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그 박싱데이(12월 26일)의 날이 밝았다. 호주는 크리스마스인 25일도 박스데이인 26일도 공휴일이다. 쇼핑을 위한 휴일이라니 참 신기한 날이 아닌가. 워홀러에게 쇼핑은 그다지 친숙한 단어는 아니지만, '박싱데이'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정말 파격적인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지.. 그것이 정말 궁금했다. 내가 오늘 찾아간 곳은 멜번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인 Chadstone shopping centre와 팩토리 아울렛 DFO가 되겠다.
박싱 데이(영어: Boxing Day)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을 가리키는 말로, 많은 영연방 국가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휴일로 정하여 성탄 연휴로 하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휴일이며, 성 스티븐의 날 또는 크리스마스 다음날로 불린다. 기원에 따라서는 크리스마스 다음 첫번째 월요일로 엄격하게 정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박싱 데이는 대체로 12월 26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싱 데이에는 종종 선물과 기부를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면서 축하한다.
박싱 데이를 공휴일로 정하고 있는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박싱 데이가 토요일이면 이틀 뒤 월요일(12월 28일)을 대체 공휴일(bank holiday)로 하고, 크리스마스가 토요일이면 12월 27일(월요일)과 12월 28일(화요일) 모두 공휴일로 한다. 2004년, 영국 정부 휴일 목록에서 박싱 데이의 대체 휴일은 12월 27일(월요일)이었고, 크리스마스의 대체 휴일은 12월 28일(화요일)이었다.
출처 :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B%B0%95%EC%8B%B1_%EB%8D%B0%EC%9D%B4
이유는 모르겠는데 쇼핑센터 앞에서 아침부터 음주 단속이다. '전 날 과음한 사람들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우쿠가 설명해 주었지만, 휴일 아침부터 음주단속이라니.. 경찰도 귀찮아서인지 대충대충 띄엄띄엄 차를 세우고 확인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던 할인율들. 40%, 50%.. 보기에는 엄청난 할인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살만한 제품들은 그렇게 할인 폭이 크지 않았다. All item이 아니라 Selected item이란 것이 중요한 사실. 할인율만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면 박싱데이 자체는 엄청나게 괜찮은 날이지만, 쇼핑 그 자체를 두고 이야기를 한다면 글쎄.. 개인적으로는 정말 살 물건이 없었다.
그럼에도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특히 '명품매장' 앞의 줄은 무척 길었다. 브랜드 상품에 관심이 없어서 이들 또한 살만한 상품이 있는지 없는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명품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할인은 꽤 솔깃한 제안인데다가 박싱데이에는 명품들이 파격 할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서인지 줄이 정말 길었다.
어쨌든 이날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도 사고 싶은 물건도 없었기에 북적북적 많은 사람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소진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한번에 많은 사람이 몰려있다 보면 밥 한번 먹기도 어찌나 어려운지.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주문해 받고서도 딱히 앉아서 먹을 곳이 없어서 '자리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박싱데이의 박싱은 치고받는 박싱이 아니라곤 하지만, 정말 게임 한판 뛴 것 같은 체력상태가 된달까.
북적거리는 매장 안에서도 다들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바빴고, 그런 손님들을 대하는 직원들 또한 바쁘긴 마찬가지. 막상 이날만 세일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어찌나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지. 내친김에 평소에는 갈 일 없는 MYER 백화점도 쇼핑센터 안에 있길래 한번 둘러봤다. 천장에 매달아 놓은 '지름'을 부추기는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Early bird gets the right size(일찍 일어나는 새가 맞는 사이즈를 얻는다), Buy now or cry rater(지금 살 것이냐 나중에 울 것이냐).. 이런 문구 덕분인지 백화점 안에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이날 나는 싼 물건이 있는가 확인을 하러 나왔지만, 나는 호주에 와서 가장 많은 사람만 잔뜩 본 하루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빈손으로 돌아왔을까? 그건 또 뭔가 아쉬워서 나름 하나 산 물건이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문구숍인 KikKi.K에서 구입한 카드가 바로 그것. 똑같은 디자인의 10장의 봉투와 카드가 원래대로라면 24.95달러인데 박싱데이 세일로 단돈 1달러에 팔고 있었다. 종이질이나 우둘투둘한 엠보싱처리, 깔끔한 디자인이 괜찮았지만, 24.95달러였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카드였다. 결혼식 축의금이나 상품권 같은 것을 넣어서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 선물하는 것에 좋을 듯하여 샀다.
생각했던 것만큼 파격적인 할인 상품이 없어 아쉬웠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치여서 힘들었던 하루가 되었지만, 한국에는 없는 문화를 직접 체험한 걸로 경험이 되었다면 경험이었다. 혹시 박싱데이를 잔뜩 기대하고 쇼핑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굳이 박싱데이가 아니더라도 연말이 되면 세일이 많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둔다. 아니면 귀를 쫑긋 세우고 브랜드별 파격 할인 정보를 알아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