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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새벽 보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술을 마신건 아닌데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이대로 집에 가면 그 날 하루 종일 잠만 잘 것 같아 무언가 속을 달래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찾아간 곳.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콩나물 해장국집 완산정이다. 지인의 소개로 한번 갔었던 집인데 조미료맛 강하지 않은 그 깔끔한 맛에 언제고 술을 마시고 제대로 속 풀러 오겠다! 라고 생각했던 맛집인데, 이번에도 역시나 술을 마시지 않은 채로 방문했다.
늘 사람이 끊이지 않은 곳인지라 저녁 때는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곤 하지만, 나는 새벽 6시경에 갔기 때문에 오히려 식당은 조금 한산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해장국을 드시고 있는 분들은 어제밤부터 흥겨움에 취해 술을 드셨던 것일까?
이 집의 주된 메뉴라고 볼 수 있는 콩나물 해장국이 역시나 메뉴판 가장 윗자리에 차지하고 있으며 가격은 6,000원. 완산정은 콩나물 해장국 이외에 모주라는 막걸리 같은 술이 유명하기도 한데, 해장하러 왔다가 이 모주를 마시는 분들도 눈에 보인다. 정말 제대로 된 해장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다음 번에 올 땐 꼭 보쌈에 이 모주를 먹어보겠다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이 무침은 정말 너도 맛있어서 감동!
주문을 하고 나오는 밑반찬은 배추김치, 깍두기, 취나물 무침으로 매우 단촐한데, 그 중에서도 취나물 무침은 맛이 기가 막히다. 된장 양념에 무친걸로 생각되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다 먹고 몇 번이고 다시 부탁드렸다. 밑반찬의 양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더 달라고 하면 주시기 때문에 오히려 많아서 남기는 것보단 이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테이블 한 켠에 놓여진 들깨가루와 새우젓, 고추가루로 취향에 맞게 조절!
뜨거우니 주의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가져다 주시는 콩나물 해장국을 보고 있자면 벌써부터 속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야채라면 '신선하다' 라고, 생선이라면 '팔딱팔딱'이라고 하고 싶은데, 이 콩나물 해장국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련지. 보글보글? 무언가 그것보다도 더 생생하면서도 뜨거우면서 속이 확~ 풀리는 그런 느낌인데, 이걸 표현할 수가 없네. 보여줄 수도 없고.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약간은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맛이지만, 테이블에 놓여진 들깨가루나 새우젓, 고추가루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추면 되니 큰 걱정은 없다. 나는 들깨가루만 살짝 넣어서 휘휘 저어 한 숟갈을 떴다. 얼큰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아 아침 일찍부터 먹는 밥인데도 잘 넘어간다. 술 마시고 난 뒤에 해장하는 분들은 얼마나 속이 시원할지 짐작 될 만도 하다. 다음엔 정말 술을 한번 마셔보고(?) 와야할 것 같다. 아침도 든든하게 잘 먹고, 난 그 날 집에 가서 바로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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