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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한복판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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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거참.
나도 모르게 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일본에선 신주쿠 동쪽출구를 찾지 못해 두 시간을 헤맸더랬다.
한국에선 늘 타는 지하철 출구가 아닌 방향으로 들어가면 반대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지도를 뚫어져라 보고 자신 있게 출발해도 늘 처음 보는 곳에서 서 있었다.
그렇게 이미 몇 번이고 예상하던 일이었기에
출발 전에 지도를 확인하기를 여러 번,
머릿속으로 벌어질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까지 완벽하게 계획했건만.
나는 이렇게 또 길 한복판에서 버려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 자신을 길바닥에 버린 것이겠지만.

그렇게 나는 토론토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




사건의 발단은 제 시간에 왔어야 할  ‘토론토 시티투어 버스’가 기다려도 오질 않는 것에서부터였다.
방향치인 내가 짜놓은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그 빨간 버스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건만,
두 시간 뒤에 당연히 와야 할 버스가 오질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나는 걸어서 왔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버스를 기다리기엔 여행자의 시간은 너무 짧았기에.
그런데 길을 잃었다. 방향치지만, 길 하나는 제대로 외운다고 생각했는데,
버스에서 스쳐 간 풍경으론 역시 길을 다 외우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하늘로 슈웅 올라가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면 되는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
버스투어를 시작하면서 챙겨두었던 지도는 너무 빈약해
아무리 쳐다봐도 여기가 어느 스트리트인지 이 건물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후에 토론토에 살다 온 지인은 ‘토론토는 길 찾기가 참 쉬운 편인데..’라는 말로 나를 한 번 더 좌절케 했다.



 


Where am I? 
지나가던 캐나다 사람을 붙잡고 무작정 길을 물어보기 시작해 
휑한 벌판에 버려졌던 나는 어느새 토론토의 어느 동네에 들어섰다.

아. 모르겠다. 걷다 보면 큰 길이 나오겠지. 그런 생각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길을 잃는 것도 익숙한 일이다 보니 이제 ‘길을 찾겠다’는 의지는 빨리 포기해 버린다.
길을 못 찾아서 안절부절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구경하면서 걸어보는 것.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가 얻어낸 깨달음이랄까.
물론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원래 세워 둔 계획을 하나 둘은 버려야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눈을 뚫고 혼자 빼죽 솟아난 이름 모를 새싹이나 두툼하게 앙고라 니트를 입은 봄 눈을 발견할 수 있어서.
이렇게 토론토의 봄이 찾아오는 거구나 혼자서 감동하며 이쪽 골목도 힐끔, 저쪽 골목도 힐끔.
그렇게 혼자서 정신없이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큰길에 다다랐다.
오늘은 꽤 운이 좋은 날인가 보다.






큰 길에 서자 버스에서 봤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깐 버스에서 본다고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건물들을 오히려 길을 잃고 제대로 볼 기회가 생길줄이야.
가끔은 길을 잃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음. 나는 좀 자주 잃어버리지만.




혼자서 너무나도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는 이 건물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Royal Ontario Museum, ROM)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이 박물관은 1912년에 개관한 이래 620여만점의 
고고학, 자연과학,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2007년에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를 통해 새롭게 증축되며 이 독특한 크리스탈 모양이 만들어졌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호불호가 꽤나 갈렸다고 한다. 음.. 확실히 눈에 띄긴 하는군.
이 박물관에는 한국 전시관도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서 볼까 했었는데
일본과 중국에 비해 크기도 작고 박물관 전체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반나절의 시간은 소요된다고 하여 차마 계획에 넣지 못했던 곳이었다.
이렇게 길을 잃고 헤매다가 발견하니 괜히 반가웠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rom.on.ca‎
100 Queens Park, Toronto, ON M5S 2C6, Canada
가는 법 : 지하철 타고 뮤지엄(Museum)역에서 내리면 바로 발견할 수 있다.



