프트도 들렸다. 둘다 긴 시간 머물지 못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또 가고 싶다.)
2. 최대한 가볍게 빨리 쓰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1시간 안에 포스팅을 완성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쵸? 그린데이님?)
3. 비마이비 '19 가을/겨울 시즌'이 오픈했다. 브랜딩과 마케팅에 특히 관심있는 분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추천 백개! 
- 사이트 : https://bemyb.kr/whatson-19fw 
- 페이스북 그룹 : https://www.facebook.com/groups/bemyb/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후지필름 X-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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