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와 메시의 힘을 빌려 유입수 좀 늘릴랬더니,
이들이 월드컵 16강에서 떨어졌다. 아, 이런
축구를 잘 알지 못한다. 하나도 모른다고 하기엔 제법 유명한 선수들 이름이나, 월드컵 경기 결과를 찾아보기도 하니, 한 '절반의 축알못(축구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 정도라고 해두자. 그런 내가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하다 스페인을 가게 되면 레플리카를 사온다는 약속을 회사 팀 동료들에게 하면서 이 모든 일은 일어났다.
스페인을 가기로 한 것이다. 2박 3일로.
레플리카, 그게 뭔데?
축구 유니폼을 사 본 경험이 전혀 없는 내게 사실 '레플리카'란 단어 자체도 생소했다. 그냥 유니폼이려니 생각했던 내게 갓덕보는 2종류가 있단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왜 2종류인데? 1
레플리카(REPLICA, 팬 or 응원용)
스타일과 외관에서는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과 동일합니다.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만든 유니폼이기 때문에 더 편안한 착용감을 고려해 느슨한 만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센틱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어센틱과 다른 소재가 사용됩니다.
어센틱(AUTHENTIC, 경기용)
어센틱 저지는 프로 선수들이 입는 것과 크기, 재질, 모양이 같습니다. 어센틱은 몸에 핏하게 맞는 착용감과 폴리에스터 혼방을 사용합니다. 이 유니폼의 팀 배지와 로고는 선수의 체중을 최소로 유지하기 위해 종종 프린팅으로 처리됩니다. 그리고 유니폼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레플리카와 차이를 보입니다.
이것은 레플리카가 아니다
정리하자면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어센틱은 선수들이 입기에 좋은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서 어센틱이 더 좋은 것이 아니냐, 그걸로 사다 주겠다고 했더니 이내 비싸다는 말이 돌아왔다. 스페인 가서야 알았지만, 확실히 가격이 2배 차이가 나더라. (FC 바르셀로나 공식온라인샵 가격으로 어센틱은 US$140.90, 레플리카는 US$76.80다.)
아무 곳에서나 못 사?
바르셀로나 중앙역의 오피셜 스토어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출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FC 바르셀로나 기념샵. 포르투갈에서는 호날두가 가득했다면, 여긴 FC 바르셀로나가 가득한 풍경이었다. 메시라든가, 이니에스타라든가. 그때만 하더라도 쉽게 레플리카를 손에 쥐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게 레플리카였으니까.
17-18시즌 유니폼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나는 16-17시즌 레플리카를 사야 했으니까. 2017년 5월에 기념품샵에 가득 깔린 것은 이미 17-18시즌 레플리카였다. 새로운 시즌 레플리카로 가득 찬 기념샵에 들어가 이전 시즌 유니폼을 찾았건만, 그게 생각보다 없었다. 찾았다 싶으면 여성용이거나 어린이용이었다. 그렇게 16-17시즌 바르샤 레플리카를 찾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헤매게 된다.
여기서 못 산다, 기념품샵
오피셜샵이 아닌 곳에서도 '유니폼처럼 생긴 것'은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레플리카도 어센틱도 아닌 그냥 비슷하게 만든 티셔츠일 뿐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뭐랄까, 2002년 월드컵 때 시장에서 팔던 붉은 악마 티셔츠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러니 혹시나 스페인 기념품을 사러 간 곳에서 유니폼처럼 생긴 것을 발견하면 유니폼이 아니라 기념 티셔츠 정도로 생각을 하자. 아니면 레플리카를 사온다고 기대한 모든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줄지도.
메..메시?
여기서도 못 산다, 불법상인
시내를 다니다 보면 명품을 파는 흑인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명품 가방 옆에 '유니폼처럼 생긴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역시 이것도 그들이 파는 물건들과 같은 짝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중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들이 저 멀리서 오는 경찰을 보곤 갑자기 바닥에 깔아놓은 물건을 쓸어 담고 도망치는 것을 봐선, 아니겠구나 싶었다.