현대건축이란 느낌이 확실했던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바로 비교되던 그 옆의
옛날 느낌 물씬한 이 건물은 1901년에 건축된 로열 음악원(The Royal Conservatory of Music)이다.
그렇게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은 아니기에 나도 검색을 통해서 음악학교라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다양한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고, 커다란 파이프 오르간이 안에 있다고.
최근에는 토론토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인 모양.

로열 음악원 The Royal Conservatory of Music
rcmusic.ca‎
273 Bloor Street West,Toronto, ON M5S 1W2, Canada
대학, 대학원 및 일반인 음악과정으로 구성된 음악학교




뒷쪽 빌딩과 비교했을 때 작고 소박한 크기의 이 건물은 레디메르 교회(Church of the Redeemer)
그 흔한 십자가 하나 보이질 않아 처음에는 무슨 건물인지 모른 채 소박한 매력에 끌려 사진을 찍었는데
돌아와서 확인을 해보니 역사가 제법 오래 된 교회였다.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내부 사진을 보니 창문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예뻐서 
시간을 조금 더 내서 짧게라도 둘러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레디메르 교회 (Church of the Redeemer)
theredeemer.ca

162 Bloor W, Toronto, ON M5S 1M4, Canada




그리고 또 하나 발견한 멋진 건물.
이건 무슨 박물관일지, 아님 대학건물? 은행? 머릿속으로 그렇게 잔뜩 상상했건만,
뜻밖에 ‘클럽 모나코(Club Monaco)’란 이름의 의류 브랜드 건물이었다.
주변의 다른 박물관, 교회 건물과 비교해도 어색하지 않는 건물이었는데 의외의 용도에 좀 놀라긴 했다. 

그렇게 건물들 구경을 하며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걸어가는 길, 저 멀리서 빨간 버스가 보였다




오! 반갑네 친구. 너무 늦게 오는 게 아닌가.
그렇게 다시 만난 시티투어버스를 또 놓칠세라 냉큼 올라탔다.
이 버스를 타기 위해 나는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었건만 나의 이 마음을 몰라준 채,
투어가이드는 이 버스가 오늘의 ‘마지막 투어 버스’라는 아쉬운 말을 전했다.

허어. 그거 참.




느릿한 마음으로 시티를 둘러볼 수 있었음 좋겠다라는 바람과 달리
투어 버스는 너무나도 빠르게 때론 어이없을 정도로 긴 정차를 하며 시티를 한 바퀴 휘익 돌고
나는 종착점인 던다스 스퀘어(정확한 명칭은 Yonge St & Dundas Square)에 내려졌다. 

뉴욕에 타임스퀘어가 있다면 토론토에는 던다스 스퀘어다라는데
실제로 뉴욕에 가본 일이 없어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던다스는 그보다는 크기가 작기는 해도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토론토 시내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 말은 딱 길을 잃고 헤매기에 좋은 곳이란 말이 되기도 한다.

영 앤 던다스 스퀘어(Yonge St & Dundas Square)
http://www.torontoeatoncentre.com/

Yonge St & Dundas Square, Toronto, ON M5B
- 시티 투어 버스 티켓을 살 수 있고, 투어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 바로 옆에 이튼 쇼핑센터가 있으므로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우루루 몰려갔다 몰려오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세워둔 토론토 계획이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건 예전 일이고
게다가 길을 잃으면서 그나마 짜 놓은 일정마저 다 꼬였으니
포기가 빨랐던 나는 무얼 하면 될지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근데 비가 온다.
아침엔 눈이 왔는데, 오후엔 비가 오고. 좀 그쳤다 싶으면 다시 오고.
내 여행 계획만큼이나 제멋대로인 이 날씨는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변하는데
이미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어 어딘가 관광지를 찾아 가기보단
시내를 조금 더 둘러보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샛길로 들어가면 또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 길을 중심으로 골목골목을 들여다 보는 중이었다.
그렇게 힐끔 보다가 발견한 것이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보긴 했지만,
다른 쟁쟁한(!) 관광지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세상에서 제일 큰 서점(World’s Biggest Bookstore)이다.



