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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난중일기(宅配亂中日記) :: 바야흐로 택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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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난중일기(宅配亂中日記)
어쩜 이렇게도 택배운이 없단 말인가


현재 14년 한국 자취국을 다스리던 모구왕이 때아닌 혼인을 선언하며 거대한 보증금을 요구하자, 자취국 제유장군은 불가피하게 이사를 감행하게 된다. 과도한 서울물가의 영향으로 화려한 투룸과 원룸에 밀려 옥탑으로 정착을 결심하게 되나 모든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이사와 함께 본진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으나 미처 완성도 되기 전 택배국과의 전쟁이 일어나게 되니.. 이 글은 제유장군과 택배국과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일기로 모든 일은 2주 사이에 벌어졌다.



▲ 돈으로 줘요. 돈으로. 얼마나 줄 수 있소?


|제1차 전쟁, 이삿짐박스전

제유장국은 이사를 감행하기 위해 이삿짐박스군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다. 평소 교류는 없었으나 언제나 모든 지름을 이끌어준다는 위메부에 이삿짐박스군의 원정을 요청한 것. 그러나 며칠을 기다려도 원정군이 당도하지 않자 어찌 된 영문인지 알기 위해 위메부에 문의전령을  띄우게 되고. 이윽고 오는 길에 택배국의 기습공격으로 부상을 당하여 퇴각했다는 어이상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되었다. 도움은 받지 않겠다. 우리가 직접 찾아나서겠다!"
제유장군은 위메부에 단호한 취소서신을 보내고 서러선장군과 욱후장군과 함께 전장에 띄어드니 불시에 공격을 당한 이마투는 적당히 가져가란 말과 함께 이삿짐 박스를 허하게 되었다. 이렇게 본진 구축을 위한 이삿짐 박스가 완료되고 무사히 새로운 도성으로 이동을 마치게 된다. 제유장군은 여기서 택배국과의 전쟁은 끝난 것이라 생각했다. 



▲ 흰색이라고! 흰색!!!!


|제2차 전쟁, 조명전

본진 구축을 위해서 도성을 환하게 비추어줄 조명이 필요하다고 느낀 제유장군은 이주가 넘는 고심 끝에 반짝반짝 조명을 고르게 된다.  티끌 한점 없는 마음으로 자취국을 다스리겠다는 마음과 백의민족의 특성을 살린 새하얀 조명 제작을 업체에 맡기고. 며칠 뒤 드디어 도착한 조명은 티끌이 묻어도 너무 묻어 까만색으로 도착하였으니.. 택배국과의 두 번째 전쟁은 시간 낭비와 전화요금을 내어주며 맞교환으로 합의를 보게 된다. 



▲ 뭣하러 이걸 주문해서는...


|제3차 전쟁, 장판전

제유장군은 직접 방산시장에 가서 품목을 외워올 정도로 대지를 탄탄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렇게 주문한 장판은 새로운 곳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장군의 불찰 아래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다가 하루 뒤에 자취국으로 당도하였으나 이미 택배국의 공격을 받아 함께 오기로 한 장판 본드가 '내가 터졌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를 외치며 장렬히 전사하였다. 그리하여 본진 근처의 상점을 털어 장판본드는 다시 구해올 수밖에 없었다. 



▲ 아직도 당도하지 못한 타일벽지군..


|제4차 전쟁, 타일벽지전

택배국과의 전쟁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전쟁으로 기록된다. 밥심을 내기 위해 무엇보다 주방을 환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제유장군의 계획아래 타일벽지를 구하기 위한 작전에 나서고. 타일벽지를 원하는 제유장군의 주문전령에도 벽지국은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두번에 걸쳐 취소명령을 내리게 되니. 도대체 있는 게 무엇이냐는 제유장군의 처절한 외침에 벽지국은 그나마 비슷한 것으로 원정군을 보내주기로 한다. 

그러나 당도한 타일벽지는 원했던 것과 달라 결국 택배비 자체부담의 결론을 내리고 다시 벽지국에 돌려보내게 되나 중간에 택배군의 공격을 받아 자취를 감추게 된다. 택배국의 왜 돌려보내냐는 배짱 전화와 택배국의 글쎄 나도 모르지 전화에 멘붕을 경험하게 된 제유장국은 강력한 항의서한과 항의전화로 '택배사고'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환불 약속과 함께 4천 원 손해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 싱크대여;ㅁ;


|제5차 전쟁, 싱크대전

제유장군은 셀프인테리어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싱크대교체 작업에 착수하게 되고. 생전에 싱크대 주문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싱크대는 택배국의 마음대로 평일 낮에 찾아오는 만행을 저지르게 되고 우쿠장군의 도움으로 어찌저찌 받을 수 있게 되나 택배국이 당도한 시간과 묘하게 어긋나 택배국의 항의전화를 몇 번 받게 된다. 그렇게 받은 싱크대를 부여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잠시, 주문 물품이 하나 빠졌다는 사실을 겪게 되고 시간차 택배국의 공격에 다시 한 번 멘붕의 상태에 빠진다. 



▲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오는 택배군


|제6차 전쟁, 이케아 행거전

지름나라 쿠방에서 마지막 남은 2개의 상품을 주문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벅차오르는 희열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배송국은 절대 물건을 쉽게 내어주는 법이 없고 늘 계시던 집주인이 없던 그 순간 찾아온 택배국의 불시 공격에 물건은 여기저기를 떠돌다 결국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근처 미용실에 맡겨져 버린다. 경국지색 수지의 그림이 그려진 음료를 진상하는 것으로 물건을 찾아올 수 있었으나 싱크대 전과 연타로 받은 공격에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



▲ 맘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있나..


|제7차 전쟁, 커튼전

커튼국에 커튼 요청한 지 일주일이 넘어서 당도했다. 원했던 그 느낌이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7차에 이른 전쟁의 결과 자취국의 제유장국은 직접 사러 가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나 그 또한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전술. 그리하여 머리를 쓴 결과 1:1 문의를 통해 무조건 토요일에 택배가 도착할 수 있도록 강조 또 강조하여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택배전쟁 속에 아름다워지는 자취국. 그러나 아직도 택배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꽤 무거운 짐들을 옥탑까지 배송해준 택배기사님들에게 이 포스팅을 통해 꾸벅 인사를 드리며 택배전쟁의 종전을 꿈꿔본다.


옥탑방 해 밝은 낮에 옥상에 혼자 앉아서
아이폰 손에 들고 택배에 대한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선가 날라온 몇 줄의 택배 문자가 이렇게 나의 애를 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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