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아보자, 장판을!
옥탑셀프인테리어 2편, 방에 장판 깔기
지난 번 페인트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었다. 셀프인테리어 글에 다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줄 줄이야.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적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셀프인테리어만큼이나 그걸 정리하는 글을 쓰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오늘은 지난번 페인트칠에 이어 그다음 작업인 장판깔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결정장애자는 장판고르기도 힘들다.
페인트색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장판을 어떤 색, 어떤 디자인으로 깔지 고민을 오래 했다. 장담하건대 셀프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벽지와 장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 하얀색 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판은 무엇일까? 밝게? 아니면 어둡게? 선택을 위해 인테리어와 관련한 하얀 벽을 가진 이미지를 계속 보며 시뮬레이션하고 또 했다.
▲ 이 집에 깔려 있던 장판은 하이펫트였다.
장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우리가 장판이라고 불리는 것은 크게 4종류로 하이펫트, 모노륨, 데코타일, 강화마루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구별하느냐? 지금 자신의 집의 장판을 한번 살펴보자.
하이펫트 : 자국이 매우 잘 남고, 2장을 겹쳐서 시공. 수축과 팽창이 심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많이 사용했다고.
모노륨장판 : 하이펫트에 비해 내구성이 좋음, 장판과 장판을 딱 맞추어서 시공.
데코타일 : 조각조각 나누어진 장판을 벽돌 쌓듯 까는 시공, 변형이 일어날 수 있으나 강도가 좋고 부분교체가 가능.
강화마루 : 데코타일과 같은 방식으로 시공하지만, 붙이는 형식이 아니라 망치로 쳐서 끼워 맞추는 시공. 다른 장판들이 나뭇결을 흉내 냈다면, 강화마루는 나무재질. 강도가 좋고 예쁘나, 가격이 비쌈.
이 집에 깔려있던 건 가장 저렴하게 시공을 할 수 있는 노란 하이펫트 장판이었다. 색깔도 색깔이지만, 사용한 지 오래된 장판이다 보니 교체는 당연한 일이었다. 보통 월세의 경우는 장판이 오래되거나 하면 집주인이 새로 깔아주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지만, 나는 보증금을 깎으면서 도배와 장판은 알아서 하는 걸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왕 셀프인테리어 하는 김에 장판도 마음에 드는 걸로 깔기로 했다.
|장판, 어떤 걸 살까?
장판을 고르기 위해 찾아간 곳은 방산시장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벽지와 장판 가게가 있는데, 공임비를 주고 이분들에게 맡겼으면 엄청 깔끔하게 깔아주었을 텐데 나는 그냥 경험 삼아(?) 직접 깔기로 했다. 그래서 이곳에 가서는 어떤 장판을 방에 깔면 좋을지 살펴보기만 했다.
▲ 방산시장은 베이킹도구를 파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더니, 장판과 벽지가게도 많았다.
가게를 3-4곳 들어가서 이 정도 크기의 방에 깔려고 한다는 말을 하면 적당한 물건으로 추천해 주는데, 월셋집에는 기본적으로 모노륨장판으로 저렴한 걸 많이 추천해 준다. 아무래도 비싼 장판을 깔 필요가 없기 때문. 가게에서 보여주는 샘플북을 보다 보니 내가 원하는 장판은 '어둡지 않은 색상이며 나뭇결이 잘 살아 있는 장판'으로 압축이 되더라.
▲ 월셋집에 깔기에 적당하다고 추천받은 KCC 장판
그렇게 샘플북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장판의 상품명을 알아오고 집에 와선 인터넷으로 장판을 주문했다. 모노륨 장판을 주문할 때는 장판을 붙일 장판본드와 용착제란걸 함께 주문하는데, 본격적으로 장판까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하는 걸로.
|이제 장판을 한번 깔아볼까?
페인팅을 끝내놓은 벽을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낀 후 기존의 장판을 돌돌 말아 두었다. 고물상에서 가져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집 앞에 내어두니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기존의 장판을 걷어내고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닥을 쓸어주는 일이다. 시멘트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깨진 부분과 그 파편들이 나타나기 때문. 좀 심하게 깨질 경우엔 핸디코트란 걸로 메꾸어 주기도 하지만, 우리집은 일단 적당히 그 위에 깔아도 될 것 같았다.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러나 이게 웬걸. 앞서 포스팅에도 말한 적 있지만, 주문한 장판은 집 주소를 잘못 적는 바람에 제때 배달되지 못하고 한 바퀴 돌아서 왔는데 그런 도중에 장판 본드가 터져버렸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지만, 집 주변의 장판가게를 찾아 본드를 다시 사와 본격적으로 장판을 깔기 시작했다.