1980년에 볼링장을 개조해 만들어진 이 서점은
이름은 세계에서 가장 크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가장 큰 서점은 아니다.
바닥을 기준으로 해서 가장 큰 뉴욕시에 위치한 반즈앤노블Barnes and Noble 서점과
책장이 차지하고 있는 크기를 기준으로 가장 큰 포틀랜드에 위치한 파웰북스Powell's Books가
기네스북에는 ‘가장 큰 서점’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 (별걸 다 따진다 싶기도..)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제법 봤음직한 크기의 서점이란 생각도 들었다.




계단에 앉아서 책을 읽어보는 사람들 틈에 껴서 나도 책장을 넘겨보기도 하고.
책을 살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인 ‘책 냄새 맡기’도 해보고. (캐나다 책 냄새는 다른가 하고.)
마음에 들었던 요리책들을 들었다가 영어의 압박에 다시 내려놓기를 몇 번.
이러다간 남은 시간을 다 이곳에서 할애할 것만 같아서 무거운 걸음 다시 옮겼다.


세상에서 제일 큰 서점(World’s Biggest Bookstore)
indigo.ca‎

20 Edward Street,Toronto, ON M5G 1C9, Canada
-할인품목들에 책 말고도 인형이나 장난감들도 제법 있어서 사 가고 싶은 마음이 불끈.
-캐나다의 큰 서점 체인인 ‘인디고 북스 앤 뮤직(Indigo Books & music)’에 인수되었지만,
서점 이름이 포인트이다보니 그대로 사용 중. (참고 : http://en.wikipedia.org/wiki/World's_Biggest_Bookstore) 




길을 잃었군 자네. 저길 가봐.

분명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늘 그 자리에 앉아서 길 잃은 이방인에게 정보를 주는 것인지(?)
하얀 개 한 마리가 딱 봐도 길 잃은 것처럼 보였던 것인지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보다 몇 번이고 이 곳을 오고 갔을 토론토견이기에 그 말을 믿고 간 곳,




온타리오주 여행 정보 센터(Ontario Travel Information Centre)다.
그렇게 찾을 때는 나오지 않더니, 이제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미 시간은 흐를 만큼 흘러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인지라 새로운 관광지를 추천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구경을 해 보자는 생각에 들어갔다.




여행 정보를 얻기에 그 곳의 ‘여행정보센터’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터라,
웬만해서는 여행 시작하기 전에 늘 들려보려고 하는데, 이번엔 초반에 길을 잃으면서
토론토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찾아 와 아쉬움이 컸다.
잘 만들어진 토론토 소개 전단지를 몇 개 챙기고, 
그곳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내가 묵던 호텔 위치를 한번 더 확인한 후에 다시 길을 나섰다. 
기회가 되어 다시 토론토를 찾게 된다면, 그땐 꼭 꼭 여기부터 들리리라.

온타리오 여행 정보 센터 Ontario Travel Information Centre
http://www.ontariotravel.net/

20 Dundas St W Toronto, ON M5G 2C2
운영시간 : 월~토요일 오전 10:00 ~ 오후 7:00 / 일요일 오전 11:00 ~ 오후 5:00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어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호텔로 가는 길,
토론토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 ‘토론토 신 시청 (Toronto City Hall)’이 눈에 들어왔다.

국제공모전을 통해 핀란드 출신 건축가 빌리오 레벨이 디자인 한 이 시청 건물은
20층과 27층의 높이 다른 반 타원형 쌍둥이 빌딩으로 1965년에 지어졌고
커다란 눈을 연상시켜 ‘정부의 눈(The Eye of the Government)’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토론토를 잘 이끌어나가겠다는 의미에서 정말 멋진 별명이 아닌가!


