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 농부의 시장. 정말 뜬금없이 아침 산책하듯 느릿느릿 보라매 공원으로 향했다.
언제고 추가해놓은 건지도 알 수 없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똥~하고 떴길래 그저 집 근처 '보라매공원'이란 이유로 간 것.
혜화에서 자주 하는 '마르쉐'나 이태원의 '계단장'과 같은 계열(?)일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아! 이건 좀 다르다. 이건 정말 말그대로 '투박한 농부'들이었다.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면 농사는 세상을 구합니다"
2013 서울 농부의 시장은 도시 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와 농산물 거래를 넘어서 도시 농업 문화를
알리고, 즐기고 싶은 쌈지 농부가 만나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왜 이걸 이제서야 알았나 싶다.
4월부터 11월(폭염기 제외)동안 매주 토, 일요일에 광화문광장, 서울숲, 보라매공원에서 열렸던 장터였음에도
여태껏 모르고 있다가 때마침 찾은 이 날은 보라매공원에서 하는 2013년 마지막 농부의 시장으로
다음 시장은 2014년 4월이 되어야 열리지 않을까 예상한다.
관련 기사 : '서울 농부의 시장'에서 건강한 음식을 찾다(헬스조선)
"아주머니들 옷이 참 고우시네요"
나처럼 페이스북을 보고 찾아온 사람보단 말 그대로 동네주민들이 많이 찾은 듯했다.
다들 장이 서서 찾았다기보다는 보라매공원에 산책을 나왔거나 지나가다가 흥미를 갖고 찾은 분들이 대다수.
그럼에도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흥미를 끌 만한 직거래 농산물이다 보니 가던 발걸음 멈추고 보고 있으시더라는.
참 재미난 것은 쌈지 농부라는 말처럼 일러스트나 폰트 디자인이 상당히 익숙하다는 것.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그 쌈지와 연장선이 있는가 하고 찾아봤더니 쌈지를 이끌던 '천호균' 대표가 벌린 일이 맞다.
잘 나가던 쌈지가 갑자기 부도의 순서를 밟고 그 후에 요상스럽게 땡처리하듯 팔리게 된 이야기까지 끄집어내기엔
적어야 할 이야기가 많으니, 왜 그가 농업에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예뻐서.
친절한 금자씨도 아닌데 참 재미난 이유였다. 어느 날 걷던 논길이 그렇게 예뻤다는 그에게 예쁘다는 건 예술로 연결이 되고
그렇게 '농업이 예술이다'라는 새로운 해석으로 시작한 일 중에 하나가 이 농부의 시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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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치. 너 정말 맛있겠다"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판매되는 것들 하나하나에 누가 만들고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를 설명해 두었다는 것.
흔히 누가 판매를 하는지 그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까지 들으려고 한 적이 없었는데
농부의 시장에서는 그렇게 먹거리 하나하나에 만든 이와 그 이야기까지 알 수 있어서 조금 더 특별했다.
개인적으론 저 두툼한 총각김치가 어찌나 사오고 싶던지. 결국, 못 샀지만. 쩝.
"뽀로로를 키우는 게 아니란다"
마지막 날이고 비가 오면 곧 취소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였는지 장은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건강한 농산물들이고 판매자와 1:1로 직접 만나서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우리 농산물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단 생각도 들었고.
특히 농산물(?) 뽀로로. 참 인기 많더라.
"아, 또 먹고 싶드아.."
간단하게 구경을 마치고 떠나려다가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음을 깨닫고 삶은 옥수수와 부꾸미를 샀다.
배가 고파서이기도 했겠지만, 그런 걸 떠나서도 이건 정말 맛있었다.
옥수수 알갱이는 어찌나 쫀득쫀득하던지. 찰옥수수의 진면모를 새삼 느꼈고,
부꾸미도 정말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었던지라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다.
다음 장이 설려면 날씨가 풀리고 봄이 와야 해서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그땐 조금 더 자주 이곳을 찾아야겠다.
엄마가 보내주는 음식들처럼 무언가 손맛이 느껴지는 것들이 많아서였을까
그리운 맛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지나간 가을의 일을 이제서야 꺼내지만, 그 기억이 너무 좋아 기록을 남기겠단 생각에 몇 글자 끼적여 본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서울 농부의 시장 : http://seoulfarmersmark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