여기선 살 수 있을지도, 오피셜스토어
람블라스 거리에서 발견한 오피셜스토어
어린이들을 위한 기념품
가장 확실한 건 FC 바르셀로나 오피셜스토어에 가는 것이다. 공식스토어는 시내에서만 2곳 정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한 FC 바르셀로나 기념품 속에서 레플리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앞서 말했듯 지난 시즌 유니폼 중에서 성인사이즈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시내에 있는 스포츠용품 가게
지금 와서야 17-18시즌도 괜찮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땐 오기라도 16-17시즌 레플리카를 찾아내고야 말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진짜 그래서 축알못 주제에 캄프누(Camp Nou: [kamˈnɔw])를 찾아가게 된다.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캄프누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캄프누의 오피셜 스토어는 확실히 컸다
FC바르셀로나의 심장, 축덕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곳의 오피셜스토어라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거란 대책 없는 확신. 남들은 투어도 신청하고 경기장도 밟아본다지만, 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라면 팔겠지.
16-17시즌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어디서 팝니까, 그 옷!
네이마르도 FC바르셀로나였다(당시에는)
아니다, 안 팔았다.
17-18시즌을 앞두고 새 시즌 유니폼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오피셜 스토어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새 시즌은 새 시즌이고, 떨이가 있지 않냐 따지고 싶었지만, 영어가 짧아 어디에서 구할 수 있냐고 밖에 묻지 못했다. 그들 또한 뾰족한 대답을 주지 못했지만.
결국 샀다, 시내 나이키 스토어
캄프누에서도 찾지 못한 16-17시즌 유니폼을 찾아 시내에서 파랑과 빨강의 줄무늬가 보이면 냅다 들어가서 확인했다. 진짜 왜 그랬을까 방향치인 주제에 시내를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바르셀로나 관광이 어느새 레플리카 찾기로 바뀌고 이제 새 시즌을 받아들여야 하나 할 때, 우연히 발견했다. 시내의 제법 큰 나이키 스토어에서.
2박 3일의 짧은 바르셀로나 여행 중에서 감동한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첫발을 들이는 순간과 바로 이때였다. 감격에 겨운 눈으로 직원에게 마킹도 해 주냐고 물었다. 해준단다. 기쁨이 또 몰려왔다. 2
바르샤 유니폼에 호날두쓰면 안되니?
최선을 다해주세요
감격스러움에 열심히 마킹 과정을 찍었다
한국에서 출발 전, 갓덕보에게 마킹은 누구 이름이 좋은지 물었다. 그는 한참을 메시와 이니에스타 사이에서 고민하다 이니에스타를 부탁했다. 사실 이니에스타를 잘 몰랐던 나는 호날두는 어떠냐고 되물었다. 미안해, 이니에스타.
안된단다. 큰일 난다고. 다시 말하지만 축알못이다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도 팔긴 한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고, FC 바르셀로나는 그들과 적대적이란 이야기였다. 한일전 같은 것이라고 눈높이 교육을 받은 후, 검색하니 '엘클라시코'란 단어가 나온다. 아, 생각보다 많이 격한 사이였구나.
바르샤 유니폼엔 갓덕보를 위한 이니에스타와 배부장님을 위한 메시가 새겨졌다. 마킹을 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시즌에 따라 등에 새기는 폰트가 달랐고 오다리를 굽는 판(?)으로 눌러서 접착시키더라. 모든 순간이 그저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그 감격은 한국에 돌아와 레플리카를 손에 넣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도 느껴졌다. 뿌듯했다. 3
바르샤와 맨유 레전드 매치 전날이었다
레플리카를 찾기 위한 원정으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났다. 이니에스타는 더 이상 FC바르셀로나가 아니고, 호날두는 유벤투스로 이적한다는 기사가 떴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축알못이다. 월드컵 시즌이다 보니 그때의 추억이 자연스레 떠올라 축알못임에도 쓰기 시작했지만, 그런 내게도 레플리카는 꽤나 오기의 아이템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참고
FC 바르셀로나 온라인 오피셜 스토어 : https://www.fcbarcelonastoreasia.com/
기사 : 왜 바르샤와 레알은 앙숙이 되었을까? [시사인]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아이폰 7 - Foodie
사진 및 글에 대한 불펌은 금합니다. 축구를 잘 모릅니다. 틀린 정보는 살짝 알려주세요.