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문에서 출발해 고당봉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숙제(?)
사실 나는 등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 논리는 '내려올 걸 다시 올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인데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차피 죽을 것 왜 사느냐' 혹은 '어차피 배고플 텐데 왜 밥을 먹느냐' 등의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등산은 힘들어서 좋지 않다는게 어쩌면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금정산성 남문
산을 오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중학교 때 가야만 했던 정병산, 회사 다닐 때 가야만 했던 북악산을 제외하고 꼭대기까지 오른 산은 이번이 처음일 듯.
부산에 살던 꼬꼬마 우쿠빵이 소풍 때마다 가야만 했다는 이 산의 이름은 '금정산'으로
부산광역시 금정구와 양산시 동면에 걸쳐있는 부산의 볼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 금정산성 북문
금정산성의 남문에서 출발해서 동문과 북문을 지나 고당봉까지 약 4km의 산행이 오늘의 목표인데
그렇게 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과는 역시 차원이 다른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금정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숙종 29년에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그 전인 삼국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기록도 있는데 생각해보면 돌 하나가 품었을 시간이
실로 어마어마하단 생각이 든다. 산을 타는 건 힘든 일이지만, 이런 역사를 되짚어보면 운치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 지키라고! 지키라고!
제발 좀 지키자, 이런 산에서는.
그런데 등산을 하다 보니 몇몇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입산객 준수사항을 안 읽는 것 정도야 그러려니 하겠지마는 기본적인 상식으로 생각했을 때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산성의 돌 위로 걸어 다니는 건 당연히 하면 안 될 일이 아니던가.
등산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음에도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당신이 밟고 있는 그 돌이 지금으로부터 몇 백년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돌이란 걸 알고 있는지 말이다.
▲ 히말라야를 오르는 기분이..
정상을 코앞에 두고 오후가 되자 날씨가 흐려졌다.
꼭대기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논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누고 오르기 시작.
처음엔 갈 수 있을까 걱정하던 마음도 정상이 코앞이란 생각을 하니 오르고 말겠다는 의욕에 불탄다.
안개로 꽉 찬 스산한 분위기의 등산로를 걷는 건 실로 처음인지라 동네 뒷산이 아니라 히말라야를 오르는 기분이 슬쩍..
종아리가 팅팅 붓고 무릎 연골이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는 것같은 기분마저 들 때 드디어 정상에 다다랐다.
(등산을 얼마나 안 했으면 겨우 이 정도에 곡소리가 나오는지...;ㅁ;)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간다.
그 누가 그런 말을 남겼는지 모르겠지만, 정상에 오르니 한 10%(?) 정도는 이해가 될 법도 하다.
고당봉이라고 적혀진 바위를 보니 그대로 뿌듯한 마음이 한구석에 차오르니 말이다.
해발 801.5m를 제패했다는 이 마음,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내겐 그 무엇보다 벅찬 감정이란 걸 그 누가 아는지.
이 글을 보고서 또 등산을 가자고 하면 한참 고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발이 얼마가 될지 물어보게 될지 모르겠다.
해발 800m가 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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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