토론토 신 시청
http://www.toronto.ca/city_hall/index.htm

100 Queen Street West,Toronto, ON M5H 2N2, Canada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신 시청이 있다면 당연 ‘토론토 구 시청(Old City Hall)’도 있다.
두 시청이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한번에 두 건물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서 
둘러 볼 시간이 얼마 없는 내겐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고풍스러운 건축 양식에 뾰족한 시계탑이 포인트인 구 시청은
캐나다 출신 건축가 에드워드 제임스 레녹스에 의해 디자인 되어 
완성되었을 1899년 당시엔 토론토 시내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고 한다.
이후 바로 옆에 신 시청이 건립되면서 이 건물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지금도 온타리오주의 법원 청사로 이용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100년이 넘는 역사 깊은 건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토론토 구 시청(Old City Hall)
http://www.toronto.ca/old_cityhall/index.htm

60 Queen Street West,Toronto, ON M5H 2M3, Canada
구 시청 앞에 위치한 네이선 펠립스 광장(Nathan Phillips Square) 
여름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로 이용된다고 한다.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고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유니온 역(Union Station)으로 가는 길. 
역 바로 앞에 캐나다, 미국, 영국 등의 깃발이 휘날리는 높은 고층 건물이 하나 보이더니 
그 건물 앞에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리무진에 올라탄다.
여긴 무슨 건물이길래 사람들이 저리 멋지게 차려 입은건지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The Fairmont Royal York)라고 적힌 글자가 보였다.
여기는 내가 뱀프에서 머물렀던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와 같은 계열의 호텔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캐나다를 찾았을 때 머물기도 한 호텔로 유명하다.
딱 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멋진 호텔 건물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발길을 옮겼다.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The Fairmont Royal York)
http://www.fairmont.com/royal-york-toronto/

100 Front Street W, Toronto, ON M5J 1E3, Canada




역으로 들어가기 전 아쉬움을 담아 저 멀리 보이는 CN타워(CN Tower)를 힐끔 바라봤다.
토론토 어딜 가도 볼 수 있었던 애증(?)의 이 타워는 가장 기대하고 기대했던 것이었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 나에게 꽤 아픈 추억을 남긴 건물이기도 하다.

CN타워 전망대에 올라 건물 아래로 토론토를 바라봤던 그 때의 심경은
절대 글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벅찬 슬픔이었다고 생각한다.
높이 553.33m의 이 타워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데
난 눈 앞에 보이는 건물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한 좌절감을 맛봤다.
어쨌든 언젠가! 다시 토론토에 꼭 와야겠다는 최고의 아쉬움이 바로 CN타워다.


CN타워(CN Tower)
http://www.cntower.ca/Intro.html

301 Front St W, Toronto, ON M5V 2T6, Canada
-온라인에서 미리 예매를 하면 1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013년 6월 기준)
- CN타워를 비롯한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 카사로마(Casa Lome), 토론토 동물원(Toronto Zoo),
온타리오 과학 센터(Ontario Science Centre)를 토론토 시티 패스(Toronto City Pass)를 이용하면
43% 할인된 가격으로 둘러볼 수 있다.




분명 100점짜리 여행은 아니었다.
토론토에 가면 둘러봐야지 생각했던 것이 10곳이었다면, 내가 본 것은 겨우 3, 4곳.
절대 길을 헤매지 않으리라 각오 단단히 했음에도 길을 잃었고,
잔뜩 기대했던 곳은 의외로 실망을 안겨주고, 시간과 날씨에 쫓기기도 여러 번.

그런 엉망인 여행임에도 꽤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채우지 못한 것들을 다른 곳에서 채워가며 여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계획의 우선순위에 밀려나 볼 수 없었던 곳을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다거나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을 길을 헤매며 발견할 수 있었기에.
이 여행은 그 나름대로 특별했던 것.

내가 그렇게 열심히 짠 계획대로 여행을 했다면 분명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을거다.
나름 여행 컨셉까지 잡아가면서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그래서인지 계획한대로 여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또 한번 깨닫는다.
명 여행은 예측불가능하기에 더 긴장되고 즐거운 것이라고.



1% 소소한 이야기 : 참, 이번 토론토 여행의 컨셉은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이었는데.
눈과 비와 함께 했으니 한 50%는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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