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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브라이비 아일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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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시즌의 갑작스러운 끝과 함께 생겨버린 우리의 휴가. 브리즈번 시티와는 달리 카불쳐는 정말 농장에서 일하는 것 말고는 딱히 볼거리도 놀 거리도 없기에 무료하게 하루하루 보내던 중이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은 '브라이비 아일랜드 Bribie Island'는 그런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해주었으니..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브라이비 아일랜드 이야기를 끄집어내 본다.

 



퀸즐랜드 카불쳐(Carboolture)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섬, 브라이비 아일랜드. 당장 호주 지도를 찾아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호주는 정말 섬이 많다. 일일이 하나하나 대기에도 많은 정도로. 그중에 하나라고 하면 너무 단순한 설명이겠지만, 사실 브라이비 아일랜드는 관광보다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가까웠다는 것이 내 생각. 




관광지로 발달한 골드코스트나 누사와 비교해도 조용한 바닷가. 저 멀리 보이는 요트 몇 대 말고는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바다다. 요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퀸즐랜드에서는 종종 차 뒤에 캠핑카(캐러반)나 요트를 달고 어디론가 여행 가는 사람들을 참 많이 보곤 한다. 이들에게 레저는 특별한 것도 아닌 그저 일상이다. 




주말 오후 여유롭기는 개도 마찬가지. 가족들을 따라서 나와 나무 아래에서 편히 쉬고 있는 흰 검둥이 개를 보고 있으니 어찌나 편안해 보이는지.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만져도 조용히 그 순한 얼굴로 바라보기만 할 뿐.




바닷물에 떠밀려 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해파리(로 짐작되는)도, 어딘가에 숨어서 사람들이 없을 때 나왔다 들어가는 조그만 꽃게가 만들어 놓은 흔적들. 눈에 띄는 재미있는 무언가가 없더라도 브라이비는 이런 생태계가 있고 이게 살아있는 자연공부가 아닐까.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인 것 같다. 깊지도 않고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도 없기에 아이들이 놀기에 딱 맞는 바다와 앞서 말한 자연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백사장. 이 아이들은 이게 얼마나 나에게 부러운 것인지 모르겠지? 신 나게 수영하고 백사장의 모래로 성을 쌓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같이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번엔 섬의 반대편으로 가 보기로 했다. 아까보다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찬 활기찬 느낌의 바닷가가 등장! 바다만 덩그러니 있던 이전의 바다와는 달리 술집이나 음식점도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사람들은 이쪽 바다를 더 이용하는 듯.

  



역시나 물놀이를 하는 많은 가족. 튜브를 끼고 둥실둥실 수영하는 아이들 곁에는 아빠가 붙어서 도와주기도 하고 지켜주기도 하고.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호주의 풍경은 참 보기 좋다. 이건 몇 번을 말하지만 가장 부러운 호주의 모습이다.




브라이비 아일랜드의 또 하나의 레저는 바로 낚시다. 말로만 듣던 낚시를 어디서 하나 했더니, 여기서 하고들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낚싯대라도 하나 사서 자주 찾아와 볼걸. 아이이고 어른이고 상관없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흥미롭다. 한국에서 아저씨들이 낚시간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왠지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처럼 느껴졌는데 말이다.




뭔가 대단한 장비 하나 없이 낚싯대 하나만 물에 훌쩍 던져놓고 바라보는 사람들. 무언가가 낚이긴 낚이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때마침 요 꼬맹이가 생선을 낚았다. 세상에.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작은 낚싯대로 잡혀 올라온 작은 생선, 진짜 잡히는구나 하며 감탄하기도 잠시 꼬마와 그의 아빠는 이 생선을 다시 물에 놓아줬다. 호주 법상 어린 물고기는 잡을 수가 없는데 생선의 크기가 그 기준에 못 미쳤나 보다. 덤덤한 꼬마보다 내가 더 아쉬워지는 것은 왜인지.




한편 등 벌게져라 뙤얗볕 밑에서 낚시를 하던 아저씨들은 벌써 몇 마리 잡았다. 꼬마가 잡았던 생선과 비교해도 확실히 큼직한 크기. 이 정도는 잡아도 되나 보다. 생선을 잘 몰라서 양동이에 담긴 생선이 광어인지 도다리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난 오로지 그 생각만 했다. '회..먹고 싶다.'




바다가 있는 곳에만 가면 이렇게 높은 곳에서 물로 향해 뛰어드는 소년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그들에게는 '놀이'지만 나에겐 괜한 '걱정'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 내 우려와는 달리 주변에 어른들은 익숙한 모습이어서인지 딱히 말리거나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물은 위험요소가 아닌 즐기는 놀잇거리임이 틀림없다. 아이들은 몇 번이고 뛰어들고 헤엄치고 웃어댄다.




주말 오후를 즐기는 멋진 방법. 브라이비 아일랜드에 사는 사람들은 그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부럽기도. 문득 나중에 기회가 되서 퀸즐랜드주에 다시 살러 오게 된다면, 브라이비와 같은 조용한 섬마을에 살아보고 싶단 생각도. 이렇게 여유로움을 가득 느끼며 주말을 마무리한다.

덧_ 급작스러운 딸기 시즌의 마감으로 농장에 있던 체커들과 인사를 제대로 못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던 체커인 레아를 여기서 딱하고 만났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나는 퀸즐랜드 주를 떠나기 때문에 더더욱 반가웠다. 참 고마운 브라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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