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다고 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둥둥 정말 사진 찍기에 좋은 날씨라고.
지난밤 비가 왔던지라 꽤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그 말 하나 믿고 쓰레기봉투를 살겸 나갔다.
하늘이 맑고 사진 찍기 좋긴 한데 참 춥네. 추워. 손가락이 움직이는 거 하나하나가 고될 정도로 춥네! 응-"-?
원래 계획은 산뜻한 마음으로 내 사랑 보라매공원에 가서 멋진 낙엽지는 사진을 찍어야지.
떠나는 가을의 뒷모습을 담아야지 뭐 그런 가을에 어울리는 문학소녀같은 풍경을 기대하면서 나섰는데.
어찌나 추운지. 어찌나 겨울같은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서 결국 포기.
공원 앞에서 그냥 집으로 돌아서기로 했다.
아주머니들은 허리를 굽혀 떨어지는 은행 줍기에 바쁘시고 저것도 가을을 보내는 의식이란 생각에 나도 하나 주웠다.
아, 이렇게 생겼구나. 쪼글쪼글하게 생겼구나. 너 참 못생겼구나.
그리고. 냄새난다. 너. 씻고 다녀!!!!
어쨌든 산책은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어서 옷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깜박할 뻔한 쓰레기봉투를 하나 사들고 꽁꽁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이맘 때가 되면 늘 찾게 되는 음료수도 하나 샀다.
그 이름, 쌍화탕. 쌍화탕 회사 PPL은 아니지만서도. 늦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가 아닐까란 생각이.
감기가 걸린다 싶으면, 찬바람이 분다 싶으면, 기가 허하다 싶으면(?) 마시곤 한다.
호빵이랑 같이 먹고 싶었는데 집 근처 편의점에선 호빵을 안 팔더라는.
어쨌든 날씨는 좋고 겨울은 한껏 가까워졌고 가을은 뒷모습만을 보이는 날이다.
가을 기운이 다 사라지기 전에 단풍놀이를 다녀 온 이야기도 펼쳐놔야 하는데.
아마 늘 그랬듯... 늦게 할 것 같네. 이 가을이 가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