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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산책하기 - 궁궐을 걷는 시간,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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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은 좋겠네
무료로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작년 생일에 국립고궁박물관에 갔다. 생일 코스에 넣기엔 조금 독특한 장소이긴 하나 그 날이 그 곳에서 하는 특별전인 ‘현판전’이 곧 끝날 예정이라 봐야만 했다. 그때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입장료도 무료라니 감탄했다. 서울살이 청산하고 내려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곳들을 더 다녀봐야겠단 생각으로 아직 서울에 산다. (농담같지만, 70%정도 진심이다.)

 

 

산책하듯 걷는 국립고궁박물관

시우님과 함께 하는 궁궐, 박물관 산책

 

두번째 국립고궁박물관은 궁궐산책 프로그램(이것도 진짜 좋았다.)을 진행하는 시우님과 함께. 도슨트와 함께 미술관을 둘러보면 그림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듯, 궁궐에 이어 박물관 역시 역사 전문가와 함께 둘러보니 훨씬 재미난 것을 많이 발견한다. 

 

산책의 시작은 경복궁역 안에 있는 ‘불로문’ 앞에서였다. 경복궁역이 처음은 아니었건만, 그때까지도 돌로 된 문이 있단 사실은 미처 몰랐다. 역시 아는 만큼 뭐든 보이는 법이다. 불로문을 지나(이렇게 나는 장수하게 되었다.) 고궁박물관 산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조선 국왕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금으로 만든 어보(왕실의 도장), 옥으로 만들면 옥새, 금으로 도장한 것은 금보.

 

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황실만 다루고 있음에도 한번 돌아보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짧지 않은 산책프로그램임에도 재방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이 넓디 넓은 박물관을 보는 방법은 분명 여러가지가 있을 터. 시우님의 산책프로그램은 ‘조선 국왕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란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박물관 배치 순서대로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테지만,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확실히 재미는 달라진다. 

 

산책을 하듯 박물관을 걸으며 알게된 사실을 정리해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귀한, 태항아리

태항아리와 태지석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왕실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탯줄을 따로 ‘태항아리’에 담아 둔다는 건 이번 산책때 처음 알게되었다. 태항아리는 작은 항아리 바깥으로 큰 항아리와, 그 위에 뚜껑이 하나 더 올라가는 겹겹히 쌓은 모양새. 이를 이름을 쓴 태지석과 함께 명당자리에 파 묻었다고. 이후 이 아이가 왕이 되면 봉분은 더 근사하게 지어진다. (2단 변신 느낌..?)

 

흥미로웠던 것은 태항아리의 일부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나눠져 보관하고 있다는 것. 도난의 문제 때문일까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다른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공부

스승님께 배움을 청하는 세자(좌), 배운 걸 테스트 할 때 쓰던 경서통과 죽간(우)

 

세자로 책봉되면 본격 공부, 그리고 또 공부가 이어진다. 왕이 되어 나라를 통치하려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어릴때부터 해야하는 공부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한자로 가득찬 소학과 동몽선습 책을 보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외운 것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쓰인 경서통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영단어 적어놓고 달달 외우던 수첩이 떠올랐다. 

 

세자부터 시작된 공부는 왕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진다. 왕의 하루를 들여다 보면 정말 어지간한 직장인보다 바삐 살았을 터. 요즘 말하는 갓생의 표본이 아닐까. 어찌보면 왕들이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던 것도 이해가 되기도. 정쟁 스트레스에, 공부는 계속 해야하고, 그 와중에 후사(?)도 봐야하고..

 

 

기록덕후들의 나라 조선

선조임금의 기록으로 보이는 듯 하다.
이건 중종의 기록. 한자를 읽을 줄 아는 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이런 이야기들을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알 수 있게 된 건 역시 ‘기록’ 때문이다. ‘기록덕후’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조선시대는 엄청난 양의 기록물이 있는데, 조선왕조실록만 하더라도 태종부터 철종까지의 기록만으로도 아파트 12층 규모, 하루에 100쪽씩 읽으면 4년 3개월이 필요할 정도다. 

 

 

8폭의 병풍으로 만들어진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이번 산책에서는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를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정조대왕이 어머니인 혜경궁홍씨와 함께 사도세자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수원화성을 다녀오는 행렬을 기록한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를 중심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김홍도의 손길이 닿아서일까, 당시 백성들의 모습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있자면, 이것이야 말로 ‘조선판 윌리를 찾아라’가 아닐까.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불꽃놀이는 모두가 좋아한다

 

이 그림 앞에서 시우님이 준비한 퀴즈를 풀었다. 나는 반차도 병풍에서 꽤 인상적이었던 ‘불꽃놀이’가 때마침 질문으로 나와 어렵지 않게 풀었다. ‘매화포’라는 이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꽃’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과학문화 전시실

조선시대 밤하늘을 촘촘하게 그려낸 천상분야열차지도

 

지난 생일 때는 보지 못했던 과학관. 상설전시관 개편사업으로 장장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전시실을 닫아 놓았던 것. 이 사실을 몰랐다가 시우님이 과학문화 전시실이 열렸다고 알려주셔서 냉큼 돌아봤다. 아, 이거 못 보고 갔으면 집에서 울었을거야. 

 

앙부일구, 측우기, 자격루, 그리고 천상분야열차지도까지. 책으로만 봤던 그 유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지까지 디지털로 잘 만들어두어서 아, 어린이 친구들 비롯 어른이 친구들도 꼭 봤으면 하는 마음. 특히 천상분야열차지도 영상은 완전 추천. 시간을 놓치면 15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멋진 영상과 함께 펼쳐지는 순간, 황홀함에 빠져들 것이다. 

 

 

궁궐 산책때와 달라진 아이패드의 등장(?)

 

작년부터 이어진 궁궐, 박물관 산책. 왜 갑자기 궁궐과 박물관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그 매력에 푹 빠졌단 사실. 새로운 트렌드를 쫒아 ‘빨리빨리’ 외치는 시대의 흐름에 지쳐서일까. 지나간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는 시간은 내가 새롭게 찾은 특별한 재미다. 

 

궁궐도, 박물관도 당신을 기다린다.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참여했던 산책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강력추천. 지나간 시간이 주는 느긋한 재미를 당신도 느껴보길. 

 

 

 

추천


혼자서 가는 박물관이 어렵다면
지난 역사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조선시대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참고


궁궐을 걷는 시간 프로그램 : https://www.instagram.com/gungwalk/
국립고궁박물관 : https://www.gogung.go.kr/gogung/main/main.do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Ricoh GR3, Fuji XT10, iPhone 13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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