더 보기 : 찬란했던 택배와의 전쟁! http://sinnanjyou.com/316
▲ 장판용본드와 용착제가 오늘의 준비물
▲ 자르고 또 자르고 본드 바르고. (feat.동생님)
시멘트 바닥의 파편들을 적당히 치우고 나면 장판을 적당한 크기에 맞추어 자른다. 그리고 장판 본드를 여기저기에 철퍽철퍽 발라준 후에 깔아주면 되는 '말로 설명하니 무진장 쉬운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셀프인테리어가 그러하듯, 장판깔기도 처음에 쉬운 듯 느껴지다가 어느 선이 되면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방의 가장자리 부분에 장판을 꺾어서 올릴 때! 가장자리의 경우는 그냥 꺾어 올리거나, '굽도리'라는 장판용 테이프를 사용하거나 '걸레받이'라고 나무를 대어주는 방법으로 나뉘는데, 처음 계획은 벽과 같은 페인트를 주문한 MDF에 발라서 멋지게 걸레받이를 만들고자 하였으나 장판을 깔다 보니 귀차니즘이 발동되어 그냥 꺾어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방의 크기에 맞추어 장판을 깔다 보면 장판과 장판이 맞물리는 곳이 생기는데 이 부분에 앞서 말한 '용착제'를 이용하게 된다. 예전에는 장판과 장판을 겹쳐서 깔았지만, 요즘은 딱 맞게 잘라서 그 이음새를 용착제로 붙여주는 건데 가장자리를 꺾는 것만큼이나 이 작업도 참 쉽지만은 않다. 장판은 일단 크니까. 덧붙여 용착제 냄새는 실로 어마어마하고 위험한 물건이니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셀프인테리어하면서 가장 지독한 냄새를 꼽는다면, 용착제였다.
▲ 이렇게 하면 안되는 예시
▲ 하얀벽과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보기엔 쉽고 하기엔 어렵고!
그렇게 낑낑거리면서 우쿠와 남동생의 도움을 받아 장판깔기에 성공하였다. 가장자리가 딱 네모난 형태가 아니다 보니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셀프인테리어란 게 '보람'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이상한 부분도 다 고생의 결과물로 만족하며 끝나게 된다.
▲ 부엌이 정리될 때까지 제대로 풀지도 못했던 짐들..
장판을 깔고 나서 감탄할 새도 없이 옥상에 두었던 이삿짐을 바로 쌓아 올려야 했지만, 어쨌든 하얀 벽과 제법 잘 어울리는 장판을 보니 굉장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 그렇다면 이제 짐을 풀기만 하면 끝나는 것인가. 그럴 리가. 이 집에서 셀프인테리어가 가장 쉬웠던 부분이 방이었으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셀프인테리어 초보자의 경험이 실린 장판깔기에 대한 Q&A
Q1. 장판은 어느 정도로 주문하면 좋은가?
장판가게에 가서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답이다. 인터넷에서 주문할 경우엔 업체에 문의하는 게 가장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한 롤당 가로 길이가 정해져 있다 보니, 이걸 잘 계산해야 하더라. 게다가 단순히 방 크기에 채워넣는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내가 주문한 장판처럼 방향이 있으면 그것도 맞춰줘야 한다.
Q2. 그래서 어디에서 어떤 걸 산 건가?
나는 블로거 우연수집에 소개된 곳에서 구입했다.
- 장판 : KCC 숲그린 ML18-3761로 10cm에 1,150원(http://bit.ly/1CHDcJe)
- 본드 : 동네 장판가게 5,000원
- 용착제 : 2,000원 (http://bit.ly/1CS9FtY) / 용착제 용기 : 1,000원 (http://bit.ly/1uLFaHo)
Q3. 장판 직접 까는 게 좋을까?
장판을 까는데 원룸 하나는 대략 6만원 정도를 불렀던 것 같다. 자세한 것은 근처 장판가게나 내가 갔던 방산시장에 가서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6만원에는 장판을 가져오고 깔끔하게 깔아주고, 기존의 장판을 수거하는 모든 프로세스가 포함이니 비싸지 않단 생각도 든다. 적어도 내가 깐 것보단 훨씬 깔끔하게 작업해 주니까.
Q4. 장판깔기에 도움을 받은 곳은?
- 우연수집 : http://moment6.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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