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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에게서 배우는 나를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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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몽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공들여 세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조금 더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에도 히터를 틀지 않아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그녀가 자신의 피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순간 나는 '그렇게는 못 살겠다.'라고 생각했다. 여배우란 그 얼마나 힘든 일이기에 추운 날 히터조차 제대로 쐬지 못한단 말인가. 그렇게 피부에 공을 들여서 얻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뷰티와는 정말 관심도 없이 살아왔던 나에게 그녀의 발언은 꽤 번거롭고 까다롭게만 들렸었다. 

그러던 내가 요즘 들어 변했다. 자신을 아껴주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겨울에도 히터를 틀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그녀의 뷰티 노하우가 자신을 마음속부터 사랑하는 방법으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잔다는 4월,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본다. 고.현.정


고 배우는 일상적인 모습마저도 아름답다.

 배우 고현정(이하 고 배우[각주:1])이 뷰티책을 냈다. 피부 좋기로는 어느 젊은 여배우보다도 늘 먼저 손으로 꼽히는 그녀다 보니 이 책은 당연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녀의 친한 후배 '양군[각주:2]'이 찍은 그녀의 사진은 하나같이 편안하고 일상적이며 자연스럽다. 이 책이 뷰티 책이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의 일상적인 사진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다양한 화장품으로 얼마나 더 자신을 예쁘게 보일 수 있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밖으로 자연스럽게 베어나오게 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금부터 내가 얻은 것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책의 서두에는 이번 책의 취재와 진행을 맡은 옥 양[각주:3]이 '이 책은 복잡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뷰티팁을 알려준다고 하기에는 고 배우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데, 사실 우리의 고 배우는 책에서도 자신의 뷰티팁은 '별거 없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은 정말 '별거 없는' 책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분명 그녀를 아끼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되었을거다.

 "생각해보니까 '고현정이 밤마다 소금으로 얼굴을 갈아엎는다더라.' 정도의 내용은 들어 있어야 그 뷰티 책을 읽고 싶을 거 아니에요. 아니면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얼굴을 씻는다든가. 그런데 없어요. 저 그런 거. 어떡하지? 그냥 남들 하는 정도밖에는. 그러고 보면 특별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14,15p)


 이 책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정말 실망을 안겨줄 말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다. 이 책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물론 그녀의 세수하는 방법이나 스트레칭하는 방법, 자몽티에 관한 이야기는 특별하다고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뷰티 책들보다  메이크업을 이렇게 하면 더 어려 보인다거나, 피부에 무얼 이용해서 세수하면 좋다던가하는 그런 내용은 없다.



김을 좋아하는 그녀, 나도 마른 김을 사다가 먹어볼까?

 그럼에도, 이 책이 다른 뷰티책들보다 좋은 건 나에게 맞지 않을지도 모르는 뷰티팁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뷰티팁을 설명하기에 앞서 조심스럽게 '고현정은 이렇지만..당신은 다를 수도 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 그게 오히려 나에게는 진실성 있게 다가와 글 한 줄 한 줄에서 힘이 느껴지는 것이다.




여배우들이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다듬어지고 꾸며지는 것 같아도 그녀를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그녀 자신이에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던 시간들, 이제 나도 나를 똑바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이 생겼다.

 "두 눈이 어찌나 높은 곳에 붙어 있는지 얼굴 아래로는 시선을 향하기가 참 힘들어요. 그래서 가끔 일부러 내 머리 꼭대기부터 발바닥까지 샅샅이 훑어보지요. 필요하면 거울도 들고. 그리고 순위를 매겨요. 지금 가장 예뻐 보이는 곳은 어디, 가장 못나 보이는 곳은 어디, 그렇게 1등부터 20등까지 목록을 만들다 보면 뒤로 갈수록 관심 좀 가져달라고 외치는 녀석들이 나와요. 그럼 그날 하루 정도는 그 녀 석을 위해 봉사하는 거예요. 아름다움도, 삶도, 세상도 사실은 그렇게 아래를 내려다볼 때 격이 완성되는 거죠." (P.169)



나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손과 가장 사랑받고 있지 않은 발

 나는 내 외모에 관해서는 부끄러움이 많았다. 다른 이와 비교했을 때 다 못나 보이기만 하고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겠고.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모에 신경을 쓴다는 것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지곤 했다. 사실 나에게는 나만의 멋진 매력이 있을 텐데, 그걸 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무언가가 없다고만 느껴왔을까. 이 책을 보면서 계속 느낀 게 바로 그거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스스로 모든 것이 못났다고 할 필요도 없는, 내 안에 숨 쉬고 있는 나만의 결. 나는 더욱 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나는 결이 참 좋다. 


고현정이라는 이름만큼 책 또한 참 고현정답다.

 마지막으로 책 내용과는 다른 부분을 짚어볼까 한다. 구석구석을 자신을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고 배우의 모습이 책 디자인에도 그대로 반영된 듯 폰트로 각 내용을 구분한 디자인도 그렇지만, 떡제본(책에 풀칠을 하는?)이 아닌 실제본으로 만들어 책표지를 벗겨 내면 책등이 참 예쁘다.



적어도 이 정도의 책이라면 사고 후회하는 일이 없다.

 또한, 책의 커버를 벗겨 내면, 제작 과정 에피소드를 담아내 책을 만들어가는 그 현장의 느낌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뷰티책답게 끝까지 신경 쓴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보여주기 위함의 목적을 어느 정도 가진 책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의 이름을 내세워 파는 책이라면 그 책 또한 자신의 이미지 일부가 될 테니 말이다.
 


 사실 내가 쓴 리뷰가 딱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막상 이 책을 읽고 자신이 원했던 정보가 없어서 실망할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달라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조금씩 변화를 하려고 노력하던 나 스스로에게 고 배우는 너무나 고마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메이크업 기술이나 피부 관리법보다도 중요했던 건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내가 아름다워지는 길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책을 덮는 그 순간부터 전보다 더 아름다워졌을지도 모른다.




_사족.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내 돈 주고 한 연예인의 뷰티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실망. 적어도 자기 이름을 걸고 책을 낼 땐, 책 디자인까지 신경 좀 쓰자. TV화면 캡처를 편집물에 사용하면 이미지가 깨져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1. 우리의 고 배우: 대한민국 톱 여배우, 고현정. 한겨울에도 덥다고 문을 확확 열어젖히고 한 단어 한 단어 힘을 주어 말하는 습관이 있어 '입이 굳는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생각이 많아 늘 어꺠 통증을 호소. 강해 보여도 알고 보면 지독한 트리플 A형. [본문으로]
  2. 구박받는 양군 : 처음엔 고 배우의 사진 선생님. 지금은 친한 후배. 정확히는 일방적으로 구박당하는 인물. 그러나 고 배우의 편안한 모습을 누구보다 제대로 찍어내는 포토그래퍼. [본문으로]
  3. 구시렁구시렁 딴생각쟁이 옥 양: 뷰티 기타 출신의 단행본 진행자. 고 배우 앞에서는 늘 기가 죽어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웅얼거리는 소심한 O형.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생각이 많으나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읊을 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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