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력있게 외치다. 참! 치!
와카야마 현 쿠로시오 시장 참치 해체쇼 현장을 가다
그러니까 나는 참치라는 게 그렇게 큰 고기란 걸 꽤 늦게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참치의 속살은 당연(?) 연갈색일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혹시나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참치의 모든 걸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치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칠 그 이름, 참치 해체쇼다. (참치야, 미안.)
참치 해체쇼를 보러 간 곳은 일본 와카야마 현에 위치한 '쿠로시오 시장黒潮市場'이다.
한 회사가 부지를 사들여 유원지, 호텔 등과 함께 1만3000m² 정도 규모의 실내 수산시장을 만든 곳이 바로 이곳으로
다양한 수산물과 함께 관광을 위해 특별화시킨 '참치 해체쇼'가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시장 내의 여러가지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시장 내에서 먹고 싶은 것들을 골라
바베큐를 직접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마주보며 먹을 수 있게 만든 공간은 상주된 스탭이 늘 청소를 하고 있어서인지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편으로
시장과 주변의 유원지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은 꽉차게 보낼 수 있는 여행이 될 듯 하다.
자, 쿠로시오 시장에 대한 짧은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목표인 참치해체쇼 구경에 나서보자.
참치해체쇼를 볼 수 있는 건 하루에 3번. 11시, 12시 30분, 15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되냐고? 그럼 나처럼 다음 날에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아이고야.
그러니 무엇보다도 쿠로시오 시장을 찾을 때는 위의 시간에 맞추어서 일정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에서 참치해체쇼를 볼 수 있는 곳이 쿠로시오 시장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정해진 시간에 여러번, 관광요소로 잘 만들어두었기에 그만큼 일본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든다.
이곳을 찾은 다양한 유명인사의 사인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그 인기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터.
해체쇼를 기다리면서 참치캔으로만 먹던 참치의 실제 모습을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해 보았다.
그게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무언가 배신감(?)을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어린시절의 착각(?)으론 참치의 색깔은 참치캔 속의 연갈색이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같은 종류(?)인 등푸른생선의 대명사 고등어와 같은 하얀속살이 아닐까 지레짐작했던듯도 하다.
쇼가 시작되고 참치가 도마 위에 올려졌을 때,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참치와 마주했다.
참. 크기도 하지. 참치란 녀석은.
어린 시절부터 캔으로 된 상태의 참치를 봐왔던 내가 참치의 속살과 함께 놀랄 수밖에 없었던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참치의 크기였다. 그 어떤 생선보다도 큰 그 위대한 크기 말이다.
그렇게 TV에서 확인하고 놀랐던 그 참치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입을 쩍 벌린 상태로.
오늘 참치를 해체할 그가 등장했다.
쿠로시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은 생선가게의 아저씨가 그 주인공으로
20년 동안 손질한 참치만 하더라도 대략 6만 마리가 넘는 일명 '참치의 왕'이라고 불리는 이즈미씨다.
그가 커다란 칼을 꺼내자 구경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커다란 참치를 어떤 식으로 해체할 것인지는 아이도 어른이고 다 신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장면.
일단 가장 먼저 참치 머리를 잘라내고(참치야, 미안!) 나머지 부분을 대략 4~5개의 부위로 해체하는 것이 쇼의 내용이다.
일본어로 진행되기에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재빠르면서도 능숙하게 잘라내는 그 모습에서 년간 1,000마리가 넘는 참치를 해체하는 그의 오래된 실력이 엿보일 정도.
상당히 익숙하게 참치를 해체하는 그의 손을 쫓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쇼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칼을 갈며 해체쇼를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없었는데 뒤돌아보니 어느순간 관객들이 가득.
여동생이 보지 못할까봐 업어서 같이 쇼를 구경하는 꼬마아이부터 휴대폰을 꺼내 사진 담기 바쁜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가 모두 흥미진지하게 즐기는 이벤트라는 게 그들의 집중하는 눈빛에서 절로 느껴졌다.
쇼의 하이라이트는 이즈미씨가 손질한 참치 뱃살을 들어 올려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로
그때 가장 많은 탄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던 듯 하다.
그의 손에 들어 올려진 참치의 뱃살만 보더라도 참 크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도쿄 츠키지 시장에서 약 18억 원에 낙찰된 참치를 보면 그 크기가 더 어마어마하다.
물론 kg당 800만 원으로 책정된 그 가격은 조금 거품이 낀 것 같단 생각도 들었지만, 참치는 정말 크구나를 또 한 번 느꼈다.
관련 기사 : 일본 18억 참치, 도쿄 어시장 경매 낙찰 '홍보 효과 염두 초밥값은 그대로'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02568
해체쇼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그리고 내가 봐 온 생선 다듬는 방법과도 조금 달랐다.
말 그대로 그 생선들은 '다듬기'고 참치는 '해체'에 가까우니까.
참치캔과 초밥 상태의 모습이 아닌 커다란 참치의 실제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었던지라 그 크기에 놀라고,
그 큰 생선을 슥슥 나누는 해체사의 손놀림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앞으론 참치캔을 볼 때마다 쿠로시오 시장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치 해체쇼에 대한 궁금증은?
쿠로시오 시장 홈페이지(일본어) : http://www.kuroshioichiba.co.jp/
참치의 왕 이즈미씨의 블로그 (일본어): http://ameblo.jp/maguro-izumi/page-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